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수사 검찰 “부당거래자 누군지 알고 있다”

제 살 못 깎는 검찰 “힘없는 수사관만 조사” 비난여론도 모른 체

검찰의 ‘정운호 게이트’ 수사를 놓고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여론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내부에 숨어 있는 비리연루자들을 색출했기 때문에 수사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특검’ 등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특검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여권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모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정운호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여러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검찰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연결된 내부자들에 대해 2년 전 첩보를 입수했을 뿐만 아니라 브로커 이민희씨 등으로부터 검찰로비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검찰은 2013년경부터 정운호 전 대표에 대해 해외도박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였다. 이 때 검찰에 이미 정 전 대표가 검찰 등 사정기관 관계자들과 폭넓은 접촉을 했으며 측근들을 통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한국>이 과거 정 전 대표에 대해 내사를 벌인 사정기관 관계자와 네이처리퍼블릭에 대해 잘 아는 정 전 대표의 주변인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내사 초기 정 전 대표가 수백억원대 해외 원정도박을 즐기고 있으며, 홍만표 변호사 등을 통해 법조계 로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아울러 검찰은 내사를 통해 홍 변호사가 접촉한 검사와 판사 그리고 로비자금을 뿌리고 다니는 내용까지 상세한 첩보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자신을 위한 변호비용으로 지불한 것과 홍 변호사가 파악하기 힘든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것 등은 이 보고서 내용과 연결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정 전 대표는 홍 변호사를 통해 검사와 판사 등을 직접 접촉한 적도 있고 홍 변호사가 필요로 하는 로비자금을 아낌없이 전달했다. 이는 홍 변호사의 현직 인맥을 직접 확인하고 홍 변호사를 신뢰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검찰 내부에 보고된 정운호 파일을 보면 검찰이 감추고 있는 부분을 짐작할 수 있다.

정운호 게이트 특검 요구 확산

비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이 지난 5일 있었다. 이때 여야 의원들은 홍만표 변호사가 연루된 ‘정운호 게이트’를 언급하며 법조비리를 질타했다. 야당 의원들은 현재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며 재수사를 촉구했고 여당도 이에 가세,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정운호 게이트의의 정운호 전 대표의 뒤에는 홍만표 변호사도 있다”고 지적한 뒤 “대한민국호(號)를 구제하는 심정으로 이번 법조 비리를 전면 수사해야 한다. 특별검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조비리를 제대로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원점에서 재수사 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도 “정운호 게이트, 홍만표 사건으로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이런 부정·부패의 한가운데에는 대한민국 엘리트 집단인 법조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도 이런 지적에 가세하면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채익 의원은 홍 변호사가 퇴직 뒤 1년만에 100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였다는 점을 꼽으며 “변호사들은 착수금나 성공보수 이런 부분에 대해 책정한 것이 없나, 이것은 부르는 것이 법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기회에 변호사의 수임료와 관련해서 연구를 해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출 수 있는지 검토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결론이 내려진 것이 아니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전ㆍ현직 검찰 수사관들이 더 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사를 포함해 이미 3명의 검찰 관계자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검찰 직원이 더 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최근 “사람을 특정할 수 없지만 (정 전 대표 관련) 몇 개 사안에 대해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해외원정도박 사건 이외에 서울메트로 매장 입점 의혹 사건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한 정황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들 등을 상대로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날 체포한 검찰수사관 김모씨를 구속한 검찰은 추가 관련자 색출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받은 돈이 다른 수사관들에게 간 정황은 없는지 추적하고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증권 투자로 인한 채무 변제에 돈을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정 전 대표로부터 서울메트로 감사 무마 목적으로 현직 P부장검사에게 1억원을 건넨 혐의를 포착하고 P검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엔 이 사건의 핵심 브로커 이씨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다른 현직 검찰 수사관 김모씨를 체포, 같은 달 25일 구속한 바 있다.

위기의 검찰 사건 은폐 정황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되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특검론이 점점 힘을 싣고 있다.

