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전 정권 비리 '정조준' 정-관-재계 '검은 커넥션' 칼 댄다특수수사 강화 내건 김수남호 총선정국 어디 주력하나정·경 유착형 범죄, 기업비리 수사에 총력 결과 미지수주가조작 사건 통한 정치권 비자금 수사도 주목

김수남 검찰 총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검찰의 특별수사 영역을 강화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구나 특수부 강화에 이어 부패범죄특별수사단(반부패부) 신설로 주목을 끈 검찰이 총선정국 때 어디에 칼을 겨눌지 정ㆍ관ㆍ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일단 공공적폐, 재정ㆍ경제 사건, 전문 직역의 숨은 비리 수사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검찰이 대검 중앙수사부의 후신으로 만든 반부패부가 조만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정치권 등에서는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총선정국임을 감안해 전 정권 비리와 연루된 정치인과 기업이 사정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 중 일부가 공교롭게도 전 정권과 연결된 비리 또는 위법 사건이라는 게 그 근거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일단 부인하고 있지만 얼마 전 마무리된 포스코, 농협에 이어 지금 진행 중인 KT&G, 롯데, 동일고무벨트 등 기업수사는 모두 전 정권 때 발생했거나 전 정권 핵심 인사가 연루된 사안이다. 이에 이들 수사를 두고 "그 내면에 검찰이 정치권과의 연계성을 살피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게 들린다.

검찰의 관계자는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이 현재 정치권 등 특정 방향을 겨냥해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이 사건에 연결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 과정에서 근거들을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특수수사 대형사건 손댈지 주목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달 29일 전국 특별수사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올해 수사 방향과 대상, 수사역량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이 꼽은 중점 수사 대상은 ▦공공분야 구조적 비리 ▦재정ㆍ경제분야 고질적 비리 ▦전문 직역 숨은 비리 등 세 가지다.

이 중 공공분야 구조적 비리와 관련해 검찰은 공기업의 분식회계나 비자금 조성 등 자금유용 행위, 대형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금품을 주고받거나 국책사업의 사업비를 부당하게 늘리는 행위를 수사하기로 했다.

공무원의 뇌물 수수나 지방 공무원이 지역 토착세력과 유착하는 공직비리 사건도 검찰이 주시하고 있는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특히 재정ㆍ경제 분야의 고질적 비리에 화력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 비리로는 기업주와 임직원의 횡령ㆍ배임을 포함한 기업 재산범죄, 시세조종ㆍ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 입찰담합과 같은 '민간 부문의 기업 경쟁력 저해 행위'를 꼽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세조종과 같은 이른바 주가조작 관련 부분이다. 검찰은 최근 정치권 등에서 학연, 지역 등과 연결된 기업을 통해 주가조작을 일삼고 이를 통해 상당한 정치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몇몇 기업에 대해 수사를 검토 중이다. J사 H사 M사 등 일부 기업이 검찰 안팎에서 유력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ㆍ금융비리로 625명이 기소됐고 이 가운데 177명이 구속됐다. 불공정거래 사범은 64명이 적발돼 6명이 구속됐다.

아울러 검찰은 국가보조금 부정수급, 각종 기금과 정부보증제도 부당이용, 조세포탈 범죄 역시 수사하기로 했다. 정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료상의 허위세금계산서 발급ㆍ수수행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재산 국외도피, 역외탈세 등도 엄단할 계획이다.

검찰은 교육과 법조, 언론, 방위사업 등 전문 직역군 비리와 관련해 이미 상당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분야는 교원과 교직원 채용·승진, 입학과 학위취득 등 입시비리, 학교·재단의 교비집행 관련 비리, 납품 시설공사 관련 금품수수 등이 대표적 범죄다.

법조와 언론 분야는 민ㆍ형사 사건 및 인ㆍ허가 관련 브로커, 무자격 법률사무 취급, 폭로기사 무마 명목 금품 갈취 및 광고ㆍ협찬금 강요 등이 중점 수사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몇몇 기업 등으로부터 복수의 언론사 관련 사례와 근거 등을 수집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또 방위사업은 납품과정의 편의제공 대가 금품수수, 시험성적서 등 위ㆍ변조, 군사기밀 탐지 등이 주요 척결대상 비리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이날 회의 기조에 맞춰 본격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親MB 기업인' 수사 특수부 풀가동

검찰의 반부패부와 특수부가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사정기관에서는 마치 정관재계 부패 수사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시점이어서 척결 지시에 발맞춰 검찰이 풀가동되고 있다.

