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이어 공천자료 유출 파문… 친박-비박 계파간 음모설 난무특정 후보·계파 위해 '흑색 공작' 의혹… 검찰 수사 의뢰 '후폭풍'영남 TK·PK 물갈이론 놓고 여권 후보들끼리 고소고발 '진흙탕'

지난 3월 4일 오전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인천 남구 갑에 출마한 20대 총선 후보자들이 공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공천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살생부 파문에 이어 여론조사 공천 자료 대규모 유출 사건까지 터지면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권 내부에서 조차 "공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살생부와 여론조사 파문 등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여권의 파행과 관련해 '공작설'이 나도는 등 새누리당 공천 갈등은 날이 갈수록 깊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후보 또는 특정 계파를 위해 음모나 공작을 꾸미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이 나돌고 있다.

잇따라 파문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사태를 자체 수습하지 못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여권 안팎에서는 "당이 계파 갈등으로 자정능력까지 상실했다"고 비판하는 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공천계파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후유증이 본선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TK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충청권 지역에서 여권이 아니라 제 3의 후보에게 유리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야권이 통합에 속도를 냄에 따라 지지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어 여권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집권여당 실태 비판여론

유출 된 새누리당 여론조사 문건.
살생부 파문과 여론조사 유출 사건을 두고 실망스럽다는 비판여론이 적지 않다.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집권 여당치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혼란이 계속되자 선거준비가 한창인 지역 현장에서도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예비후보는 "각종 음모론이 끊임없이 나오더니 결국 살생부 같은 게 등장하는 등 막장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면서 선거를 망치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탓에 당을 보는 지역 민심이 흉흉해고 있다. 이런 상황은 대체 누구의 책임이냐"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유출 사건이 정치권에 퍼지면서 이를 접한 새누리당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론조사 유출 건을 보고받은 직후 격노했다. 김 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당이 조사하기보다 선관위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진상 파악을 통해 공천과 관련된 당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선관위 조사를 언급한 것은 새누리당 내 계파간 '음모론'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론조사 유출추정 문건에 대해서 새누리당은 "유출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건의 진위에 대해서는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유출된 적이 없다고 밝힌 것과 확산되고 있는 여론조사문건이 진짜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새누리당이 별개로 보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최근 나도는 여론조사문건 내용과 실제 여론조사결과를 대조하는 것 외 진위를 가릴 수 없는데, 새누리당이 이를 공개적으로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 수 있어 일단 비공개로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이한구 20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이 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 사전유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공관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 유출은 "공관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외비유출 누구 소행?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문건 유출건과 관련해 내부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를 뒀다. 비박계 내부에서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문건이 실제 여론조사결과를 담은 것이라면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와 관련된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문제가 누구의 소행이건 이한구 위원장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여론조사는 이 위원장이 "현역 의원들이 어느 수준인지 기본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여러 우려가 제기됐었다. 우려들 중 하나가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와 비박계 공천관리위원들이 "돈만 낭비하는 쓸데없는 짓"이라며 "현역의원 컷오프를 위한 기초자료로 쓰려는 게 아니냐"고 비판한 사실을 상기할 때 문건유출 파문과 관련해 이 위원장의 신뢰성에 흠집이 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권 내부에선 이번 사건을 두고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이 추진한 여론조사작업에 상처를 입히고 공천주도 분위기를 비박계가 끌어오기 위해 누군가 공관위 자료를 유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살생부 파문으로 타격을 받은 김 대표 측이 다시 주도권을 되찾아올 기회를 가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말하자면 비박계 누군가가 이 위원장과 친박 주도의 공천작업을 흔들기 위해 자료를 유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다.

음모론이 확산되자 이 위원장과 친박(친박근혜)계는 여론조사 유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자체적으로 벌여 책임자를 잡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비박계가 비판의 수위를 높인데 따른 것이다. 친박계는 비박계의 '이 위원장 책임론'에 정면 대응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이 우선단수추천지역을 확대하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부러 여론조사 결과를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친박계 주변에 퍼지고 있다. 공관위의 공정성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흘렸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친박계에 적지 않다.

이 위원장은 문건 유출 사건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관위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본 뒤 즉시 반납하고 회수하는 조치를 한다"며 "중앙선관위 같은 권위 있는 기관들이 빨리 조사에 착수해서 공관위를 흔들려는 움직임을 차단해달라"고 적극 대응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예비후보자들 간에 고소고발이 진행되고 있거나 여권 후보들끼리 박빙인 지역의 특정 후보의 측근이 공관위 관계자를 통해 여론조사 내용을 빼돌려 작성한 문건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여권 내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인사를 살펴보면 영남지역 예비후보 K씨, 역시 영남지역 예비후보 L씨 그리고 경기수도권지역 예비후보 A씨 등이다. 이들 중 한명이 측근을 통해 내부자료를 빼돌린 것 아니냐는 말이 여권 주변에서는 무성히 돌고 있다.