새누리당 주광덕 의원은 최근 “이 사건이 더 확대될 경우 (검찰 조직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칼날이 온다는 생각에 수사가 국민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검찰은 (홍 변호사가 연루된) 정운호 씨가 구속이 안 됐으면 로비가 통한 것인데, 구속이 됐으니 로비가 실패한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이게 얼마나 구차한 변명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특별검사제도 도입 주장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특검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전방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전 대표의 특검 여부와 관련 “지금 상태에서 특검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운호 게이트 특검에 대해 묻는 이춘석 의원의 질문에 “현재 수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경우 법무부 장관이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김 장관은 “정운호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관해선 검찰에선 일체 고려없이 철저 수사했다고 보고 받았다”며 “의혹사항이 있으면 끝까지 철저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주간한국>이 정 전 대표 해외도박 수사 관련, 검찰 보고서 내용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정 전 대표가 해외 도박을 할 당시 같이 동행한 인물과 도박으로 탕진한 금액 그리고 거액을 해외로 빼돌린 수법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보고서에는 정 전 대표가 홍 변호사를 통해 검찰이 자신을 내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 홍 변호사 등을 동원해 다양한 방법으로 법조로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도 들어 있다.

또 검찰은 내사를 통해 현직 판사, 검사 등이 강남 모처에서 홍 변호사를 연결고리로 정 전 대표를 소개받았으며, 여러 형태의 로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A판사와 B검사 등이 이 보고서에서 언급되고 있으나 이들은 이번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대표와 홍 변호사 그리고 브로커 이씨 등이 홍 변호사가 접촉했거나 만난 이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직 인사에 대한 비리정황을 검찰이 증거로서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보고서에 언급되지 않은 수사관은 혐의를 찾아낸 반면 검사 판사 등 고위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거나 진술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검찰의 말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에 전국지방변호사회는 지난 5일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 “대법원과 대검찰청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진상을 누구보다 철저하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지방변호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은 법원과 검찰은 물론 변호사를 포함한 법조인, 나아가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불신과 조소로 바꾸어 놓은 심히 참담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는 천박한 금전만능주의와 권위를 권력으로 착각하는 인식의 합작품이라 할 것이다”며 “그럼에도 검찰은 ‘정운호 사건에 전관예우는 없었다’라고 밝혀 일반 국민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참담한 현실 인식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사건과 같은 전관비리와 과다 수임료 논란을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평생법관(검사)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는 퇴직 법관과 검사가 퇴직당시 근무하던 기관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한 현재의 수임 제한규정을 5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법조 비리 의혹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정연순)이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민변은 지난달 23일 논평을 내고 “검찰은 지난 20일 홍만표 변호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검찰에 대한 청탁ㆍ알선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은 행위, 그리고 수임료를 축소해 신고한 것 등을 근거로 구속 기소했다”며 “검찰의 이러한 수사 결과는 홍 변호사의 로비가 실패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의 발표와는 달리 홍 변호사의 검찰에 대한 로비는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홍 변호사의 로비 목적은 정 대표의 형량을 낮추는 것, 정 전 대표가 도박 빚을 회사 돈으로 갚은 것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로 의율돼 기소되는 것을 막는 데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정 전 대표에 대한 보석청구에 대해 유례없이 적의처리 의견을 내는 등 양형의 조절에 협조했고, 횡령죄에 대해서는 수사 개시조차 하지 않았다"며 "홍 변호사의 로비에 따라 검찰이 정 전 대표에게 이같은 처분과 수사 범위를 조절한 정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홍 변호사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수십 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만나기도 했다는데, (검찰은)이에 대해 단 2차례의 서면조사만으로 마무리했다”며 “검찰은 전관예우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고 현관의 비리는 감추기에만 급급했다”고 밝혔다.

민변은 “검찰이 조직보호를 위해 자기식구 감싸기만을 하고 있는 이상 검찰에 더 이상은 기대할 것이 없다”며 “국회는 하루 빨리 특검을 구성해 무너져가는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