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 정ㆍ관ㆍ재계 인사와 ‘안가’서 은밀한 만남…연예인도 드나들어

‘정운호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인 가운데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강남 모처에서 ‘안가’(安家, 비밀아지트)를 운영하며 이를 로비의 거점으로 삼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안가’는 핵심 법조 브로커로 지목된 이모(56ㆍ수배중)씨의 여동생이 청담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B레스토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대해 잘 아는 정 대표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청와대 Y 전 수석을 비롯한 정관계, 법조계, 방송 및 연예계 인사들이 이 ‘안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법조계 인사들 중에는 검찰도 포함돼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정 대표 주변인들은 이 ‘안가’의 로비장소 활용에 대해 “정 대표와 브로커 이씨가 로비장소로 사용한 B레스토랑 근처에는 CCTV가 많아, 이를 추적하면 이곳을 이용한 유력 인사들의 신원은 금방 파악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검찰이 아직 이 장소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최근 검찰 주변에서 “이곳을 드나들었던 이들 법조계 인사들 중 김수남 검찰 총장과 가까운 인사도 포함돼 있다”며 “현재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 현직 검찰 인사, 법조계 인사들이 정 대표를 도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이 정 대표를 수사와 관련 전방위 확대를 지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청담동에 위치한 B레스토랑은 2014년 초순 일식전문점으로 시작했다가 2014년 7월 이후 한식으로 주 요리를 바꿔 지난해 8월까지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소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정운호 대표와 브로커 이씨, 청와대 A 전 수석 등이 함께 자리를 하며 ‘호형호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인사에 따르면 브로커 이씨는 청와대 A 전 수석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씨가 정 대표에게 A 전 수석을 소개시켜줬다는 것이다. 정 대표가 지인에게 A 전 수석을 “00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B레스토랑을 이용한 적 있는 정 대표의 한 주변인사는 “B레스토랑은 사실상 브로커 이씨와 정운호 대표의 ‘로비’를 위한 공간이었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이곳에서 두 사람은 정관계와 법조계, 방송계, 연예계 인사들과 수시로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B레스토랑을 많이 드나들었던 사람은 정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될 것을 우려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 변호사와 관계돼 이곳을 찾았던 법조인들은 이곳을 찾은 핑계를 만들기 위해 서로 입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레스토랑을 잘 아는 전 식당 관계자는 “브로커 이씨는 방송계와 연예계 인사들도 많이 알아 얼굴만 보면 알만한 유명 배우와 탤런트, 가수들을 로비 대상과 함께 같이 불렀다”며 “연예인들은 얼굴을 가린 채 이곳을 찾아 룸으로 들어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을 준비하던 올해 3월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에게 구명 로비를 벌였다고 알려진 성형외과 의사 L씨도 B레스토랑을 한 달에 2∼3차례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B레스토랑은 정ㆍ관계 인사 등 귀빈 접대용으로 사용됐다. 딱히 정해진 메뉴는 없었고, 그날그날 정 대표가 주문하는 대로 음식을 만들어 내놨다고 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