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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더민주 김종인-문재인 갈등 진로는

당 주도권 쟁탈이 핵심…대선구도 따라 ‘김-문 갈등’ 양상 변할 수도

‘호남 참패 책임론’놓고 김-문 진영 충돌

김-문 관계 ‘비대칭게임’, 문재인에 유리

8월말∼9월초 전당대회, 김종인 시한부 대표

대선 국면에 김-문 갈등 달라지나 승자는 文 될 것

총선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그 배경엔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호남 참패 책임론’이 자리잡고 있다.

4ㆍ13 총선 호남 참패 평가 토론회에서 친노(親盧)ㆍ친문(親文) 주류측은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파동’으로 지지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것이 호남 패배의 요인이라며 ‘김종인 책임론’을 제기했다.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으로 망했다” “김 대표의 국보위 참여 논란이 공격 소재가 됐다”고도 했다.

반면, 김종인 대표는 자신 때문에 호남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당내 일각의 비판에 대해 “패배하지 않은 선거 결과를 가지고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라 보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는 문-김 갈등을 부채질했다. 그는 “호남 참패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분이 있는데 김 대표에게 그렇게 공격하면 김 대표는 굉장히 화가 날 것 같다”고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나 더민주의 호남 참패 책임론 이면에는 향후 당 주도권을 둘러싼 쟁탈이 자리잡고 있다. 전당대회 시점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당내 갈등도 같은 맥락이다. 총선 직후부터 더 민주 내부에서는 올 12월까지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를 유지하자는 ‘전대 연기론’과 6ㆍ7월에 새 대표를 뽑자는 ‘조기 전대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추미애 의원은 “호남 패배를 가져온 현 비대위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더민주의 심장인 호남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무너진 지지 기반의 이탈을 막고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현행 과도 체제를 종식시키고 당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자체가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편법적 기관이기 때문에 오래 가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지만, 초기의 한 3~4개월이 당이 앞으로 4년간 운영할 때 큰 영향을 주게 된다”고 전대 연기론을 밝혔다.

이런 격한 논쟁 속에서 더민주는 지난 5월 3일 국회의원 당선자ㆍ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매듭지었다. 예상을 깨고 회의를 시작한지 단 37분만에 만장일치로 8월말∼9월초에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당 대표 등 새 지도부를 뽑기로 했다. 김 대표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하시라도 비대위를 해산하고 떠날 용의를 갖고 있다”며 “20대 국회 원구성후 전당대회 개최를 준비한 뒤 물러 나겠다”고 선제적인 입장을 밝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이로써 그동안 새 당 대표 선출을 놓고 불거졌던 더민주의 내홍이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치란 변화무쌍한 것이다. 정해진 시기에 전당대회가 열릴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8월에는 국정감사를 준비해야 하고 9월엔 정기국회가 시작돼 더민주는 전당대회를 내년 초로 또 연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 이후 김종인 대표의 역할에 대해 문 전 대표와 김 대표 두 사람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문-김 두 사람이 만찬 회동을 했는데 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 연장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문 전대표가 김대표에게 대선때까지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여하튼 만찬 회동 이후 김 대표의 문 전대표에 대한 비난이 잦아졌다. 지난 4월 25일 김 대표는 광주를 방문해서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는 분들은 각자 능력에 따라 대선 후보가 될 수 도 안 될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는 다소 거친 발언을 했다. 듣기에 따라선 내년 대선에서 “문재인은 안 된다”는 말처럼 들렸다.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선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이다.

