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부상 야권발 개혁바람 일으키나… 경제전문가로 야권 킹메이커 역할도당규 개정하면서 '공천권'손에 잡아… 뛰어난 전략전술로 광폭 행보수도권서 맹활약 새누리당·국민의당에 위협적… 대선에도 영향 줄듯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왼쪽)이 지난 11일 오후 충남 공주시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사진을 찍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4ㆍ13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공천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활약이 정치권 이슈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김 대표가 야권의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더민주의 대권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후보 경선과 비례대표 후보 선출 등 선거 관련 핵심 업무의 근거인 당규를 개정하면서 '공천권'을 손에 쥐게 됐다. 이로써 이제 당내에서 그의 입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다.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 주변에서도 김 대표의 활약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4ㆍ13 총선과 관련한 김 대표의 광폭 행보와 관련, "김 대표의 전략전술은 제가 보기에는 아주 뛰어나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친박 핵심인 홍 의원은 지난 7일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수도권에서 출마하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들 입장에서 보면 지금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상당히 위협적"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의와 관련, 수도권에 출마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국민의당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선거를 하고 있다"며 "국민의당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20대총선 여성·성평등 공약 발표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호 2번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홍 의원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정치권에서 김 대표를 보는 대체적인 평가를 홍 의원이 밝힌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이대로 기세를 몰고 총선까지 나갈 경우 그가 일으키는 바람의 힘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종인의 힘' 어디까지 미칠까

더민주의 비대위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제20대 총선거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선출관련 당규와 후보자 추천, 선출 시행세칙 개정'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비대위는 당규 제13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과 함께 부칙으로 '제46조, 47조 및 제47조의2에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제20대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후보자 선정 및 확정 방법을 달리해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는 비례대표 선출과 심사에서 비대위의 정무적 판단과 개입 여지를 남긴 부분으로 경우에 따라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시행세칙도 일부 개정했다. 이는 공천관리위원회와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가 일원화된 상태에서, 지역구 후보자 공천 일정이 늦어져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선출 일정이 촉박해진데 따른 것이다.

후보자 공모분야는 심사 분야와 선출분야로 나뉜다. 심사 분야는 ▦유능한 경제분야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 분야 ▦민생복지 및 양극화 해소 분야 ▦사회적 다양성 분야 등이며, 선출 분야는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 ▦노동 비례대표 후보자 ▦전략지역(대구, 울산, 강원, 경북) 분야 ▦사무직 당직자 비례대표 후보자 등이다.

비대위는 먼저 선출분야의 청년 후보자 선출 방법을 변경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다. 청년대의원의 현장투표 참여율 저조와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청년일반당원 몫을 삭제하고 반영 비율을 바꾼 부분이 눈에 띈다.

청년대의원 투표 방법을 현장투표에서 ARS투표로 변경하고, 반영비율도 청년대의원 30%, 청년권리당원 70%로 개정했다. 기존에는 청년대의원 현장투표 20%, 청년권리당원 ARS투표 30%, 청년일반당원 ARS 또는 온라인투표 50%로 후보자를 선출했었다.

또 전략지역 후보자 선출 방법에 대해선, 당초 각시도의 전국대의원·권리당원 ARS 투표 30%, 유권자투표 70%를 반영해 선출했던 방식을 삭제키로 했다. 대신 공관위가 전략지역 후보자를 심사 후 선정하게 된다.

신청분야별 추천후보자 목록 작성을 손봤다. 심사분야에서 ▦유능한 경제분야 2~3인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 분야 2~3인 ▦민생복지 및 양극화 해소 분야 3~4인 ▦사회적 다양성 분야 3~4인을 추천키로 한 부분을 삭제했다. 심사분야 추천 규모를 정하지 않는 대신, 공관위가 필요에 따라 규모를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능한 경제분야에서 3~4인을 추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의 경우 경제ㆍ외교ㆍ안보 분야에 있어서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해왔는데, 이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친노 핵심도 불안한 나날

지난 11일 더민주의 주류 3선인 전병헌, 오영식 의원에 대해 김 대표가 컷오프 결정을 내리면서 야권에 충격파가 일고 있다. 두 의원은 '문재인 지도부'아래서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정세균계 주류 중진 의원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은 적지 않다.

이로써 더민주의 컷오프 현역의원 수는 18명으로 증가했다. 당내 최다선(6선) 이해찬 의원 등 7명의 현역이 공천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의 앞날도 예측불가라는 게 야권 안팎의 분석이다.

더민주는 이날 비공개 비상대책회의가 끝난 직후 서울 동작갑과 서울 강북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했다.

전 의원은 측근 비리가 컷오프에 작용됐다. 당초 공관위는 공천 정밀심사 과정에서 윤리평가를 후보의 측근까지 넓혀 시행할 뜻을 밝혔다. 전 의원의 경우 보좌관과 비서관이 정치자금법위반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을 받은 게 공천탈락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오 의원은 낮은 지지율이 문제가 됐다.

김성수 대변인은 "여론조사 결과 강북갑에서 오 의원의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야당 우세 지역임에도 지역상황이 안 좋았고, 오 의원을 대체할만한 인물도 있다는 것이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기준은 앞으로 남은 평가에서 공히 적용된다. 따라서 이 기준에 걸리는 이는 컷오프를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의 전체 컷오프 의원 수는 18명이 됐다. 컷오프가 시작되기 전 의원수(108명)를 고려했을 때 현역의원 교체 비율은 17% 수준이다. 앞서 문재인 지도부가 실시했던 '현역의원 하위 20% 평가'를 통해 문희상 의원 등 10명이 컷오프됐던 바 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하에서는 전병헌, 오영식 의원까지 포함해 8명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공천 정밀심사 대상 현역의원이 7명 남은 점을 감안할 때 컷오프 의원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박혜자(광주 서갑), 이해찬(세종), 서영교(서울 중랑갑), 전해철(경기 안산상록갑), 설훈(경기 부천원미을), 정호준(서울 중구), 이미경(서울 은평갑) 의원의 공천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해찬, 전해철, 설훈 등 친노ㆍ주류를 대표하는 중진급 의원들이 컷오프될지 관심을 모은다.

김 대표는 그동안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7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가 너무 사회적 문제에 집착하면 근로자 권익 보호는 상당히 소외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햇볕정책에 대해 "유효 시점이 지난 햇볕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 주목을 끌었다.

김 대표의 파격적 광폭 행보가 연일 정치권에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와 관련된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대표의 총선 이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김 대표가 언론을 통해 "정치를 원포인트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밝힌 부분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공개적으로 총선 이후 일단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정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적 있어 총선 결과에 따라 행보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쏠린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향후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더민주가 총선에서 선전을 하면 주위에서 간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킹메이커 역할은 충실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직접 대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야권에 힘있는 대권주자가 아쉬운 상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총선 이후 문재인 전 대표와 관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권을 앞두고 김 대표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문 전 대표의 견제로 두 사람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선을 위해 둘이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편 김 대표에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은 '김종인 흔들기' 방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천 갈등으로 각종 잡음을 내는 동안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더민주는 중도 보수 유권자에게 어필하며 순식간에 새누리당의 입지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왔다. 이에 여권에서는 더민주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과 함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