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ㆍ경제 병진 노선’…핵무기로 경제 압박…朴정부 불응시 무력도발 가능


36년 만에 열린 북한 7차 노동당 대회를 놓고 국내외에서 여러 해석이 나왔다. 대체적으로 특별한 성과가 없는, 과시용 행사였다는 평가다. 북한이 기존의 노선을 고수하며 종래 주창해온 것을 반복하고 새로운 통일ㆍ대외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가장 큰 변화는 김일성ㆍ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김정은 시대’를 추진해 나간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김일성ㆍ김정일 시대는 대외 관계에서 협상의 여지를 폭넓게 남겨 뒀지만 김정은 시대는 핵(수소탄)과 미사일로 상대를 압박하고, 협상도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대화ㆍ협의는 닫아둔 채 압박을 우선해 얻을 것은 얻고 무력 도발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7차 당대회의 핵심이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천명한 ‘핵ㆍ경제 병진 노선’의 골자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그렇게 변한 데는 4차 핵실험(수소탄 실험) 성공과, 장거리ㆍ특수 미사일 개발 진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향후 김정은 제1비서는 한 손에 핵과 미사일을 들고 다른 손엔 경제 주머니를 열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향해 빈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갑질’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한 갑질의 제1 상대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제시한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의를 거부하고 비핵화가 우선돼야 대화든, 교류든 하겠다는 입장이다. 남북한 강대강(强對强) 대결 국면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다른 문제는 이번 7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한 인사들 중에 강경파와 핵ㆍ미사일 발사를 주도한 인물들이 적잖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남북 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과 임기 후반을 맞은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를 짚어봤다.

‘김정은 시대’ 북한 대변화

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는 외부에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차대한 행사다. 당사국인 북한은 물론, 북한과 직간접으로 관계 있는 국가들에게 노동당 대회의 결과는 5∼10년, 길게는 30∼50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7차 노동당 대회의 의미를 감안한다면 이번 당대회는 언뜻 뚜렷한 성과가 없거나 심지어 실패한 대회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북한이 그들의 매체를 통해 대내외에 밝힌 주요 메시지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는 듯 보인다. 핵강국을 천명한 것이나 경제ㆍ핵 무력 건설 병진 노선, 북한식 경제발전 전략, 남북관계에서 군사당국회담 제안과 6ㆍ15 공동선언, 10ㆍ4 정상선언 이행 촉구 등은 종래 주창해 왔던 것이다. 세계 비핵화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현대식 주체무기를 더 많이 개발하겠다는 모순도 지적된다.

이렇다 보니 일부 북한 전문가는 “전혀 성과 없는 대회로 오히려 개최하지 않는 것만 못했다”고 혹평했다. 국내 한 북한학 교수는 “7차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의 한계를 보여준 대회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낸 꼴이 됐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7차 노동당 대회는 긍ㆍ부정을 떠나 북한에 ‘김정은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며 “향후 김일성ㆍ김정일 시대와는 다르게 김정은 색깔대로 북한이 변화해 갈 것이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7차 노동당 대회의 가장 큰 의미를 ‘김정은 시대 개막’으로 꼽았다. 다시말해 ‘북한의 대변화’이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 시대는 이전의 김일성ㆍ김정일 시대와 다르게 북한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를 향해 대화, 협의 대신 무력을 앞세워 ‘갑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소식통의 전망이다.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북한 핵의 경우 김일성ㆍ김정일 시대는 핵개발을 하면서도 대외적으로 대화, 협의 가능성을 늘 열어놨지만 김정은 시대는 대화보다는 핵을 대외 압박용으로 우선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소식통은 전해왔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유엔을 비롯한 세계의 제재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ㆍ미사일 개발에 전력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들어 북한이 1월 6일 4차 핵실험 후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주장한 것과 2월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호’를 발사한 게 대표적이다. 이외 북한은 사거리 200km, 300km 신형 방사포 발사에 성공해 우리 정부와 미국을 놀라게 했다.

북한은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발사 시험에 실패하고 5차 핵실험도 미뤄져 행사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핵보유국’ 임을 당당하게 내세웠다.

