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변동 수상한 대기업 관련 주목…JITSIC 와 파나마 페이퍼 공동 대응

전 정권 주가조작 의심 기업 타깃 세무조사

주요사정기관 정·관·재계 비리 의혹 전방위 조사 착스

재계 ‘총선 후폭풍’ 정경 유착비리 연루 기업 손본다.

국세청이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세무조사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 대신 대기업의 역외탈세와 민생침해에 대해 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말하자면 대어를 잡기 위해 작은 고기는 놓아주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5일 열린 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6년도 세무조사 운영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때 국세청은 올해 총 조사규모를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유지해온 1만7000여건을 넘기지 않기로 정했다.

중소 법인의 조사 비율도 0.75%대를 지속하기로 했다. 중소 납세자의 조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법인은 20일 이내 서면조사로 끝내는 간편 조사도 확대할 계획이다.

주목을 끄는 점은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에 해당하는 역외탈세와 민생침해, 세법 질서 훼손행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조사를 펼칠 계획이라는 점이다. 또 금품제공 납세자는 세무조사를 벌이는 한편 불성실 세무대리인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실시된 역외소득ㆍ재산 자진신고기간이 지난달 31일 종료됨에 따라, 미신고자에 대한 국세청의 대대적 세무조사가 예고되고 있다.

국세청은 자진신고기간에도 신고하지 않는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관용이 없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철저한 사전조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소식통에 따르면 국세청은 자진신고기간이 지난 이후부터 외국에서 수집한 금융정보자료 등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향후 역외탈세와 관련된 검찰 국세청의 전방위 조사가 추진될 것이라는 말이 재계에 무성하다.

검은돈 주인찾기 통할까

역외소득ㆍ재산 자진신고제도는 역외소득 양성화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금년 3월 31일까지 자진신고기간 내 미신고 역외소득ㆍ재산을 신고할 경우 한시적으로 가산세 및 과태료 등의 처벌을 면제하는 내용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미신고 역외소득ㆍ재산 자진신고제도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법무부ㆍ국세청ㆍ관세청·금감원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을 출범 대대적인 홍보를 벌여왔다.

자진신고기한 내에 신고해 자진신고세액을 모두 납부한 경우 과거 신고의무 위반과 세금 미납에 대한 관련 처벌을 면제하는 혜택이 부여된다.

또한 세법 및 외국환거래법상 가산세(납부불성실 가산세 제외), 과태료, 명단공개도 면제되며 신고의무 위반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조세포탈, 외국환거래 신고의무 위반, 국외로의 재산도피 등 범죄에 대해 형법상 자수로 간주해 최대한 형사관용조치도 취해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비를 베푸는 것은 아니다. 신고한 소득 및 재산 형성과 관련해 횡령, 배임, 사기 등 중대범죄 및 불법행위가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간에 신고하지 않은 역외탈세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과세하고 형사고발 하는 등 엄정조치가 뒤따른다. 또 역외탈세를 조력한 자에 대해서도 조세범처벌법상 성실신고 방해행위 규정을 적극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역외탈세는 신고누락에 대해 부당과소 또는 무신고의 경우 본세와 신고불성실가산세가 무려 60% + 납부불성실가산세(1일 1만분의 3)에 해당하는 세법상 불이익은 물론 외국환거래법에 대한 과징금 조세범칙에 따른 고발조치 등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국세청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역외탈세공조협의체(JITSIC) 35개 참여국과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역외탈세 문제에 공동 대응한다고 밝혔다.

JITSIC는 2004년 회원국 간 조세회피 거래에 대한 과세정보교환, 국제적 조세회피 기법 및 동향 등의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구로 우리나라는 2010년 가입했다.

JITSIC 회원국은 프랑스 파리에 모여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해 공동 대응하기 위해 지난 13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었다. 지난 4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는 21개 조세회피처에 세운 21만 개가 넘는 페이퍼컴퍼니에 관한 자료가 담겨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JITSIC 참여국 과세당국은 역외탈세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독자 대응보다 글로벌 차원에서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또 일련의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소수 회원국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 국세청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데이터베이스(DB) 분석역량을 통해 JITSIC 참여국 간 공동대응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조세회피처를 통한 투자가 정상적 기업경영의 일환인지, 비정상적 역외탈세인지를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면서 “기업경영과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서 지능적 역외탈세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의 치밀한 준비는 이뿐만 아니다. 국세청은 최근 주목을 끈 사상 최대 규모 조세회피처 자료 중 한국인이 약 200명이 포함돼 있다는 뉴스타파의 자료를 파악해 이와 관련된 탈세 혐의를 포착하는 즉시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MB정권 관련 기업 집중조사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일부에서 제기됐던 관측대로 국세청 등 사정기관이 MB정부 관련 기업 사냥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왕자의 난’이라 명명된 경영권 쟁탈전으로 시끄러웠던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작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말이 무성하다. 검찰에서도 롯데 계열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롯데하이마트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지난 14일 밝혀졌다.

