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활동, 정운호 구명 로비 개입

정운호 구명 활동‘8인 리스트’ 중 한 명

브로커 이씨와 막역, ‘한 몸’처럼 움직여

정 대표 로비에 연예인 동원 의심받아

검찰 압수수색 제외 의문… 검찰 불똥 우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실체를 밝혀 줄 핵심 인물로 성형외과 원장 L씨가 주목받고 있다.

L씨는 ‘성형수술 1번가’로 불리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의 원장으로 정운호 대표가 자신의 구명 활동을 도와준 인사들이라며 자필로 작성했던 ‘8인 리스트’ 가운데 한 명이다.

L씨는 ‘가명’으로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고, 정 대표의 로비에 연예인을 동석시킨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정운호 대표 구명에는 법조계, 정관계 등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정 대표가 특히 신뢰를 둔 8인이 있다. 법조브로커 이모(56)씨가 대표적으로 정 대표의 로비를 총괄한 그는 현재 도피 중이다.

8인 중에는 서울 강남 성형외과 원장인 L씨도 포함된다. L씨는 법조브로커 이씨 측근으로 파악되고 있다.

L씨의 행적을 보면 여러 곳에서 이씨와 동선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 또한 L씨를 자신의 친척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평소 친밀감을 과시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 증언이다.

검찰은 현재 이씨가 도피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L씨를 수사 대안으로 꼽고 있다. 이씨와 L씨가 막역한 사이로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점에서 정 대표 로비 활동 전반을 잘 알고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L씨는 이씨가 서울 청담동의 한 고급식당에서 지인들을 만나 인맥 관리를 할 당시 자주 동석했다는 목격담이 있다. 이 식당은 정운호 대표가 로비를 할 때 자주 사용하던 ‘안가’(安家, 비밀아지트)로 알려졌다.

이 안가는 브로커 이씨의 여동생이 운영하는 B레스토랑으로 이곳을 잘 아는 정 대표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청와대 Y 전 수석을 비롯한 정관계, 법조계, 방송 및 연예계 인사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법조계 인사들 중에는 검찰도 포함돼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안가에서 로비 당시 연예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것을 근거로 이 과정에 L씨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L씨가 성형외과 의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연예인과 접촉이 있었을 것이고 이런 인맥을 로비에 활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씨는 여러 모임에서 연예인 인맥을 과시한 사실이 있는데 이 과정에 L씨가 모종의 도움을 줬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서 판사 접대를 위해 의사 1명이 연예인 동원 등 로비에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며 “의료계 자체적으로 추정해본 결과 해당 의사가 L씨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L씨는 강남에서 활발한 의사 활동을 하면서 가명을 쓴 것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L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B성형외과 홈페이지 홍보와 환자 진료 등에 가명을 써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대해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본명을 쓰지 않고 가명을 쓰는 행위 자체가 환자를 기만하는 것이고, 떳떳하게 진료를 하는 의사 중 본명을 감추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L씨가 자신의 과거나 신상을 숨기려는 것은 무언가 떳떳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L씨는 수도권 K 판사에게 정 대표 구명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 과정에 어떤 대가가 오갔는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씨는 정 대표 수사와 관련해 L부장판사와 인연이 있는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에게 선처의 뜻을 전해달라는 청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러 정황상 L씨는 법조 로비 의혹 수사를 진척시킬 단서를 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검찰은 수사에 소극적이다.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 관련자 사무실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도 L씨 병원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때문에 법조 안팎에선 검찰이 L씨에 대한 수사를 주저하는 것이 검찰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홍만표 변호사와 브로커 이씨가 검찰 관계자를 접촉한 정황은 여럿 있다.

검찰 주변에서 정 대표의 안가를 드나들었던 법조계 인사들 중 김수남 검찰 총장과 가까운 인사도 포함돼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운호게 이트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기가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벌써 ‘수사 한계론’ ‘용두사미 수사’ 등 부정적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L씨에 대한 수사도 더 이상 진척 없이 마무리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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