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 이견… 안·천·김 갈라서나안철수 "통합 절대 불가… 비겁한 공작", 김종인 비판"이미 통합논의 굴러가고 있다" 천정배·김한길 긍정적총선 전 '통합' 무리…' 연대' 가능성 열려 있어

야권 통합설이 나오며 국민의당이 내분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는 속에 4일 오전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선대위원장, 안철수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 문제로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총선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제시한 야권통합론을 두고 당의 중심축인 안철수 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상임 선대위원장 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 대표가 "통합은 절대 안된다"며 완강하게 반대하는데 반해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 사람이 대립하는 것은 대권을 꿈꾸며 홀로서기에 나선 안 대표와 당장 20대 총선이 중요한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의 입장차 때문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 입장에선 당내 패권주의를 비판하다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해 대권 도전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이를 접을 경우 또다시 '철수(撤收)정치'라는 비판과 함께 대권행보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더민주가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안 대표가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안 대표 측에서는 이번 기회에 안 대표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현역 의원 영입 과정에서 퇴색했던 새 정치 이미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안 대표는 3일 부산여성회관에서 열린 국민 콘서트에서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더민주의 야권통합 제안은 필리버스터 정국의 국면전환용"이라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으로 해서 정권이 바뀌었나? 삶이 바뀌었나? 국민들이 웃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인 대표를 향해 "헌정을 중단시킨 국보위 수준의 전권을 장악했지만 당의 주인이 아닌 임시 사장"이라며 "당의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 총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패권주의ㆍ배타주의의 만년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통합이든 연대든 거부의 뜻을 명백히 밝혔다.

반면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은 여전히 야권통합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천 대표는 3일 "선거 목표의 우선순위가 30석을 얻는 것이냐, 새누리당의 과반을 저지하는 것이냐 라면 저는 후자라고 본다"며 야권통합 및 연대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한길 위원장도 2일 야권통합과 관련해 "양당 중심 정치를 극복해 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일당 독주를 허용하게 돼서는 안 된다는 당내 의견이 있다"며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당의 많은 의원들이 이야기한다. 이미 그렇게 해서 (논의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이 야권통합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4ㆍ13 총선 전망이 불투명한 것과 관련있다.

더민주는 천 대표를 겨냥해 그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 '고졸신화'영입인사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자객공천했다.

김 위원장의 총선 상황은 심각하다. 김 위원장은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서 새누리당 정송학, 더민주 전혜숙 예비후보에게 뒤지는 지지율을 보이며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시 상록구을)과 최원식 의원(인천 계양구을) 등 수도권 출마자 모두 3자 구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가던 호남에서도 더민주와 지지율 격차가 거의 좁혀져 광주의 임내현ㆍ김동철 의원 등도 당선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안철수ㆍ천정배ㆍ김한길 3인의 입장에 달라진 것은 없다. 안 대표는 발언 수위를 높이며 야권통합 논의 자체를 차단하려고 한다. 그러나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은 통합 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천 대표 측 관계자는 "야권통합 논의가 필요한데 안 대표 혼자 독단적으로 나가면 안 되는 것"이라면서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진정성 있는 통합을 제안해 오면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야권통합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안 대표는 '떠날 거면 떠나라'는 식"이라며 "당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3인은 야권통합뿐만 아니라 공천을 놓고도 견해차를 보여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3월 1주차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안 대표는 최근 5주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 한자리 숫자인 8.2%까지 내려앉았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각각 21.9%, 19%로 1ㆍ2위를 유지했지만 안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11.0%)에게도 밀렸다.

전국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당은 11%를 기록, 새누리당(45%)과 더불어민주당( 28.1%) 1, 2위에 이은 3위를 차지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33.4%로 더민주(33.7%)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주 조사 당시 더민주(27.9%)에 5.5%p 앞섰던 국민의당(33.4%)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더민주의 상승이 도드라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의 오너격인 안 대표의 통합 절대 불가론이 확고한 반면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이 통합 또는 선거 연대론에 쏠려 있어 최악의 경우 이들이 다시 '마이웨이'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3인이 독자 행보를 하는 것은 '공멸'할 수 있기 때문에 '공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게다가 최근 합류한 박지원 의원과 동교동계가 야권통합을 주장하고 있어 안 대표가 끝까지 '통합 불가론'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통합'하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시간상 어려움이 있고, 양측의 반발도 예상돼 '연대'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럴 경우 안 대표가 '통합 불가'에서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래저래 안 대표 입장에선 '또 철수'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상황이어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안 대표의 선택(통합, 또는 연대 수용 여부)에 따라 국민의당의 미래는 물론, 천 대표, 김 위원장과의 관계도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