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자들 색출’ 용두사미 수사…’제 식구 감싸기’에 국민적 비난

야권 “지금 엄중히 다뤄야 할 사건은 ‘홍만표게이트’”

정치적 이해관계 맞물려 ‘특검 무마’ 여-야-검찰 통했나

시선 돌리고 혐의 줄이고 책임 미루는 검찰 ‘해법찾기’ 몰두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전형적인 용두사미형 수사로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를 두고 “검찰의 이 같은 행태를 더 이상 그냥 넘어 갈 수 없다”며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검찰 안팎에서 검사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검찰수사관 등에 대해서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검찰을 비난하는 소리도 나온다.

검찰이 ‘정운호 게이트’ 관련 핵심인물로 지목된 홍만표 변호사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결국 특검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특검 추진을 놓고 정치권이 한바탕 시끄러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특검을 추진했을 경우 조사과정에서 법조계 등 전방위 로비 내용이 드러나면 상당한 후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檢, 정운호ㆍ홍만표 파일 고민 중

정운호(51ㆍ구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가 140억원대의 횡령ㆍ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대표는 법조계 등에 전방위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정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와 위증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 법인 자금 18억원과 자회사 에스케이월드의 법인 자금 90억원 등 회삿돈 10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정 전 대표는 2010년 12월께 자회사인 세계홀딩스 자금 35억원을 L호텔에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하자, 이 호텔이 변제 명목으로 제공한 호텔 2개층 전세권을 개인 명의로 넘겨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정 전 대표는 2012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모씨의 재판에 출석해 허위 사실을 증언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담겼다.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전 대표는 올해 징역 8개월이 확정돼 지난 5일 출소 예정이었다. 하지만 로비 의혹 사건이 터지고 횡령ㆍ배임 혐의가 드러나면서 지난 2일 다시 구속됐다. 법원의 보석 결정이나 석방 판결이 내려지지 않으면 정 전 대표는 구속 상태를 유지한다.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은 정 전 대표가 누구를 통해 누구에게 어떻게 로비를 했느냐 하는 점이다. 따라서 정 전 대표의 일을 맡아 처리한 인물과 그 인물의 로비 내용이 이 게이트의 결정적 열쇠인 셈이다. 정 전 대표는 로비를 위해 로비자금이 쓰여졌다는 사실 이외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할 수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의 로비자금을 전달받고 움직였는지는 로비 당사자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 검찰은 그동안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키로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를 주목했다. 그가 정 전 대표의 집사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정 전 대표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등판해 로비스트로서 구원투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 전 대표 주변에서는 홍 변호사가 자신과 이민희씨 등이 벌인 전방위 로비를 실질적으로 설계ㆍ지휘한 인물이라고 규정한다. 또 정 전 대표와 홍 변호사와 함께 자리를 하거나 가까이 지낸 인물들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정 전 대표의 핵심 책사로 그 역할에 충실했다. 그가 검사들에게 여러 로비를 벌인 혐의에 대해 정 전 대표 주변인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홍 변호사가 검찰에 구속되자 일부에서는 회의론이 일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검찰은 자기 조직 보호를 위해 ‘홍 변호사’라는 이름의 판도라상자를 결국 열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는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그 뒷맛은 개운치 않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정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원정도박 수사 당시 ‘전관(前官)’ 지위를 활용해 수사팀 주요 관계자를 접촉하고 재계 주요 사건에서 거액의 ‘몰래 변론’ 한 사실을 확인했다.

‘정운호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검찰 청탁ㆍ알선 명목으로 정 대표에게서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홍 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죄 있으나 입증 못해 무죄

변호사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조세범처벌법 위반, 지방세기본법 위반 등 4개의 죄명이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작년 8월 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3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검찰 조직을 떠난 직후인 2011년 9월 서울메트로 1∼4호선 매장 임대사업과 관련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한다는 등 명목으로 정 대표측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홍 변호사는 두 건에 대해 “정상적인 변호 활동을 하고 받은 수임료”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은 사실상 로비 자금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홍 변호사는 실제 검찰의 원정도박 수사가 한창이던 작년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당시 수사 책임자인 최윤수(49ㆍ연수원 22기ㆍ현 국정원 2차장) 3차장검사를 만나고 20여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함께 일하는 말단 변호사를 통해 수사관 등을 접촉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수사팀 전원을 상대로 홍 변호사에게서 부정한 접대ㆍ금품을 받았는지 조사했으나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행위는 있으나 증거가 없어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검찰은 이미 홍 변호사와 그 주변관계자들 조사에서 홍 변호사가 로비를 벌인 사실과 로비의 대가로 성공보수를 받아 막대한 부를 축적한 내용을 상당부분 파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홍 변호사의 수백억원대 재산과 관련해 로비가 누구에게 어떻게 이뤄졌는지 하는 내용을 여러 첩보와 정황증거 등을 확보했음에도 이를 신빙성없는 증거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과 홍 변호사, 그리고 이민희씨 등이 모종의 빅딜을 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무성하다. 말하자면 서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검찰로비 부분을 묵비권 행사에 따른 ‘증거없음’으로 처리하고 기소 시 혐의내용을 축소해주는 식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이 홍 변호사에 문제삼은 것은 ‘로비수사’라는 본질을 완전히 벗어난 탈세부분이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사건 수임내역 미신고 또는 축소 신고 등의 수법으로 수임료 총 36억5636만원을 누락하고 그에 상응하는 세금 15억5314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2014년 한 해에만 5억7000만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탈세액은 이달 2일 구속 당시 구속영장에 적시된 것보다 다소 불어났다.

