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반기문-안철수 단일후보 대 문재인 대결로 귀결되나

‘제3의 정치’ 매개로 반기문-안철수 손 잡을 수도…문재인 더민주 후보 확실시

반기문, 현 새누리당 아닌 새로운 여당, 제3지대 후보로 출마 가능성

총선 민심 중도, 합리적 보수(진보) 새정치 요구…반기문ㆍ안철수 정치 성향

이원집정부제 개헌,‘연정론’도 반기문ㆍ안철수 연대 가능성 높여

4ㆍ13 총선 후 정치권의 관심이 차기 대선에 모아지지고 있다. 이번 총선은 2017년 19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총선과 동시에 ‘대권 전쟁’의 막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선주자들이 각 당의 총선을 주도한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다.

총선 결과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사실상 대권 레이스에서 탈락하거나 깊은 상처를 입은 반면, 야권의 잠룡들은 ‘날개’를 달았다. 비상이 걸린 여권은 구원투수 물색에 나섰고 야권 잠룡들은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대선은 차기 주자들의 행보와 대선구도에 따라 대권의 주인이 결정될 전망이다.여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등이 차기 주자 반열에 올라있고,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 김부겸 당선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등이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총선 후 정치지형이 달라지고 대선구도에 변화가 오면서 대선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선에서 영남ㆍ호남의 견고한 지역주의에 균열이 왔고, ‘여권=보수, 야권=진보’라는 등식이 상당 부분 깨졌으며, 이념보다 정책을 우선하는 탈정치와 경향이 잠룡들의 지지율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대권 경쟁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나 야권에서 진보에 가까운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선두에서 주춤하는 사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대선구도 변화와 관련있다. 장외 잠룡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는 것도 대선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ㆍ안철수ㆍ반기문 3인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고, 대선구도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이들 3인이 2017년 대선에서도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총장이 여당 후보,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는 야당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당사자와 지인, 측근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전혀 다른 선택도 감지된다.

반 총장은 출마할 경우 여당 후보가 유력하지만 새누리당과는 다른 여당이거나 현재의 여야가 아닌 제3지대에서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예상된다. 문 전 대표는 야당 후보가 확실하지만, 안 대표는 야당후보이거나 여당과 연정을 통한 통합후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안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손을 잡거나 지난 대선과 같은 문 전 대표와의 후보단일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반 총장과의 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안 대표 주변에서는 대선 상황에 따라 반 총장과 연대하거나 후보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정치권에서는 19대 대선 전 개헌을 통해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형태로 권력구조가 변화면 반 총장과 안 대표의 연대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3인의 유력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19대 대선을 전망해봤다.

4ㆍ13 총선, 차기 대선지형 밑그림 나와

4ㆍ13 총선은 야권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전체 의석(지역구+비례대표)에서 제1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참패해 종래 152석에서 122석으로 급락하며 제2당으로 밀려났다.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제1당에 올라섰고, 국민의당은 ‘녹색돌풍’에 힘입어 38석으로 당당히 제3의당으로 자리잡았다.

총선은 대선주자들에 직접 영향을 주며 차기 대선지형의 밑그림도 그렸다.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낙선해 재기가 어렵게 되거나 깊은 상처를 입은 반면, 야권 잠룡들은 ‘날개’를 달면서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총선을 이끌었던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참패로 대선 레이스에서 한참 뒤처졌고, 당선되면 비상할 것으로 예상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낙선되면서 재기가 불투명하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낙선과 함께 사실상 대권 경쟁에서 멀어졌다.

유승민 의원이 당선되면서 여권의 잠룡으로 급부상했지만 당내 기반이 약하고 청와대와 관계도 껄끄러워 최종 대선후보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권에서는 ‘구원투수’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은 대선에 일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와 어느 당으로 출마할 것인가를 놓고 견해가 갈린다.

