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친노 대립각 수면 위 본격 부상…당조직 개편 계파갈등 재현 조짐

김종인 대표 체제 언재까지 유지할지 놓고 의견 조율

‘절반의 승리’ 문재인 안도 속 ‘위기설’도 대두

원내 제1당 등극…문재인-김종인 쌍두마차 역할론도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앞두고 안팎으로 술렁이고 있다. 더민주는 지난 22일 전당대회 준비 및 당조직 개편을 위해 본격적인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서 회의를 열고 Δ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 설치ㆍ구성 Δ조직강화특별위원회 설치ㆍ구성 Δ선거관리위원회 설치ㆍ구성 Δ공약실천단 구성 Δ경제 구조조정 특별위원회 구성 Δ보수단체 불법자금지원 진상규명 TF 구성 Δ김해영 청년위원장 인선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조직활동에 앞서 더민주는 언제라도 다시 불붙을 수 있는 내홍의 불씨를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체제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를 놓고 여러 의견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계파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갈길 먼 더민주 지도체제 관건

더민주는 전당대회를 열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중앙당 차원에서는 전대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강특위를 통해 지역조직의 재편에 들어간다. 각 위원회의 위원 구성 권한은 당무위원회에 있으나 김종인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비대위로 권한을 이양하는 안건이 당무위에 부의됐다.

더민주는 또 선거관리위원회를 조직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원내대표, 국회의장단 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당ㆍ시도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직된다. 김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기구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단체의 보수단체 불법자금 지원에 관한 TF도 구성된다.

박광온 대변인은 “구조조정 TF와 관련해 일각에서 예상하는 차원의 TF가 아니라 경제특별위원회라든지 좀 더 큰 틀의 위원회를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원장에는 이춘석 비대위원이 임명됐다. 구성 시기에 대해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구성원 추천을 받아 늦어도 5월 초에는 조직의 윤곽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19대 국회에서 시급한 민생 경제를 해결하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초석을 마련하는 새로운 개혁을 19대가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3당 원내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비대위는 공약실천단(가칭)을 조직하기로 의결했다. 정호준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가면서 공석이었던 청년위원장 자리에는 김해영 부산 연제구 당선자가 임명됐다.

더민주가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당 내에서 김 대표에게 당 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종인 대표 추대론’과 함께 친노(친노무현)ㆍ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내년 정권 교체를 위해 김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당헌ㆍ당규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만 거듭 밝힐 뿐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김 대표 체제로 일단 당이 힘을 모으는 게 결국 향후 문 전 대표에게도 득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친노계 인사들도 “총선에서 제1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의 힘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내년 대선까지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김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 역할론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당내 세력이나 조직이 부족한 김 대표가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은 낮다. 이에 최근에는 합의 추대론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당내 다수인 친노ㆍ친문 진영이 뜻을 모아 김 대표를 밀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선에서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문 전 대표와 관련, 김 대표가 당의 중심축을 맡으면 ‘더민주=친노ㆍ친문당’이라는 보수진영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한 인사는 “문 전 대표는 김 대표가 당 내부에서 어떤 존재로 역할을 하는 게 좋을지 주변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중”이라며 “일단 총선 전 계파갈등과 내홍을 감안할 때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자신의 입장이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다수의 의견을 모아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김종인 쌍두마차 역할론

김 대표는 4ㆍ13 총선을 불과 90일 남겨둔 지난 1월 15일 문재인 전 대표의 삼고초려에 따라 선대위원장을 맡아 ‘구원투수’로 더민주에 합류했고, 같은 달 27일 비대위 대표로 취임했다.

비대위 대표이자 선대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김 대표는 일단 1당을 차지한 성과를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탈당과 분당 사태로 어수선한 당을 빠른 속도로 안정화시켰다. 무엇보다 야권 분열 속에서도 더민주를 총선에서 123석의 원내 제 1당에 등극시킨 것은 정치사에 남을 만한 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공천 배제와 새 인물 수혈을 조합시켜 다른 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적 쇄신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고,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총선의 화두로 내걸고 경제정당 이미지를 통해 외연 확장에도 노력했다.

