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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신청 후폭풍 확산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업 둘러싼 여러 문제 부각

하청 중소업체들 줄도산 불가피

사정기관, 조선업으로 흘러들어간 수상한 공적자금 주시

STX조선해양이 지난 5월 25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파장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 법정관리를 결정한 이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STX 안팎에서는 법정관리가 현실화되면서 사정기관이 채권단과 STX에 투입됐던 자금지원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후폭풍을 우려하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신청서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자산ㆍ채무 실사를 거쳐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계산하고 4개월 내에 회생 혹은 청산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6조원에 이르는 금융권 대출을 포함해 STX조선해양의 모든 채무가 일단 동결된다. STX조선해양은 채무와 관련된 부담을 덜어낼 수 있지만 담보제공이나 통장거래 등 회사 재산을 활용한 대부분의 거래가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직원과 협력사도 회생여부 결정전까지 인건비와 거래대금을 받을 수 없게 돼 조선업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이 미칠 전망이다.

특히 STX는 법정관리에 따라 더 이상 선박 건조를 할 수 없게 돼 기존에 수주한 사업계약을 이행하기도 힘들게 됐다. 심지어 이미 건조중인 선박 모두 중단 대상이다. STX조선해양과 계약한 선주들은 선박 건조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계약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쇄적으로 협력사와 기자재 업체 계약이 취소돼 STX와 연결된 중소기업들은 줄도산을 피하기 어렵다.

STX조선해양의 중소협력사는 사내 협력사 60곳을 비롯해 총 1700개에 달한다. STX조선해양 직원 수는 올 3월 기준 2100여명이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9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STX 투입자금 부당지원 의혹

재계 일부에서는 “STX 부실운영 때문에 경제적으로 심각한 파열음이 일 것이 분명해 짐에 따라 사정기관이 STX와 관련된 여러 문제점을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STX조선해양이 3년 전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이 회사에 지원된 자금은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채권단이 회생포기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을 두고 책임론이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STX는 2013년 1조5000억원, 지난해 3000억원 가량의 영업 손실을 냈다. 조선업황이 안 좋아지며 전세계 발주량이 줄어들면서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탓이다.

주목할 점은 STX의 경영악화와 법정관리 가능성을 은행들이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공적자금 투입 전부터 STX의 위기에 대해 충분히 예견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된 것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미 5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조선업의 불황이 시작됐고, 중국도 조선업에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손실을 예상하고 4년 전부터 사업 축소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가 불황의 늪으로 빠지면서 급기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초부터 한국 조선업의 이상 징후를 공론화했다. OECD는 지난해 1월 ‘한국 조선업과 관련 정부 정책 분석’보고서를 통해 “ 많은 조선사가 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사실상 조선사의 소유권과 감독권을 쥐고 있는 한국 정부도 위기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4~2009년 한국 조선업계의 매출 대비 이익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2012년엔 일본(7.4%)·중국(9.1%)보다 낮은 5.1%로 떨어졌다. 이익 대비 부채 규모는 2007년 150%에서 2012년 600%로 치솟았다.

보고서는 “정부가 몇몇 대형사에 안전망이 있다는 신호를 주면 모럴 해저드를 불러오거나 스스로의 혁신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 정부와 은행들이 STX의 회생을 기대하고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은 얼른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최근에는 STX 지원과 관련, 일부 금융기관이 이미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도 정권의 압박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자금지원 뒤에 부당대출 특혜와 더불어 대출 리베이트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금융가에서 무성히 떠돌고 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이렇다. STX가 3년 넘게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으며 4조원대의 천문학적인 자금지원을 받은 것에 대해 “정치권의 개입을 포함한 관치금융 문제를 사정기관이 조사해 뿌리 뽑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2, 제3의 STX사태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4위 조선회사 STX의 주채권은행은 모두 국책은행이다. 시중은행이 중도에 자율협약 채권단에서 탈퇴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명박 정권이 레임덕에 빠질 즈음인 지난 2012년 말 경 이미 이 회사에 대한 위기를 감지했다. 조선업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적지 않았고 이미 이때는 이 회사의 재무상황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독 국책은행과 금융 당국은 이러한 조선업계에 비친 빨간 경고등을 외면하고 위험한 돈을 쏟아 부었다. 수출입은행과 국민은행이 STX에 눈먼 자금을 지원한 대표적 은행이다.

몰랐거나 모른 척했거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르지 않다. 산은은 지난해 12월 STX조선 채권단에 4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인력·설비 감축을 통해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하면 최소 1년간은 정상 운영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우리·KEB하나·신한)은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올해 1월 채권단을 탈퇴했다. 산은은 자금을 지원하면 신규 수주가 들어온다고 주장했지만 시중 은행은 이를 믿지 않았다. 시중 은행들은 조선업 지원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봤다.