야권은 총선 승리를 계기로 대선 주자들이 넘치는 듯한 양상이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해 야권의 무덤인 TK(대구ㆍ경북) 살아 온 김부겸 당선자, ‘정치1번지’ 종로에서 여권 잠룡인 오세훈 전 의원을 꺽은 정세균 의원,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10명 가까이 된다.

최근 대선후보 관련 여론조사에도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대표가 1ㆍ2위를 다투는 등 야권 주자들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국민일보의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권 대선후보 중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이 17.6%로 1위를 차지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10.7%로 2위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0.2%로 3위였다.

야권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30.7%로 지지율 1위였고, 2위는 안철수 대표였다. 3위는 김부겸 당선자(9.9%)가 차지했고, 4위는 박원순 서울시장(4.7%), 5위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4.3%)다.

야권의 문재인ㆍ안철수 지지율이 여권 대선후보들 보다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월간으로 조사하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안 대표가 지난주 대비 10%p(포인트) 급상승한 21%로 1위를 차지했고, 문 전 대표는 지난주 대비 1%p 떨어진 17%로 2위였다. 3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으로 지난주 대비 2%p 하락한 7%였고 4위는 6%의 지지를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5위는 4% 지지를 받은 유승민 의원이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3%에 불과했다.

‘반기문 대망론’ 이상기류, 반 총장 선택은?

여권 대선주자들이 지지율에서 야권 주자들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면서 새누리당과 청와대 안팎에서는 반기문 총장에 대한 구애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반 총장은 올초 언론사들이 신년을 맞아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예외없이 1위를 기록했다. 현재도 여권의 어느 대선후보보다 압도적으로 앞서고, 야권의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에 앞서거나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특히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노골적인 주장을 펴기도 한다.

반면 비박 진영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충청권과 일부 의원들이 ‘반기문 대망론’에 지지를 보내는데 반해 상당수 의원들은 침묵하거나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을 거론한다. 하지만 이들 비박도 반 총장의 경쟁력을 인정하면서 단지 친박의 득세를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야권의 대선후보로서 반 총장의 몸값이 한창 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형 악재가 터졌다. 반 총장이 1980년대 외교부 소속 공무원 시절 당시 미국에서 망명생활 중이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향을 관찰해 상부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외교부가 비밀해제 문서를 공개하면서 알려진 반 총장의 과거 일은 DJ의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할 때 반 총장의 정치 입문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대권 도전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직후 반 총장 관련 내용이 담긴 외교문서가 공개된 것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안팎에선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유력한 차기 주자인 반 총장을 흠집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구나 외교문서공개 규칙에 여러 제외조항이 있음에도 반 총장 이름이 들어간 것은 특정 세력의 ‘반기문 죽이기’ 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정 세력’과 관련해 친박과 청와대 쪽은 김무성 전 대표 진영을 의심한다. 친박과 청와대가 반 총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밀려는 것을 경계한 김 전 대표 쪽에서 반 총장에게 치명타를 가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도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우호적 행보를 해 온 것과 친박이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내세우려 했던 점에서 비박 진영에 의혹이 쏠린다.

반면 친박 핵심부가 반 총장을 묶어놓기 위해 일을 꾸몄다는 분석도 있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를 지켜보고 대선과 관련해 불출마하거나 새누리당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야권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쪽에서 여권의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는 반 총장의 약점을 공개했다는 분석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외교문서 파문이 향후 반 총장의 대선 관련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에선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접을 수 있다는 분석도 한다.

야권 동상이몽, 문재인-안철수 다른 대권 셈법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은 차기 대선 고지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민주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측과 문재인계 간 ‘오너 전쟁’으로 시끄러운 것이나 국민의당 안철수계와 호남 출신이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도 궁극적으로 대권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당의 주인을 놓고 김종인 대표 측과 친노(친모무현), 문재인계가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겉으론 당권 경쟁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대권에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진영은 당을 장악한 뒤 대선 레이스를 독주해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김 대표가 당권을 차지할 경우 예상치 않은 수를 쓸 수 있다고 경계한다. 가령 대선 과정에 문 전 대표에 불리한 행보를 하거나 언재든 대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김 대표가 호남 출신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멘토를 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 과정에 후보단일화가 다시 불거질 경우 어떤 선택을 할지 신뢰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때문에 전당대회 전 당을 접수하거나 전대에서 김 대표를 ‘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더민주가 총선 후 사실상 ‘문재인당’으로 사당화된 만큼 김종인 대표가 독자적 운신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다시말해 더민주 대선 후보는 문 전 대표가 유력하다는 해석이다.

