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 살생부' 진위 논란…黨 부인에도 '실재설'확산에 '덜덜'박근혜 대통령 '배신의 정치인' 포함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내 논란이 되는 이른바 '공천살생부설(說)'과 관련, "제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문건이나 살생부 얘기를 한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대표-정두언 의원 '살생부 명단'놓고 진위 공방
정 의원 "살생부 존재"vs 김 대표 "찌라시 얘기한 것"
컷오프 명단 서청원ㆍ이인제ㆍ유승민ㆍ정두언 등 친박ㆍ비박 섞여
박 대통령 심판 대상 꼽은 '배신의 정치인'다수 포함설 제기돼
청와대 A수석 모종의 역할설…'청와대-김 대표 합의설' 소문도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현역 의원 40여명의 물갈이를 요구했다는 이른바 '살생부'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살생부 논란의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이 한발 물러나고 당도 수습에 나서면서 파문은 더 이상 표면화되지 않고 있지만 수면 아래서는 여진이 심상치 않다. 살생부 명단에 거론된 인사들은 그 '진위'에 따라 정치 운명이 걸린 만큼 친박ㆍ비박 구분없이 살생부 존재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공천 살생부'를 부인했지만 정 의원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인데 친박계는 살생부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무언가 개운찮아 하고 있다. 살생부에 친박 인사가 거론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진실한 사람 선택' 발언도 있는 터여서다.

비박계는 살생부의 존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이 총선과 관련해 비박계에 여러차레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친박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현역 의원 40여명이 담긴 '공천 살생부' 얘기를 했다고 밝혀 당내 파문을 일으킨 정두언 의원이 2월29일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청와대와 당 안팎에서는 '살생부 실재론'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간에 살생부에 관해 모종의 합의를 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눈엣가시 같은 '배신의 정치인'을 도려내고, 김 대표도 부담이 되는 친박 중진을 아웃시키는 것을 전제로 자신과 가까운 일부 비박ㆍ친이계의 희생을 감수하는 선에서 타협을 했다는 것이다.

'살생부 실재론'이 사실이라면 여권은 공천은 물론, 4ㆍ13 총선과 이후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권을 흔들고 있는 살생부 파문의 전후를 짚어봤다.

살생부 파문 당사자 엇갈린 주장

살생부 파문은 2월 25일 오전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한 교수에게 '40명의 공천 배제 명단이 자신의 이름과 함께 있다는 말을 김무성 대표한테 전해 들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정 의원은 "2월 24일 저녁 김모 전 교수가 전화해 '급히 봤으면 좋겠다. 안 좋은 일이다. 공천 문제'라고 하더라"며 "다음 날 조찬을 함께 하며 김 전 교수가 김 대표에게서 들었다는 얘길 전해 줬다"고 25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앞으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정 의원에 따르면 김 전 교수는 김 대표에게 들었다며 공천 배제 명단에 대해 얘기하면서 40명 정도를 얘기했는데 거기에 정 의원 이름도 있더라는 것이다.

정 의원은 2월 26일 확인차 김 대표에게 전화했더니 "빨리 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어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회 정상화' 피켓 시위를 하던 김 대표가 그를 본회의장으로 데려가 "공천 배제하겠다는 사람이 40명 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하면 (공천장에) 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티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살생부 파문이 일자 김 대표는 26일 김학용 비서실장 명의로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 대표는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두언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정 의원이 김 대표와의 대화를 과장해 전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은 "2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김 대표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김 대표가 분명히 살생부가 실재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김 대표가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는 문자를 발송한 직후, 양해를 구하는 전화까지 해왔다"고 했다.

정 의원 설명대로라면 김 대표는 언론에 한 공식 해명과는 달리 '내가 정 의원에게 그런 말을 했지만, 안 한 것으로 하고 정 의원이 이해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표와 정 의원 가운데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살생부 진실게임, 청와대는?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28일 김무성 대표와 26일 국회에서 만나 '친박계 핵심이 물갈이 대상자 40명의 명단을 불러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 명단을 자신에게 전한 친박계 인사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정 의원은 덧붙였다.

정 의원에 따르면 김 대표에게 살생부를 전한 인물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황상 청와대 쪽일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에게 물갈이 대상자 40명을 거론했다는 것이나 김 대표가 "(공천장에)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티겠다"고 말했다는 정 의원의 발언은 청와대를 주목하게 한다.

