탈락자 반발… 더 큰 '물갈이' 공포중진, 특정 계파 배제에 반발 "자의적 공천 아니냐""문재인 체제때 만든 엄격한 규정 탓"… "구제 어려워"'시스템 공천', 전략적ㆍ정무적 판단 봉쇄에 불만

공천에서 탈락한 강기정 의원(왼쪽)과 홍의락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물갈이 공천 후폭풍으로 시끄럽다. 일부 현역 탈락자가 반발하고 심사과정을 문제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공천 결과를 놓고 '컷오프'(공천배제) 기준이 모호하고, 전략적ㆍ정무적 판단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정 계파를 겨냥한 '공천학살'이란 격앙된 반발도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공천 파동이 '새발의 피'이며, 더 큰 '물갈이'가 단행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어 총선 후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민주에서 시작된 공천 물갈이의 추이와 후폭풍을 짚어봤다.

'물갈이' 서곡…다음 타깃은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24일 현역의원 공천 배제자(컷오프) 10명(지역구 6명ㆍ비례대표 4명) 발표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작업을 본격화했다.

공관위는 앞으로 '20% 컷오프-경쟁력평가-윤리심사' 등 정밀심사를 통해 원천배제자를 추가로 솎아낼 방침이어서 현역의원들을 떨게 하고 있다.

공관위는 현역 중 3선이상 중진 50%와 초재선 30%를 경쟁력평가를 위한 정밀심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공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3선 이상 24명 중 12명, 초재선 71명 중 21명 등 모두 33명이 정밀심사를 받는다. 이들 중 몇 명이 컷오프에 해당할 지 알 수 없어 현역들은 심사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컷오프에 포함된 의원은 지역구의 경우 5선의 문희상, 4선의 신계륜, 3선의 노영민 유인태, 초선 송호창 전정희 의원이며, 비례대표 의원은 김현 백군기 임수경 홍의락 의원이다.

이 가운데 문희상 신계륜 노영민 유인태 김현 임수경 의원 등은 범친노ㆍ주류 그룹으로 분류된다. 문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쳐 열린우리당 의장과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재야 출신의 유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정무수석을 지냈다. 문 의원과 유 의원은 지난해 야당 분당 국면을 비롯, 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중재 역할을 주도해왔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신 의원은 '입법 로비' 혐의로 지난 연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공천이 배제될 위험에 처한 상태였다. 노 의원은 '시집 강매 논란'으로 지난달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총선 공천 배제형을 처분 받은 뒤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다.

이해찬 의원 비서관 출신으로 친노 직계인 김 의원은 세월호 참사 후 세월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으며, 최근 1심에서 '대리기사 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89년 방북으로 '통일의 꽃'이란 별명을 얻은 임 의원은 같은 당 윤후덕 의원 지역구인 경기 파주갑에 도전장을 던졌다.

송 의원은 2012년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 쪽에 선 '안철수의 남자'로 불려왔으며, 전 의원은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경기 용인갑에 출사표를 던진 백 의원은 범친노로 분류되나 계파색이 옅은 편이며, 대구 북을에 출마의지를 다지던 홍 의원은 비주류계로 고 김근태 전 의장 계열인 민평련 소속이기도 하다.

공천 배제에 항의, 수용도…후폭풍 클듯

이번 더민주의 하위 20% 컷오프는 각 정당 중 가장 먼저 이뤄진 물갈이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주류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문제가 된 의원들이 빠지고 당에 기여한 인사들이 포함된 것을 두고 '자의적 컷오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5선의 문희상 의원은 당의 공천 방식을 수용하면서도 자신이 컷오프에 포함된 것에 "이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 의원 지역구 당원들은 공천배제 철회를 요구하며 탈당 불사 방침을 밝히는 등 후폭풍도 일고 있다.

특히 '험지'인 대구에서 출마 준비 중 컷오프 통보를 받은 홍의락 의원이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후유증이 클 듯하다. 더욱이 홍 의원 공천배제에 반발해 김부겸 전 의원마저 '중대 결심'을 공개 경고해 향후 탈당으로 이어질 경우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과 백군기 의원에 대해 비대위원들은 "당의 요청에 따라 의정활동보다 지역활동에 주력한 분들이 상당히 성과를 내고 있는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불모지에서 이렇게 뛴 사람들이 기계적 심사로 탈락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계인 강기정 의원의 공천배제에 대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정세균계인 이원욱 의원은 강 의원 배제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의원총회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일부 중진과 86 의원들은 공천 원칙과 기준에 대한 당 지도부와 공관위의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유인태 의원과 임수경 의원은 당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한 반면, 김현 의원은 이의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다음주부터 공천심사에 따른 2차 컷오프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현역 의원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컷오프 의원 지역에 친노 인사 공천을 추진하는 것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공천 혁신의 의미가 사라지고 친노 주류가 다시 당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 안팎에선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행보가 총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만일 탈락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국민의당 후보로 나설 경우 총선 판도가 달라지고 더민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의 공천 후폭풍이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