특히 홍 변호사는 62건을 사건 선임 신고를 누락한 채 ‘몰래 변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강덕수 STX그룹 회장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서 선임계 없이 거액의 불법 수임료를 챙긴 사실이 확인됐다. 이렇게 챙긴 미신고 수임료 가운데 30억원은 홍 변호사가 소유한 부동산업체 A사로 흘러들어가 부동산 매입에 사용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형사처벌과 별개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홍 변호사의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 범죄수익 추징보전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말 그대로 홍 변호사 개인 문제만 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최근 검찰이 홍 변호사가 검찰 인사와 접촉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머리는 있으나 꼬리는 없는 내용을 내놨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수사팀 전원을 상대로 홍 변호사에게서 부정한 접대ㆍ금품을 받았는지 조사했으나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히며 실망감을 안겼다.

검찰의 이 같은 결론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검찰은 정 전 대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해 1심 때의 3년보다 구형량을 낮췄다. 이에 대해 “브로커 이민희씨 사건, 한모씨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등에 관해 상세히 진술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또 최근 수사가 진행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건과 관련해서도 압수수색 단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일각에서는 “세간에 떠도는 소문대로 정운호 홍만표 이민희 등 법조로비 핵심들과 형량장사를 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법조비리 겨냥 특검 추진

전직 검사장과 현직 검사가 엮인 법조계 최악의 스캔들로 거론된 이번 사건은 결국 홍 변호사의 탈세 혐의만 부각된 채 개인 비리로 마무리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권 안팎에선 특검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검찰이 내부로 칼을 겨눴다가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한 채 서둘러 끝내면서 제식구 감싸기 논란과 더불어 국민적 공분이 검찰 개혁 촉구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정 전 대표의 브로커이자 홍 변호사의 고교 후배인 이민희씨가 도피생활 중 재경지검 차장검사와 지속적으로 통화한 사실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이들을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던 이승태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는 “검사들도 이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실체를 밝히려면 특검을 임명해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또 법조계에선 이번 홍 변호사 수사결과가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서울고검 박모 검사에 대한 수사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것 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진 검사장은 게임회사 넥슨으로부터 빌린 4억원으로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샀다가 매각해 12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둬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가 수사 중이다.

박 검사는 정 전 대표가 감사원의 서울메트로 감사 무마를 위해 1억원의 로비자금을 건넨 창구로 지목되면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 주변에서는 “특검이 추진될 경우 검찰이 치명상을 입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작은 일을 덮으려다 더 큰 일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정연순)은 지난 23일 정운호 전 대표의 로비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민변은 이날 논평을 내고 “현관(現官)의 협조 없이 수백억원을 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검찰은 전관예우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현관 비리 감추기에만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변호사는 당시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수십 차례 전화를 하고 만났다는데 두 번의 서면조사로 끝냈다”고 비판했다.

또 민변은 “홍 변호사의 로비 목적은 정 전 대표의 해외원정도박 사건에서 형량을 낮추고 회사자금 횡령으로 기소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며 “검찰은 보석에 대해 ‘적의처리’의견을 냈고 횡령은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당 검사 등이 홍 변호사의 로비에 따라 처분을 했다면 내부 징계 책임은 물론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책임도 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 전 대표가 구속됐다는 이유로 로비를 실패했다고 보는 건 면죄부”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앞서 야당은 일제히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야 3당은 지난 20일 검찰이 정운호 전 대표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자 “개인 수사로 끝내서는 안된다”며 법조비리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민주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은 당시 수사팀을 상대로 홍만표 변호사에게서 부정한 접대나 금품을 받았는지 조사했으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홍만표 변호사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고 현직 검사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수사는 의혹이 제기된 지 두 달만에 핵심 관계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너무 늦게 진행되고 있다”며 “야권은 이 문제에 대한 청문회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구속 기소는 검찰 내부의 문제를 비켜가기 위한 검찰의 꼬리 자르기”라며 “검찰은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그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더 구체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심 대표는 “사법제도를 유린한 홍만표게이트에 대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현재현, 강덕수, 임석, 이규태 등 부정부패 사건 연루자들 사건 뒤에는 항상 홍만표 변호사가 있었다”며 “이들에게서 받은 수백억대 수임료야말로 성공한 로비임을 부인할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심 대표는 “지금 엄중히 다뤄져야 할 사건은 정운호게이트가 아니라 홍만표게이트”라며 “정의당은 검찰권을 사익추구 수단으로 변질시키고, 사법제도를 유린한 홍만표게이트에 대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노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결국 이 수사를 지금의 검찰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원내대표는 “만약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와 같은 권력자에 대한 수사전담 독립 기구가 있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수처가 아니더라도 특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