산은은 채권단에 남은 수출입·농협은행과 함께 4000억원을 투입했으나 STX는 상반기 단 한 건의 신규 수주도 하지 못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과 국책은행이 서로 부실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에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치금융, 정치금융 관행을 끊어내지 않으면 수조원대의 채권단 자금지원을 받은 대우조선해양도 STX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STX의 법정관리 사태로 정부의 경제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무능한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법정관리 결정 과정에서 금융 당국과 산업은행의 부실 감지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25일 “STX조선은 이대로 두면 이달 말 부도가 난다”며 자율협약을 중단하고 법정관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4월 26일 금융위원회는 ‘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발표에서 STX조선에 대해 “정상화 방안을 재수립하고 충실히 이행 중”이라고 황당한 평가를 내놨다. STX의 부도 위기는 이미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 불과 한 달 뒤 닥칠 위기조차 감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로 구성된 금융위원회에서 위기를 몰랐을 리가 없는데도 시종 위기감지를 못한 흔적을 곳곳에 남긴 것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는 것이다. 공적자금의 부당지원과 관련, 알고 당한 것이 아니라 모르고 당한 것이라는 논리를 사전에 만들어 놓기 위해 턱도 없는 보고서를 꾸며 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주채권은행인 국책은행 인사에 관여하고 개별 구조조정 사안에도 직간접으로 개입하고 있다. 사실상 국책은행 자금을 휘두르는 것이 정부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이번 STX 부실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여러 면에서 수상할 수밖에 없다. 책임은 지지 않는 모습임은 말할 것도 없고 부실한 자금운영에 대한 배후세력을 적출할 의지가 없어 보이고 있다.

해운ㆍ조선업체 대출금만 산은 8조3800억원, 수은 12조8400억원 등 21조원 이상이다. 산은은 부실기업 지원 결과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 회사가 370여개에 이른다. 산은은 이들 기업을 제대로 관리감독 하는 대신 퇴직 임원들을 낙하산 인사로 자리에 앉혔다. 한술 더 떠서 산은, 수은의 낙하산 인사 행태를 제대로 감독해야 하는 관료들이 오히려 전직 장관을 수장으로 내려 보내 국책은행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했다.

이에 금융가에서 “이번 기회에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된 문제를 사정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적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STX가 자율협약에 돌입하던 시기부터 채권단 내부에서도 있어 왔는데 이를 금융당국이 몰랐을 리가 없는데도 자금지원을 끊임없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에 요구한 것은 그 배후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책은행 인사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 구조조정 사안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2013년 4월 채권단이 STX조선을 자율협약 형태로 지원키로 결정했을 때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서별관회의에서 당국에 손실보전과 면책 보장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이를 보전하거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대기업 특혜 논란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금융가에서는 “정부 관료들이 STX조선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세우자 애초 지원불가 의사를 밝혔던 홍 전 회장은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면책조항'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싣고 있다.

또 산은이 자율협약에 따른 STX조선 지원에 대해 무리한 방안인 것으로 이미 자체 판단을 내리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어서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일반 시중은행 3곳은 지원 불가를 선언하고 채권에서 빠져나갔다. 채권단에서 빠지면 채권액을 청산가치에 근거해 쥐꼬리만큼만 보상받게 되지만 돈을 추가로 떼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손 안에서 움직였던 산은,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등 국책은행과 특수은행은 채권단에 남아 자금지원을 강행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고려한 위험한 조처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STX가 워크아웃이 아닌 자율협약 대상이 된 것을 두고도 금융계에선 정치권의 압박이 있었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자율협약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워크아웃은 도산위기에 몰린 기업이 대상이다. 당연히 구조조정 강도도 워크아웃이 세다.

지난해 초에는 국민은행이 STX조선해양 측에 320억원의 보증채무 이행을 요구하며 강제집행을 예고하자 안상수 창원시장이 은행 측에 상환유예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정치권의 구조조정 간섭은 현재도 진행 중이어서 야권은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치금융과 정치권 개입의 고리를 끊으려면 현 금융감독 체계를 고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관치금융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은행처럼 금융감독당국의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STX의 법정관리행이 확정된 가운데 STX조선이 이미 수주한 선박 중 15억달러 규모의 선박·플랜트 건조를 포기하거나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관련 기자재 업체 경영난이 가중돼 관련 업계의 줄도산 상황이 빚어져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은 기존 수주 물량 중 15척 안팎 탱커선들과 1기의 해양플랜트 건조 포기·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과 STX조선은 이런 계획을 법원에 건의할 계획이다. 여기에 선주 측이 발주를 취소하는 계약이 추가로 나오면 건조 중단·취소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공정이 상당히 진행된 것들이 있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손해배상소송 등 여러 후폭풍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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