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탈세’ 등 수상한 자금 추적… 정·재계 ‘연결 고리’드러날까 긴장

코오롱ㆍ대림 그룹 집중 조사

해외자금, 정치비자금 등 드러날 땐 검찰 수사 연결

이명박 정부 유착 급성장 기업들 둘러싼 소문도 무성

정부가 해외비자금 등 기업비리 척결에 다시 시동을 걸고 나서는 분위기다. 그 시작은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다. 국세청은 최근 역외탈세를 뿌리 뽑기 위해 조사인력을 강화하고 역외소득 은닉자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동시에 역외소득ㆍ재산에 대한 신고안내를 강화하는 등 세수확보를 위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국세청에 기업탈세를 비롯한 비자금 부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하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일부 기업이 해외에 재산을 은닉하고 지난 정부 때 조성한 비자금을 안전한 해외금고로 이동시켰다는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특히 기업이 해외 등지에 몰래 조성한 비자금이 향후 여러 형태로 정치권에 유입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강력히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이 조사 중인 기업에 정치권과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 중 코오롱그룹과 대림그룹 관계사 등 몇몇 기업을 놓고 여러 소문이 무성하다.

정부, 기업 조사 본격화 왜?

정부는 지난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법질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역외탈세 근절대책’ 등을 확정했다. 역외탈세 추징실적은 2013년 1조798억원에서 2014년 1조2179억원, 2015년 1조2861억원 등으로 해매다 증가 추세다. 역외탈세 조사가 해마다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와 관련한 적발실적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해외에 숨겨진 자금이 천문학적으로 많았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조세회피 수법은 편법을 이용한 것으로 변칙적인 자금관리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며 “현재 해외에 숨겨진 자금은 그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액수가 많고 형태도 다양한 만큼 철저히 조사해 과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외탈세는 국부의 역외 유출뿐만 아니라 재계인사들 비자금과 연결된 만큼 경제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재벌들은 역외거래로 세금혜택을 입는 반면 그 부담은 일반 납세자로 전가돼 죄질이 나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정부의 역외탈세 세무조사 강화 의지는 확고하다. 국세청은 올해 초 실시된 ‘미신고 역외소득ㆍ재산 자진신고제’의 후속 조치로 자진신고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응한 역외소득 은닉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역외탈세 관련한 조사결과를 발표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이를 공론화 할 계획이다.

국가 간 정보공유를 확대하고 유관기관과의 공조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등 세계 각국과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을 체결, 역외탈세 관련한 정보수집량도 늘린다. 정부는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55개국과 금융정보를 자동교환 할 예정이며, 2018년부터는 다자간 금융정보교환 대상을 101개국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역외소득ㆍ재산에 대한 신고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국부유출 사범에 대해서는 재산상 이익을 몰수ㆍ추징하기로 했다.

정부가 역외탈세 등으로 기업 비자금조성 근절에 나서자 이를 두고 일각에서 여러 관측과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선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당권 쟁탈전을 염두에 두고 새누리당 친이계(친이명박계)와 연결된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사정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이렇게 보는 근거는 최근 시작된 코오롱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문이다. 코오롱은 롯데그룹과 함께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와 친밀한(?)관계를 유지했던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롯데가 국세청과 검찰 등에 시달리자 재계에서 “롯데 다음은 코오롱일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던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더구나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모 인사와 그룹 최고위 관계자가 만나 해외 사업 등을 논의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주간한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명인 A씨와 그룹 고위 관계자, 그리고 이 두 사람을 잘 아는 사업가 B씨 등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함께 논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끝난 후 B씨는 이 고위 관계자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고발을 추진했으나 돌연 이를 전면 취소해 정치권과 사정기관에 여러 의혹을 낳기도 했다.

코오롱 세무조사 심상치 않아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코오롱그룹 세무조사 관할은 중부지방국세청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중부청이 아닌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진행하고 있는 특별세무조사다.

이에 코오롱그룹 주변에서는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검찰 등 사정기관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경기 과천 코오롱인더스트리 사무실에서 회계장부와 컴퓨터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2곳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은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하나의 회사를 순수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산업소재, 화학, 의류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분할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그룹 핵심 계열사로 경영 승계를 앞둔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가 경영수업을 받아온 곳이다.

미국 화학업체 듀폰과의 소송 합의금, 벌금이 회계에 제대로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를 두고도 재계에선 여러 관측이 쏟아진다. 국세청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들춰 볼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은 첨단소재인 아라미드(금속을 대체하는 방탄용 첨단 소재)를 두고 듀폰과 6년간 소송 공방을 진행해왔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듀폰 영업 비밀을 빼냈다는 게 듀폰이 주장한 핵심이다. 지난해 합의로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출혈은 적지 않았다. 양측이 조율한 합의금과 벌금은 모두 3억60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다.

국세청 주변에서는 코오롱의 상속세 등에 문제가 불거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2014년 말 별세한 후, 이 명예회장 보유 지분이 이웅열 회장 등 자녀들에게 상속되는 과정에서 상속세 문제가 드러났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코오롱은 2013년에 이미 세무조사를 받았다. 코오롱 계열사 코오롱글로벌은 2007~2010년분 법인세 세무조사에 따라 393억원가량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때만 해도 코오롱 안팎에서는 지난 정권과의 밀월에 대한 대가를 다 치른 것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이를 넘어서고 있다. 당시는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 형태였지만 현재는 조사4국의 특별조사인데다 조사 내용도 코오롱 오너일가의 자금부분에 집중돼 있어 단순한 추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을 거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코오롱그룹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대림그룹 핵심 계열사 도마 위에

국세청이 대림그룹 지배의 핵심계열사인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정기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또 대림코퍼레이션의 계열사인 대림 C&S도 함께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대림코퍼레이션과 서울 을지로2가 삼화타워에 위치한 대림 C&S 본사에 각각 조사요원을 파견해 세무와 회계 등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조사대상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개 사업연도에 대한 것으로 일정은 3개월 정도로 관측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오너일가가 대림그룹 핵심계열사인 대림산업 지분 21.67%를 보유, 사실상 대림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대림산업 외에도 대림에너지(지분율 30%) 및 이바이오텍(19.8%)과 중국 이편세무역유한공사, 대림베트남 등 해외 자회사 지분 100%를 별도로 갖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회장ㆍ이해욱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는 회사로 지난해 초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림I&S를 흡수합병하면서 지분구조가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61.0%→37.7%)에서 이해욱 부회장(32.1→52.3%) 측으로 기울어졌다.

대림C&S는 대림산업이 지배하는 회사로 대림산업 지분은 69.77%,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은 1.55%, 자가주는 16.25%, 기타 12.43%로 지분구조가 구성돼 있다.

이해욱 부회장은 2008년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림H&L과 대림코퍼레이션을 합병하는 방법으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2%를 확보했다. 합병 당시 대림H&L의 매출액은 2000억원, 대림코퍼레이션의 매출은 2조원으로 매출은 1:10이나 차이났지만, 합병비율은 0.78:1에 불과해 논란일기도 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2011년 세무조사를 통해 2011년 123억원을 추징받았고, 2012년 22억원을 추징받았다.

이번 세무조사에 앞서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관계에 변동이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 탈루 소득뿐 아니라 지분 이동 내역 역시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 중 하나다. 대림아이앤에스 지분 99.17%를 확보하고 있던 이해욱 부회장은 지난해 합병을 거쳐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기존 32.1%에서 52.3%까지 끌어 올렸다. 61%대에 달했던 이준용 회장의 지분율은 32.7%대까지 낮춰졌다.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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