김정은 제1비서는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수소탄까지 보유한 우리 공화국은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해나가는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시대에 북한핵(수소탄)은 김일성ㆍ김정일 시대의 자위수단을 넘어 세계를 상대로 ‘갑질’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이에 따라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대화보다는 무력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고, 남북관계 또한 대결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핵ㆍ경제 병진 노선’에 담긴 노림수

김정은 제1비서는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제국주의의 핵위험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다”고 했다.

국내외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김 제1비서가 ‘핵ㆍ졍게 병진 노선’을 강조한 것에 대해 종래 북한의 기본 입장으로 김정일 시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북한 속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한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의 ‘핵ㆍ경제 병진’은 김정일 시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서운 노림수가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김 제1비서가 ‘핵ㆍ경제 병진’을 강조한 것은 이전 김정일 시대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라고 해석했다. 즉,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핵을 무기로 세계를 향해 ‘경제 갑질’을 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 지원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핵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김정은 제1비서의 핵ㆍ경제 병진 노선의 제1 타깃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식통은 앞으로 북한은 박근혜 정부에 ‘경제’와 관련한 대화나 지원 요청을 하는 대신 일방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서해교전과 같은 무력도발이나 군사분계선에서 무력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 어디로 가나

북한은 7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우리 정부에 몇가지 주요 메시지를 알렸다. 우선 남북군사당국회담 제안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 협상이 필요하다”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 완화 등 상호 관심사를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할 수 있는 군사당국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또한 김 제1비서는 조국통일 3대 원칙과 6ㆍ15 공동선언, 10ㆍ4 선언 이행을 촉구하면서 심리전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군사당국회담 제안에 대해 “진정한 내용도, 진정성도 없다”며 일축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북한의 실질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회담에 나서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제1비서가 밝힌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서와 관련해 “북한의 전형적인 치고빠지기 전략”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김 제1비서가 핵보유국을 천명하면서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우리 정부에 제안한 것들에 대해 대부분 거절하는 모양새다. 이는 현재 남북의 강대강 대결구도가 지속되고,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하는 것이어서 남북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핵심세력에 강경파 특세

북한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주목되는 것은 핵심 실세들의 변화이다.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북한의 파워엘리트 진용이 제7차 당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대남 강경파와 핵ㆍ미사일 관련자들이 득세한 것은 남북관계의 긴장을 높여 준다.

대표적 대남 ‘매파’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통전부장)의 득세는 우려할 대목이다. 김영철은 통전부장을 맡기 전 정찰총국장으로 있을 당시 대남 공작의 배후 인물로 파악됐다. 정부는 ▦2009년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2010년 천안함 폭침 ▦2010년 연평도 포격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등 각종 무력ㆍ비무력 대남 도발이 김영철과 관련 지목하고 있다.

김영철은 이번 당대회에서 당 정치국 위원 19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기존 비서국을 대신해 신설된 정무국 부위원장(옛 당 비서국 비서) 9명 명단에도 포함됐다. 김영철은 여전히 정찰총국장을 겸한 것으로 보이며, 기존에 보유하던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자리도 당 7차 대회가 끝난 뒤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시대에 김영철의 비중이 높아진 것과 관련,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안보학부 교수는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통전부장이라는 직책이 갖는 의미가 상당히 약화됐을 것”이라며 “김영철의 역할도 대남 군사회담이나 대남 압박 쪽으로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ㆍ미사일과 관련한 이만건이 정치국 위원에 새로 진입한 것도 주목된다. 올 초 당 군수공업부장에 기용된 이만건은 김정은이 올해 핵·미사일 발사를 기념해 사진 촬영을 할 때 등장했던 인물이다. ‘미사일 총책’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엔 안보리 제재 명단에도 올랐다.

김정은 제1비서의 여동생 김여정이 당중앙위원회에 입성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북한이 공개한 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김여정은 129명 중 43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김여정의 중앙위원회 입성은 처음으로 20대 나이의 최연소급이다. 그만큼 김 제1비서의 절대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막후 실질적 2인자’로 알려졌다.

정통한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여정은 김 제1비서의 ‘돈’을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시찰할 때 김여정이 동행하는 것은 막후에서 김정은의 금고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며”김정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고 할 때 김여정의 파워는 당중앙위 서열과 관계없다”고 말했다.

그밖에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김 제1비서의 친위그룹으로 대남 강경파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대남 강경파들로 채워지면서 박근혜정부의 대북 관계는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임기내 남북 무력충돌이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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