국민의당은 의석수나 영향력에서 제3당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면서 캐스팅보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 예상된다. 총선 결과 야권의 핵심 정치 기반인 호남의 주인임을 인정받은 데다 최대 유권자가 있는 수도권에서 더민주를 제친 것은 차기 대선에서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이 ‘녹색돌풍’을 일으킨 데는 호남의 절대적 지지가 최대 동인이지만 이 또한 대선 주자 안철수 대표가 있기에 가능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는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단연 안 대표를 꼽는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정동영 당선자도 있지만 여론과 당내 구도상 안 대표를 넘을 수 없다고 전망한다.

안 대표의 대권 행로는 탄탄대로처럼 보이지만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 대표의 대권 도전에 가장 큰 동력이자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호남세력이다.

안 대표의 대권 행보 방향과 연정(聯政)에 대해 안철수계 인사들과 호남세력은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안 대표 측은 대권 행보와 관련해 세 확산을 위해 좀 더 중도ㆍ보수로 ‘우클릭’ 해야 한다고 하지만 호남 정치인들은 우클릭에 부정적 내지 소극적이다.

‘연정’과 관련해서도 안 대표 측은 더민주와 거리를 두고자 하지만 호남 의원들은 연정과 연대에 제1순위는 더민주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손꼽히는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연정론과 관련해 지난달 24일 “당 가치와 노선을 잘 이해하고 협조가 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지 이 당, 저 당 못박아 놓는 것은 연정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세력 등 모든 정치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상돈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연정까지는 비약적인 해석’이라면서도 “이 난국을 헤쳐나갈 능력이 없는 박근혜 정부가 두 야당 또는 세 야당에게 도움을 청하면 야권도 최대한 협력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방법으로 ‘거국내각’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연정론’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안철수계의 ‘누구든 연정 가능’이라는 입장에 비해 당내 다수인 호남 의원들은 ‘더민주를 기본으로 하는 호남중심 연정’을 주장해 다른 견해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원내대표로 합의추대된 박지원 의원은 이날 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무슨 새누리당과 연정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이제는 DJP 연합(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JP) 총재가 연합해 대권을 차지함)을 생각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기존 안철수계의 의견을 정면 반박했다.

주승용 의원도 “우리나라도 이제 다당제와 연립정부가 정착돼야 한다”며 연정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그러나 여당과의 연정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고 했다.

호남 의원들은 ‘연정’에 소극적이거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새누리당과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 대표 측과는 상당한 견해차가 있다.

‘반기문-안철수 연대’ 가능성과 한계

반기문 총장은 위기에 처한 여권에서 대선과 관련해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반 총장은 총선 직후인 4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WB) 본부에서 열린 행사 참석 후 한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대권 관련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가벼운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반 총장은 우회적으로 대선에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기문 총장은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간) 3년 만에 국내 언론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평소 소신에 대해 언급했다.