내주 1차 경선 실시를 목표로 우선추천·단수추천 및 경선 대상 지역 선정 심사 등을 진행 중인 가운데 3일 오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카카오톡 등 SNS를 중심으로 지역별 공천 신청자 명단과 여론조사 수치로 추정되는 내용이 담긴 사진 여러 장 등이 유포됐다. 이들 문건에는 지역명과 현역 의원을 포함한 후보자 이름, 수치 이외에 출처는 명기돼있지 않다.

공관위원들은 지난 주 초 선거구 재획정에 따른 변경 지역과 1인 신청 지역을 제외한 지역들에 대한 사전여론조사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져 의혹은 점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유출 문건 내용이 진짜 여론조사 내용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예비후보들의 반발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전면적인 상향식 공천의 도입으로 인해 당내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거에서도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최대 100%에 이를 수 있다.

'여론조사 유출' 檢수사 의뢰 후폭풍

새누리당 소식통에 따르면 친박계는 여론조사 결과 유출 파문과 관련, 비박계가 이 위원장의 책임론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서자 초강수 조치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검찰에 수사의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상 조사에 착수한 것 공관위 내부에서는 공천 공정성에 심대한 타격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철저히 진상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여론조사 결과의 유출이 공관위의 업무 방해에 해당되고, 공직선거법 상의 중앙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조항도 위반했을 가능성이 커 검찰조사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놓고 당 내부에서는 내분이 심화될 수 있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친박과 비박이 서로 상대측을 이번 유출 파문의 배후로 의심하고 있어 '비박 살생부' 사건과 함께 새로운 계파 갈등의 불씨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친박계에서는 "공관위와 당의 신뢰성을 심각히 추락시킬 목적으로 누군가 고의로 유출했다면 이를 발본색원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진상을 축구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관위 소속의 김회선 클린공천지원단장은 아예 "이번 유출은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팀 실무자를 비롯해 공관위 관계자들 모두 유출 여부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대로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채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클린공천위원회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진상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공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살생부 파문이 터졌을 당시 최고위는 '공천과 관련해서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클린공천위원회가 즉각 조사해 엄정하게 조치하도록 한다'고 내부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 "검찰 수사 의뢰까지 검토가 된다는 것은 이미 친박-비박의 갈등이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나도는 여론조사유출 의심본에 대해 아예 부정하는 움직임도 있다. '진상규명'은 자칫 친박 비박 양측 공히 파멸의 길로 갈 수 있어 일종의 절충안으로 서로 '사실무근'으로 방향을 잡고 신뢰회복을 위해 다시 여론조사를 하자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근 "지금 유출된 것은 진본이 아니라는 보고가 있었다"면서 "또 여론조사는 기초자료이기 때문에 당장 공천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이번 유출사건을 두고 "여론조사 결과 사진이 모두 동일하고 수기가 아니라 프린트라는 점 등을 볼 때 유출 작업이 치밀했고 시점도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미디어로 일제히 이뤄졌다는 데서 의도적으로 이번 사태를 계획했을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 더민주 '컷오프' 실행 …정치권 '술렁'

1차 컷오프 현역 10명…최종 현역 교체율 40% 넘을듯

더불어민주당이 1차 컷오프로 10명의 의원의 공천 배제를 발표하는 등 현역 의원 물갈이에 시동을 걸고 나서면서 정치권에 동요가 일고 있다. 이 같은 물갈이 움직임이 다른 정당으로 확산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민주는 지난달 24일 현역 의원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기본으로 현역 의원 10명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하고, 대상자에 통보했다.

해당 의원은 지역구 의원 6명과 비례대표 4명으로 주로 주류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많이 포함됐다. 열린우리당 의장과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5선의 문희상 의원을 비롯해 4선 신계륜 의원, 3선 노영민 의원과 유인태 의원 등 중진이 모두 주류에 해당했다.

초선인 전정희 의원과 송호창 의원이 포함됐고, 비례대표는 백군기ㆍ홍의락ㆍ김현ㆍ임수경 의원이 해당자로 발표됐다. 뿐만 아니라 더민주는 486 출신 당 주류에 해당하는 강기정 의원의 광주 북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해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호남 물갈이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더민주는 내주 초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한 정밀심사를 마무리하고 2차 물갈이에 돌입할 계획이어서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2차 평가는 경쟁력과 윤리 심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3선 이상 중진 50%, 초재선 30%를 정밀심사 대상으로 분류해 공천 배제자를 걸러낼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역 의원 20%가 공천 배제자로 꼽혔지만, 더민주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역 교체율이 40%를 넘길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