검찰 사정(司正) 수사의 핵심으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꼽히지만 향후 반부패부가 중심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해 7월 말부터 농협 비리를 수사해 올해 초 최종 마무리를 지었다. 리솜 리조트에 대한 농협의 특혜 대출 의혹 수사가 농협 경영진의 납품 비리로 확대됐다. 포스코 건설 본사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특수 2부의 포스코 비리 수사도 8개월 넘게 진행됐다. 이어 특수 3부 역시 5개월째 KT&G 임원들의 비리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기업들은 모두 최고 경영진이 이명박 정권 시절 선임됐거나 연임(連任)되면서 친(親)MB 기업인들로 꼽혔다. 이에 일부에서는 친이계 인사들을 물갈이하는 수순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수사 착수 초기부터 검찰의 최종 타깃은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 포스코의 정준양 전 회장, KT&G 민영진 전 사장이라는 말이 돈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검찰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따로 하명이 된 사건도 아니고 검찰로 접수된 첩보를 통해 인지수사하거나 제보자의 제보에 의한 수사라는 것이다.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기업의 관계자가 전(前) 정권과 인연이 깊은 것은 우연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표적이 된 친이계 기업으로 최근에는 김세연 의원의 동일고무벨트가 주목받고 있다.

부산지역 대표 기업인 동일고무벨트는 철도 납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이 회사의 최고 핵심 실세는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동일고무벨트의 모회사 DRB동일의 최대주주로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 역시 정치권에 몸담았던 인물로 5선을 지낸 김진재 전 한나라당(사망) 의원이 바로 그다.

동일고무는 관련 업계에서는 공룡회사로 통한다. 우리나라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동일고무는 과거 철도마피아 즉 철피아 수사 때 청와대와 사정기관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철도에 사용되는 충격흡수용특수고무를 생산납품했는데, 거의 모든 하청을 독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철피아 수사 때 사정의 칼날을 비켜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김무성 등 친이계 실세의 영향력이 암암리에 작용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김 의원은 정관재계 혼맥의 중심으로 유명한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도 연결돼 있다. 김 의원은 한 총리의 사위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도 각별한 사이였다. 심지어 김 전 실장은 지난 2012년 10월 동일고무벨트 상근감사를 지냈는데, 비서실장에 내정되면서 퇴임했다.

동일고무벨트는 전라선 BTL(민자) 사업을 비롯해 경전선 함안~진주(BTL) 궤도공사, 익산~광주 송정 간 궤도공사에 캠플레이트(완충재), 탄성분리재, 바라스트매트 등을 납품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전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경 동일고무의 협력사 임원 A씨가 '납품 압력'을 제보했다. 이 협력사는 동일고무를 비롯한 철도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캠플레이트 등을 공급받아 이를 다시 시공사에 납품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사는 동일고무의 외압을 받고 동일고무 제품을 독일산(C사)인 것처럼 꾸며 전라선 BTL 사업에 납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동일고무 수사와 김 의원은 크게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이 회사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대주주라는 것 외에 회사 운영 내용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도 검찰과 함께 기업과 증권가를 본격적으로 겨눌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사당국의 증권가 불공정거래 수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 기관의 수장에도 시선이 쏠린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의 김홍식(46) 단장은 지난해 7월 부임한 이후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의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을 마무리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자본시장조사단은 고발 조치를 생략하고 신속하게 검찰에 통보했다. 금융당국의 회계사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을 조사하면서 지난해 6월 사상 처음으로 강제조사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금감원과의 공조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인사에서 발탁된 박은석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장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국장은 서울지검 검사,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창원지검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박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 시절이던 2009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서 'MB의 칼'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검찰 내 기획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2014년 금감원에 영입된 지 2년 만에 조사부문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 때문에 금융위-검찰보다 금감원-검찰 라인의 공조가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의 불공정거래 조사 분야 선임 부서인 자본시장조사1국은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장 감시팀을 따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말 임명된 서봉규(46)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장은 공정거래법 전문가다. 그는 공정거래법 관련 다양한 외부 강연에 나서고 있다. 그는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담합사건을 수사했으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관련 의혹을 수사했다. 서 단장은 국가안전기획부 차장,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역임한 정형근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윤지환기자 musasi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