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범위 지역 단일화 물밑작업…새누리 ‘일여다야’깨지나 불안감

안철수의 선택 여-야 승부 핵심 포인트 되나 민심 오리무중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빨리 넘어야 생존 가능” 우려도

4ㆍ13 총선을 2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 연대’ 논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여권의 긴장감이 상승하는 등 연대 여부와 규모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일단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야권의 패배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가 시행된 104곳 중 새누리당 우세지역이 44곳,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우세지역은 각각 17곳과 8곳으로 나타났다. 1, 2위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지역도 44곳에 이른다.

국민의당 지도부의 반대로 중단된 서울 강서병의 야권 연대 논의가 재개된 데 이어 서울 중ㆍ성동을과 경기 고양갑 등 수도권 지역을 포함해 전국 30곳에서 후보 단일화 물밑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져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은 단일화가 성사되거나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어 야권연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가운데 더민주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간 첫 후보단일화가 성사됐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개별 야권연대를 추진할 경우 당과 사전에 상의해 달라는 지침을 내렸음에도 후보가 지침에 관계없이 독자 행동에 나서며 이뤄진 단일화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단일화 움직임이 다른 지역으로 연대 움직임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야권연대 총선 힘 발휘하나

서울 강서병에 후보로 나선 더민주 한정애 후보와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는 지난달 31일 여론조사 50%와 배심원제 50%를 혼합한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데 합의했다.

앞서 김 후보는 이날 낮 보도자료를 내고 “꽉 막혀 있는 수도권 단일화의 물꼬를 트고자 개인적 결단을 내렸다. 더민주 한정애 후보와 무조건적인 단일화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도부와 별도로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당 지도부가 상의 없이 후보를 등록하지 않으면 제명하는 등 엄정조치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는 “그 부분은 제가 감수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관계자는 “개별 후보의 단일화는 막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며 “당 지도부도 특별히 단일화하면 안 된다고 한 적이 없다. 김 후보를 제재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이 지역 말고도 여러 곳에서 단일화를 위한 물밑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국민의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관계없이 여러 곳에서 단일화 논의가 급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다른 지역 후보자들 중 일부는 공개적으로 단일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서울 중ㆍ성동을(乙)에 출마한 국민의당 정호준 후보도 더민주 이지수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면서 “이 시간부로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도부와 상의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정 후보는 “국민의당에 합류할 때부터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야권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고, 안 대표 역시 ‘개별 후보간 연대는 막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또 더민주 강서갑 금태섭 후보는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신기남 후보 등 야권 후보들에게 후보단일화를 제안했으며, 강서을에 출마한 더민주 진성준 후보도 이날 방화사거리에서 단일화를 촉구하는 ‘108배’를 하는 등 곳곳에서 단일화 촉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여권을 불안케 하고 있다.

더민주당와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단일화 도미노’현상이 벌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여전히 후보 단일화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독자적 단일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후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후보들 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지역도 없지 않은데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개별 단일화 행동을 제한할 수도 있어 실제 단일화가 얼마나 성사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단일화 약발 떨어지기 전에 연대

야권 안팎에서는 야권이 연대를 놓고 더 시간을 끌면 단일화를 하더라도 효과가 반감돼 야권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연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최근 일부 후보들의 단일화 합의를 시발점으로 곳곳에서 독자적 단일화가 이뤄지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른 지역 후보들 역시 비슷한 처지인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의 단일화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많다. 특히 단일화에 거리를 두고 있는 국민의당 지도부가 후보들의 개별 단일화 논의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가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일단 국민의당은 공식적으로는 “후보별 단일화를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를 달기도 하고, 후보들의 협상 조건 등에도 개입하는 등 ‘자율’에 맡기지는 않는 모습이다. 강서병 김성호 후보 역시 전날 한정애 후보와 합의를 마친 후 중앙당으로부터 협상 조건을 바꾸라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지하철 노원역 출근인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논의에 대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들을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 “누가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인가를 보고 주민들께 결정하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일화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최근 “개인적 후보단일화는 막지 않는다. 다만 사전에 당과 협의하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김 후보에게도 단일화 룰 등을 보고 당 차원에서의 의견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민주 관계자는 “자율적 단일화인데 중앙당에서 단일화 룰 등에 대해 의견을 낸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사실상 단일화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 역시 전주 덕진 김성주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선대위 회의를 열고 “국민의당이 싸울 대상과 연대할 대상을 거꾸로 인식하고 있다”며 후보간 연대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개별 후보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실제 협상이 이뤄지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일부에서는 어느 당이든 자신의 후보가 유리한 곳에서만 단일화를 하자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보를 하려는 후보가 없으니 단일화 논의도 정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철수 이번에도 연대 특수 누릴까

서울 강서병과 중구 성동을 등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등 연대 요구가 커지면서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안 대표의 막판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날(4월4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종인 대표는 단일화를 거듭 압박하고 있는 반면 안 대표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오전 전북 전주 덕진구의 김성주 후보 선거캠프에서 중앙당선거대책회의를 열고 “국민의당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싸울 대상과 연대할 대상을 거꾸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대표는 안 대표를 겨냥해 “통합과 연대를 거부하며 새정치를 이야기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을 허용하면 새정치는 없다”면서 “국민의당이 호남정신을 이야기 하지만 호남 정신은 통합”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 대표는 “일여다야 구도로는 새누리당과 현 정권의 경제 실패를 심판할 수 없으며 과반 의석도 저지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이 또다시 과반의석을 이룬다면 우리 경제는 잃어버린 8년이 아니라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김 후보의 단일화를 계기로 한 단일화 급물살 전망에 대해 “있더라도 소수”라고 거리를 두면서 향후 단일화 지원이나 연대 구축 가능성에 미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일단 더민주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국민의당과 단일화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시기가 늦어지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효과가 반감되는 만큼 더민주가 야권 후보 단일화 초읽기에 몰린 형국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로부터 “완주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국민의당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마음일 수밖에 없다. ‘더민주’라는 제1야당 간판을 떼고 단일후보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돌리거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에 일정 부분의 가산점 부여를 주장하는 등 ‘접바둑’ 식의 단일화 요구를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강서을에 출마한 진성준 더민주 의원은 김용성 국민의당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의지를 드러내겠다며 108배에 들어갔지만 김용성 후보는 강서갑과 강서병의 야권 단일화 협상을 지켜보며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진성준 의원은 “여론조사를 할 때 당명을 명시하지 않고 해도 좋다. 20%를 국민의당 후보에게 부여하고 여론조사를 시작해도 좋다”고 제안강도를 높이고 있다.

야권 단일화에 나선 국민의당 후보 대다수는 더민주 후보에게 정당 간판을 떼고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돌리자고 제안한 상태다. 강서갑의 김영근 국민의당 후보도 금태섭 더민주 후보에게 정당명을 명시하지 않고 여론조사를 돌리자고 했다. 대전 대덕 박영순 더민주 후보와 김창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합의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더민주 후보가 처한 상태에 따라 국민의당의 이 같은 제안을 받기 어려운 지역이 있다. 강서갑의 금태섭 후보 측도 “정당명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강서병과 대전 동구의 더민주 후보 역시 “한 정당의 후보인 만큼 정당명을 명시하지 않는 것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더민주 측 후보들은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덜 내어주는 단일화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야권 재야 원로들이 제안한 배심원 투표제 등의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