비록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선 절충안이 채택되었지만 그렇다고 김-문 갈등이 끝난 것이 아니다. 반대로 갈등이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종인 대표가 비상한 상황에서 더민주에 들어와 총선에서 당을 제1당으로 올려 놓은 공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모든 승리의 요인을 김종인 대표의 판단과 전략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그 이유는 총선 이후(4월 16일) 문화일보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서 잘 나타났다. 더민주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이유로 ‘정부와 새누리당이 잘못한 것에 대한 반사 이익으로’가 68.2%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한 효과 때문에’(14.6%), ‘친노무현세력의 패권주의를 청산하려는 노력 때문에’(8.4%) 순이었다. 김 대표는 친노 운동권 정당 체질 개선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보고 이것이 총선 승리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믿고 싶지만 정작 유권자의 선택에서 이런 이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더구나, ‘486 운동권’ 출신인 3선의 우상호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더민주 국회의원 당선자 123명 중 범친노ㆍ친문 인사가 70여명에 달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김종인 대표의 레임덕(lame duck)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리를 쩔뚝거리는 ‘레임 덕’(lame duck)이 될지 아니면 아에 팽 당하고 정치적 뇌사 상태에 빠지는 ‘데드 덕’(dead duck)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재인- 김종인 두 사람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비대칭(asymmetrical) 게임’으로 정형화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문 전대표를 향해 “무슨 얼어 죽을 대주주냐”고 항변해도 문재인이 대주주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분명 김종인은 바지 사장에 불과하다. 만약 바지 사장이 좋은 실적에 도취해 대주주를 몰아내고 회사를 차지하려고 하면 결국 팽(烹) 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 친문계 손혜원 당선자가 김 대표를 겨냥해 “노인은 바뀌지 않는다”고 쏘아 붙인 것이 레임덕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김종인 대표가 겪는 비슷한 정치 상황이 1985년 총선직전 창당한 신한민주당(신민당)에서 일어났다. 당 총재는 이민우였으나, 실질적으로는 김영삼(YS)과 김대중(DJ) 양김이 대주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2ㆍ12 총선에서 신민당 돌풍이 일어났다. 창당한 지 불과 한 달도 채 안된 신생 정당 신민당이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에서 압승을 거두며 지역구 50석과 전국구 17석을 합쳐 67석을 획득해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전두환 신군부가 주도해 만든 관제 야당인 민한당은 70석에서 반토막이 나 35석을 얻는데 그쳐 제2야당으로 추락했다. 총선후 민한당에서 이탈한 의원들이 신민당에 가세하면서 의석수가 103석으로 늘어났고, 명실상부한 제1야당으로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전두환 정권과 격렬하게 대립했다. 그런데 신민당 돌풍이 마치 자신의 업적인양 착각한 이민우 총재는 1986년 12월에 전두환 정권이 민주화 조치를 먼저 단행할 경우 내각제 개헌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이민우 구상’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주주인 DJ와 YS를 중심으로 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파가 이민우 구상에 대해 반발하였고, 결국 1987년 4월 양김이 자파 의원 74명을 이끌고 집단 탈당해 통일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이민우 총재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정치 시장에서 바지 사장은 한방에 날라 갈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 사례다.

여소야대의 3당체제에서 내년 대선과 관련해 전개될 시나리오는 크게 다섯 가지이다. 첫째,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 당이 각자 대선 후보 선출해서 경쟁하는 경우다. 새누리당은 ‘3자 필승론’, 야당은 ‘3자 필패론’을 제기 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정당 득표는 33.5%인 반면, 더민주는 25.5%, 국민의 당은 26.7%였다는 것이 대선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중도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더 민주는 문재인-김종인 간에 또 다른 협력 체제가 만들어 질 수 있다. 반대로 김 대표는 중도 개혁 성향의 손학규 전 대표와 전략적 연대를 통해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할지도 모른다. 둘째, 국민의 당이 반으로 쪼개져 일부는 더 민주로 ?수되어, 새누리당, 확대된 더민주, 축소된 국민의 당이 3파전으로 경쟁하는 시나리오다. 셋째, 1997년 DJP 연대와 같이 두 야당이 별도로 존재하면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시나리오다. 넷째,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대선을 앞두고 합당한 후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다섯째, 대한민국에서 한번도 해보 않은 영남과 호남이 결합하는 지역 연대 시나리오다. 최근 새누리당(영남)과 국민의당(호남)이 연대하는 ‘연립 정부론’ 얘기가 흘러 나오는 것은 이런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다.

요약하면,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에 따라 김종인-문재인간의 갈등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정치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이다. 조직과 세력이 있는 문재인이 명분과 논리를 갖고 있는 김종인을 결국 제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힘의 정치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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