반 총장은 대선과 관련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 대신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반 총장은 자신의 신념을 물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는 뜻의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덕목은 물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늘 조용하게 있는 것 같지만 강하게 할 때는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상당히 강하게 맞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과 대권에 대해 침묵했지만 한국 기자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소신과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반 총장은 지난해 5월 개성 공단 방문을 시도해 권력의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반 총장을 잘 아는 지인들은 반 총장이 책임감과 소명의식 분명하다며 단순히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통일 대통령’이란 명분이 주어지면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 크고, 특히 북한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 총장이 대선에 나올 여건은 상당하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하지만 반 총장이 현재의 새누리당 후보로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여당 후보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과 현재의 여야가 아닌 ‘제3지대’에서 출마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총선 후 여당의 모습을 보고 반기문 총장이 과연 대선에 들어가야 될까. 아니면 명예롭게 그냥 사무총장직을 퇴임할까 하는 고민을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에 미래가 없다면 여당 후 보로 대선에 출마할 기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 멘토를 한 윤여준 전 황경부 장관도 “누구도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대통령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 총장이 대권에 뜻이 있다면 박 대통령, 여권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여권의 한 중진 전략가는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무관할 수 없는 만큼 물밑에선 소통하면서 외부에선 전략적으로 거리를 둔 행보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새누리당으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아무리 반 총장이라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새누리당이 환골탈태하거나 새로운 정치 상황에서 반 총장이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상황’과 관련해 새누리당을 포함해 정치권 빅뱅이 일어나 중도, 합리적 보수(진보)가 연대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되는 것으로 반 총장과 안철수 대표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안 대표 측은 대선과 관련해 ‘연정’에 의지를 보이며 여당도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의 새누리당에는 실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안 대표가 지향하는 중도,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 새누리당이 변한다면 연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변화에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제3지대에 중도와 합리적 이념에 기반한 정치세력이 출현하는 정치권 빅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세력을 총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반 총장을 꼽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반 총장과 안 의원이 독자적 대권 행보를 할 수 있지만 정치성향과 각각의 약점 등을 이유로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 총장과 안 의원 모두 중도 성향의 지지 기반과 정치 지향점이 유사하다는 점, ?총장이 국내 기반이 취약한 반면 안 의원은 야권 전체를 아우르기 어렵다는 약점, 그리고 통일ㆍ정치ㆍ경제 등에서 개인의 영광보다 ‘대의’를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연대’의 배경으로 제시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 간에 차기 대선과 관련한 ‘묵계(黙契)’를 전제로 현재의 여야가 아닌 제3지대(제3세력)에 기반해 대선에 나설 수 있고, 안철수 의원 세력이 ‘제3세력’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반 총장이 충청 출신이고 안 의원이 주로 호남의 지지를 받고 있어 ‘신(新)DJP’ 연합으로 차기 대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안 대표는 평소 반 총장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 인사는 “안 대표가 국제사회에서 반 총장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큰 정치를 한다면 반 총장과 같은 인물과 함께하고 싶다는 견해를 보인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안 대표가 지난해 더민주를 탈당하면서 내세운 명분이 ‘정권교체’인데 이는 단순히 집권 주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정치세력’ 변화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의미”라며 “반 총장 또한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런 정도의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선다면 안 대표와 ‘대의’를 위해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중엔 박근혜 정부 임기내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개헌을 할 경우 반 총장과 안 대표 간 연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대통령과 실세 총리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 반 총장이나 안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 측근 인사들은 차기 대선에서 야권 후보단일화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고, 문재인 전 대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대표 또한 지난 대선의 ‘악몽’을 단호하게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 대표 측 인사들은 차기 대선과 관련한 ‘연정’을 두고 당내 다수인 호남 정치인들이 더민주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한 측근 인사는 “더민주와 차기 대선을 논의하는 것은 지난 대선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국민의당과 안 대표가 지지를 받은 것은 호남 정치인이 아니라 호남 그 자체”라며 “당내 호남 정치인들이 더민주와의 연대를 계속 주장하면 결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안 대표 측근 인사는 “이번 총선은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보여줬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존중하라는 것이다”며 “안 대표는 국민만 보고, 국민이 바라는 대로 대선에 나설 것이며 당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정’ 또한 국민의 뜻에 따라 그에 부합하는 세력이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연대 할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기본적인 생각이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측근 관계자들의 입장과 견해를 종합하면 차기 대선과 관련해 안 대표는 반 총장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문 전 대표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대선이 반기문ㆍ문재인ㆍ안철수 3인의 게임으로 진행될 것이 분명한 가운데 ‘반기문-안철수’ 연대와 문재인 전 대표와의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박종진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