만약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만나 '공천 살생부'를 건넸다면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박계는 자체 확인 결과 누구도 김 대표를 만나 그 같은 명단을 언급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대표 책임론'을 거론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물갈이 명단을 친박계로부터 받았으면 받은 대로, 안 받았으면 안 받은 대로 직접 나서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도 "누군가 당의 분란을 야기하려고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꾸며내고 있다"고 했다. 친박계 인사들은 "친박계 내부를 동요시키고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무력화시키려는 김무성 대표의 조작극"이라고도 말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청와대나 친박계가 물갈이 대상 명단을 김 대표에게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그 명단을 친박인 이한구 위원장에게 주지 사이가 좋지 않은 김 대표에게 왜 주겠냐"고 했다. 청와대 및 친박계와 김 대표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계가 꼬투리 잡힐 일을 하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공천(룰)을 놓고 김 대표가 "전략공천은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살생부를 제시했을 경우 김 대표가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즉, 이한구 위원장의 물갈이 시도가 강한 반발을 부르거나 좌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김 대표를 활용해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인' 심판을 결행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에게 부담을 주는 친박 중진을 포함한 친박 인사 일부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대신 박 대통령 눈밖에 난 비박계 인사를 물갈이하는 수준이라면 김 대표가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청와대 등 친박계가 김 대표에게 물갈이를 실제로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비박계 중진은 "김 대표가 청와대나 친박계와의 정면승부가 부담스러워 한 발 빼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친이(친이명박)계에 속하는 한 비박계 인사는 "친박계 핵심이 김 대표에게 살생부 내용을 언급한 사실은 정두언 의원 외에도 여러군데서 포착된 걸로 안다"며 "김 대표가 '외로운 싸움'이 힘들어 주변에 호소를 하고 다니다가 이제 와서 발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살생부 파문이 확산되면서 당 안팎에선 물갈이 명단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김 대표와 정 의원의 대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김 대표가 '공천 살생부설(說)'과 관련해 공식 사과를 하면서 파문은 주춤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결론(당 대표의 사과 요구)을 수용해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김 대표는 살생부설에 대해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정두언 의원에게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문건을 받은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고, 정 의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고위는 '살생부설'의 또다른 당사자인 정두언 의원을 상대로 해명을 듣고 김 대표와 함께 '대질 신문'을 벌이기로 했으나 김 대표가 불참해 불발로 끝났고, 살생부의 실체는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살생부 실재설' 나오며 후폭풍 조짐

4ㆍ13 총선을 앞두고 여권을 흔든 살생부 파문은 김무성 대표가 사과하고 당이 수습에 나서면서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4월 총선 공천에 따른 '물갈이'와 맞물려 여진이 심상치 않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와 당 주변에서 '살생부 실재설'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이 살생부 발언을 한 전후 사정과 김무성 대표의 대응, 그리고 명단 내용 등이 살생부가 실재한다는 것을 추정케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이 전한 김 대표의 살생부 얘기는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 김 대표가 정 의원에게 살생부와 관련해 '찌라시 얘기'로 해달라고 한 것이나 지인들에게 살생부 얘기를 전한 정황도 '살생부 실재설'을 뒷받침할 만하다.

심지어 청와대와 김 대표 간에 살생부와 관련해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쯤 청와대 A수석이 김 대표를 만나 공천 배제 대상 명단(살생부)을 전했고, 김 대표가 살생부 문제로 김모 전 교수와 논의하면서 이를 전해들은 김 전 교수가 정두언 의원에게 알리면서 파문이 일었다는 것이다.

앞서 '공천 살생부' 루머를 김 대표에게서 듣고 정 의원에게 전한 인물은 김원용(62) 전 이화여대 교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교수는 김영삼(YS) 이명박(MB) 대통령 만들기에 관여하는 등 '정치권 책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김 대표가 청와대와 갈등하던 당시 강력 대응을 제안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인물로 전해졌으며, 현재 김 대표를 외곽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2월 29일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상황을 진술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교수를 통해 김 대표의 발언을 들은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정 의원은 "24일 저녁 김 전 교수가 전화해 '급히 봤으면 좋겠다. 안 좋은 일이다. 공천 문제'라고 하더라"며 "다음 날 조찬을 함께 하며 김 전 교수가 김 대표에게서 들었다는 얘길 전해 줬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가 '공천 살생부' 루머를 정 의원에게 전해 준 것은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김 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보좌역이던 정 의원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집권 계획서' 초안을 만든 숨은 실세였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 직전 MB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공천 배제를 주장하는 '55인 반란'의 배후와 주역으로 각각 지목돼 MB와 멀어졌다.