올해 초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이 세무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엔 롯데하이마트가 세무조사 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직원들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롯데하이마트 본사에 파견돼 수 개월의 일정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하이마트 측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국세청은 문제가 드러날 경우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어 특별한 ‘정기세무조사’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세무조사는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기 전인 지난 2009년 당시 하이마트에 세무조사가 실시된 이후 만 6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국세청에 하이마트와 관련된 제보가 접수돼 조사가 시작됐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롯데그룹의 ‘왕자의 난’ 이후 국세청의 칼끝이 계속 롯데를 겨누고 있어 조사가 매우 까다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롯데하이마트는 냉장고 TV와 모바일 부문의 판매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가전 전문점 시장점유율이 50%를 돌파했다.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한 2013년 시장점유율 46.6%에 비해 3.4%p 이상 올랐다.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8961억원, 영업이익은 160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8%, 10.9% 증가했다.

국세청이 롯데와 관련해 하이마트만 손 대고 있는 게 아니다. 롯데건설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 소식통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달 말부터 롯데건설의 회계자료 등을 확보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신동빈 롯데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기 시작한 이후 국세청은 롯데리아와 대홍기획,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을 세무조사 한 바 있다.

롯데건설 측은 “2010년 이후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 주변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건설을 통해 MB정부 때 특별한 관계를 형성한 만큼 롯데건설에 대해 상당한 추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한다.

국세청 무자비한 행보 재계 ‘덜덜’

MB정권 때 친 정권기업으로 알려진 현대중공업도 세무조사로 1228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노사 갈등과 사상 최악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 세무조사라는 잇단 악재로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측 관계자는 “수주가 반토막 난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선 세금 문제까지 겹쳐 이중고가 삼중고에 처했다”며 “과세액이 과도하다 판단해 국세청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각각 1200억원과 28억여억원의 세금 추징 통보를 받았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광주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정기 세무 조사를 받아 최근 28억3500만원을 납부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현대삼호중공업은 심판 청구 등 불복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는 지난해 4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정기 세무 조사를 받았고 최근 1200억원의 추징 통보를 받았다. 현대상호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모두 법인세 탈루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가 최악의 불황으로 생사기로에 놓인 가운데 1200억원의 세금 추징은 심하다는 판단 아래 최근 일부 추징 세금만 내고 과세전 적부심사와 더불어 조세 심판을 청구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들어 2월까지 수주액이 13억1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5억5100만달러)에 비해 48.5% 급감했다. 이들 3사는 올해 들어 2월까지 조선해양 수주액이 3억72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73.9% 줄었다. 올해 조선해양 부문 수주 목표 186억 달러의 2%에 불과하다. 이대로면 올해 목표액의 12%를 넘기 힘들 전망이다.

국세청은 현대종합상사에 대해서도 정기 세무조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달 말부터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현대종합상사 본사(연합미디어센터빌딩)에 인력을 보내 일반적인 법인세와 관련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1국은 6월 초까지 정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2012년 이후 4년 만에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다. 현대종합상사 외에 지난해 브랜드·산업유통 부문이 분할돼 설립된 현대C&F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C&F의 최대주주(지분율 17.96%)인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은 지난달 현대종합상사와 현대C&F를 기반으로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독립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산와머니, 러시앤캐시 등에 이어 국내 3위 규모로 자랑하는 대부업체 리드코프에 대한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착수돼 그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과 대부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리드코프 본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소속 조사요원 수 십명을 파견, 회계장부 일체를 영치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탈세혐의는 물론 대규모 경제·비리 사범 등 사정(司正) 성격의 등의 조사에 투입된다.

이 세무조사는 5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정기세무조사 성격이 아닌, 체계적으로 분석된 '탈세혐의'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심층(특별)세무조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드코프는 주업이 대부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매출의 상당부분은 S-OIL과 손잡고 진행하고 있는 석유사업(석유저장시설 임대 및 계열 주유소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드코프의 지난해 매출은 3718억원으로 전년대비 227억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530억원, 순자산은 2550억원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