전국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호남에서 완패한 것 역시 뼈아픈 부분이자 숙제로 남아 있다. 김 대표는 25일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에 사과의 뜻을 표시하고 민심 보듬기에 나설 계획이다. 28일 충청, 29일 영남에 이어 내달초 전북을 방문한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수권정당을 위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최근 사석에서 “자족하고 안주해선 결코 안된다. 무엇보다 경제가 어렵다.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실제로 덜어줄 대안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야권에서 그동안 금기시돼 온 구조조정 화두를 선제적으로 꺼내드는 등 ‘경제정당’ 을 내세운 집권플랜 가동에 시동을 걸었다. 또한 자신이 취임한 1월15일 전으로 당이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총선 이후의 김 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정작 김 대표는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당 내부에서 나오는 말만 무성할 뿐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차기 더민주 대표로 그를 옹립하는 합의추대론이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 경선 실시 요구와 더불어 김 대표의 자진사퇴 요구도 만만치 않아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김 대표 측은 일단 “김 대표가 무슨 자리를 하겠다는 욕심은 추호도 없다. 당내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 놓고 순리대로 가자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와 관련해 대선 출마 가능성과 킹메이커론이 돌았지만 지금 분위기에서 대선까지 전망하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견해가 나온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관측만이 있을 뿐이다.

이처럼 김 대표의 행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자 그를 영입한 문 전 대표와 관계형성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그가 문 전 대표와 전략적 제휴 및 견제를 계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계파주의와 거리를 둔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향후 서로 노선이 엇갈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문 전 대표가 대선 지지율 1위인데다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어 일단 김 대표 쪽에서 문 전 대표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 전 대표가 합의추대 논란의 해결사 역을 맡아 김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개입 불가를 선언하며 당내 논의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상태다.

경제문제 등 국민정서 공략

이와 함께 더민주는 지난 22일 전대준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차기 지도부 선출 작업에 돌입했다.

당내에서는 이미 당권을 준비하는 주자들이 있는 만큼 경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다고 김 대표에 대한 ‘합의추대론’ 요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합의추대론’역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김 대표가 경선에 참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뒷말을 없애는 유일한 길이라는 말도 들리고 아예 전당대회를 연말에 치르자는 ‘전대 연기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당분간 지도체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이날 비대위에서 전대준비위와 선거관리위원회 설치를 의결하고 구성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해 달라는 안건을 당무위에 부의했다. 아울러 전대에 대비한 조직개편을 위해 조직강화특위를 설치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여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주도권 경쟁이 격해지는 시기인 만큼, 전대를 통한 지도체제 안정을 서두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7월초에 전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 내부는 지도부 구성 방식을 두고는 경선 주장과 김 대표 합의추대론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각종 형평성 문제를 놓고 불과 얼마 전까지 내홍을 치렀던 ‘경선 불가피론’에 무게가 실리는 듯한 모습이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당권주자 중 한 명이라도 경선을 요구하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며 “최근에는 당선자들 사이에서 추대 반대 의견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어서 경선으로 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김 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총선 승리가 김 대표의 공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호남에서는 친노 패권주의 반발에 김 대표의 실책이 겹쳐 참패했다는 주장이다. 추가 검증을 위해 경선도 없이 무조건 김종인 체제로 간다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한편 더민주는 기업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 정책 전반을 검토할 ‘경제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등 경제 문제 해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이번 총선에서 ‘문제는 경제’라는 메시지로 제1당이 된 만큼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며 ‘경제정당’의 면모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민주는 당 안팎의 경제전문가들을 초청, 가칭 ‘경제특별위원회’를 꾸린다.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을 초빙하기 위해 김 대표가 직접 인선을 챙기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구조조정 문제와 함께 경제정책 전반을 검토하고 대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더민주는 지난 22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전문가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놓고 봤을 때 어떻게 가야 하겠다 하는 우리 나름대로의 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는 더 이상 우리 경제의 성장·발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위원회에서 경제 정책 전반을 검토해 당의 경제정책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더민주는 정부 측에서 조속하게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어 올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정부 스스로가, 면밀하게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제대로 된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줄 것을 바란다”며 “그것에 따라 우리가 협력할 것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조속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적절한 실업 대책이 마련될 경우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