김 대표와의 인연은 1992년 김 전 교수가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연구 정책 모임인 '광화문팀'을 이끌면서 YS의 상도동계이자 고향(부산) 선배인 김 대표와 자연스럽게 친분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2월 26일 김 전 교수에게서 들은 얘기를 확인차 김 대표에게 전화했더니 "빨리 오라"고 해 국회에서 만났고, 김 대표가 "공천 배제하겠다는 사람이 40명 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아떻게든 도장을 안찍고 버티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와 정 의원의 대화에 등장한 물갈이 명단에는 친박계와 비박계가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로는 서청원, 이인제, 서상기, 김태환, 안홍준 등 다선 중진 의원들이 주로 들어 있고, 비박계로는 정두언 의원과 유승민, 이재오, 김용태, 김성태, 김세연, 박민식, 조해진 의원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 명단을 보면 당 안팎에서 친박계가 비박계 의원들을 물갈이하기 위해 친박계 고령과 다선 의원부터 공천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논개작전'을 펼 것이란 소문과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정 의원은 "40명이라고 하니 웬만한 비박계는 다 포함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살생부 실재설'에 따르면 공천 배제 명단이 종래 소문이나 '논개작전'식 물갈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즉, 친박, 비박을 불문하고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에 해당하는 인물이 물갈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배경을 밝히면서 "정치는 국민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다" 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당리당략에 매몰된 국회와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를 '배신의 정치'라고 일갈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달라"며 "앞으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일하지 않는 현역의원을 국민이 솎아내야 하고 소신을 가지고 민생을 위하는 참신한 인물들을 발굴해야 한다는 '총선 심판론' '총선 물갈이론'을 본격 제기한 것으로 평가됐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사사로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정치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에 따르면 '배신의 정치' 중 가장 큰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재원에 대해 정치인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사익을 꾀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오랫동안 '친박'을 자처하며 신뢰를 쌓은 인사까지 사욕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충격과 함께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살생부 대상으로는 친박ㆍ비박을 불문하고 사익을 취하거나 국민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해온 인사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문제 있는 친박계 중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협력할 뜻을 밝힌 인사는 살생부 명단에서 빠졌지만 사전 통보조차 받지 못한 친박 인사는 '위험군'에 속한다는 말도 있다. 또한 MB정부 국정에 당 차원에서 깊이 관여한 친이계 인사와 계파 이익을 앞세운 비박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살생부 명단에 오른 인물로 H, J, J, K, K, K, L, L, L, P, S, S, Y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살생부 명단, 소문인가, 현실화되나

새누리당은 '살생부 실체는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일각에서는 파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히려 정두원 의원의 발언(살생부 존재)을 두둔하거나 믿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게다가 '살생부 실재설'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살생부 명단에 오른 인사들에 대한 물갈이가 현실화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김 대표가 친박계 핵심 인사로부터 명단을 건네받았고, 친박계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공천 배제하겠다는 사람이 40명 있지만 받아들일 수 없고, (공천장에) 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에서는 설령 살생부가 존재하더라도 김 대표가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대표가 살생부 명단을 외부에 알린 것 자체가 청와대나 친박계가 추진하는 전략공천이나 현역 물갈이 시도를 제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살생부 명단에 오른 사람들에 대한 심사를 할 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살생부 실재설'을 전제로 김 대표가 결국 청와대나 친박계가 요구하는 물갈이를 수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살생부 명단이 김 대표가 받아들일 내용이라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서청원 이인제 의원 등 중진은 김 대표에게 큰 부담이 돼왔던 인물들이다. 일부 비박계가 희생되더라도 김 대표에게 걸림돌이 되는 인사가 공천에서 배제된다면 살생부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권' 야망이 있는 김 대표가 청와대의 공천 물갈이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도 살생부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여준다.

김 대표가 살생부 명단을 외부에 흘린 정황은 비박계에게 '내가 이만큼 지켜주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설령 살생부가 현실화돼도 책임은 최소화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청와대나 친박계를 향하게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공천 살생부'를 부인하는 김 대표와 그것의 실재를 주장하는 정 의원의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4ㆍ13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은 공천신청자에 대한 면접을 끝내고 본격 공천에 돌입했다. 이르면 1차 컷오프(공천 배제) 결과가 이번주 후반에 나올 수도 있다.

과연 '살생부 명단'이 소문으로 끝날지, 실재 현실화될지에 여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