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대상 미국에서 한국으로 …생화학탄 장착 가능성도

사드 논란 시끌…北 신무기로 사드 무용지물 지적도

미국 공격에서 남한을 주요 표적으로…국지전 우려

경북 성주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놓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여야가 충돌하는 가운데 북한이 사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 발사에 성공해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논란에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남남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고, 북한은 비행 거리 500∼600km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사드가 배치될 성주를 포함해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뒀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공격 타깃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박근혜 정부로 바뀌고 있는 징후들이다. 이는 국지전 발발 가능성을 높여 한반도 상황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이런 상태까지 이르게 된 데는 김정은 정권의 무력 증강이 주요 원인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전략 실패도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기의 남북관계와 불안한 한반도 상황을 짚어봤다.

사드 배치 실효성 논란

한국과 미국은 지난 8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13일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가 최종 결정됐다.

양국은 발표문을 통해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사드 배치의 이유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중엔 사드 배치로 북한의 공격을 무력화하는데 한계가 있고, 심지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사드가 수도권 방어에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북한의 장사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는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한다.

사드는 최소 요격 고도가 40km 정도인데 그보다 낮게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지 못한다. 게다가 SLBM은 언제, 어디서 발사될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사드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라는 분석을 한다. 사드가 북한의 남한 공격에 한계가 있고, 사드의 한국 배치가 급물살을 탄 것이 북한 무수단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미국령 괌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라는 점을 든다.

정부 관계자들은 사드가 수도권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데 여전히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장사포의 경우 한번에 수백∼수천 발을 발사할 수 있어 사드로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이동식 발사의 경우엔 사드로 전혀 대응할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은 19일 사정 거리 500∼600km 되는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세계 최초로 발사에 성공했다.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도 사정권에 들게 돼 이제 주요 타깃이 됐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벌써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한반도 어느 지역도 북한 탄도미사일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만큼 일본 대마도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우리 정부는 사드의 성주 배치에 변화가 없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길 바란다”며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시해달라”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박 대통령의 표현은 정중했지만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결정은 최선의 선택인 만큼 이의를 달지 말라는 오기가 도드라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드 문제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평가해야지 ‘오기’로 대응한다든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北, 공격 타깃 미국에서 한국으로?

북한은 그간 자위 수단으로 핵보유를 주장하며 미국을 강도 높게 공격해왔다. 올해 초인 1월 6일 4차 핵실험이나 이후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 무력 강화가 미국을 상대한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 6월 23일에는 태평양 미국령 괌을 무수단 미사일로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에 참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무기 현대화의 타깃이 미국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무기 실험과 강화하는 행보를 보면 주 타깃이 한국으로 옮겨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사정 거리 500∼600km 되는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대표적이다. 이 미사일은 사드를 겨냥한 측면이 있지만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둔 것에 방점이 있다.

실제 북한이 20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전략군 화력 타격계획’이라고 명시한 한반도 지도에 남한의 울산 근방의 동해와 부산 앞 해상에 예상 탄착지점을 표시함으로써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로 울산항에서 부산항까지도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은 “부산항과 울산항이 타깃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그곳에 미사일이 떨어지면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을 드나드는 선박이 전면 중단돼 남한 경제가 마비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노림수가 한국의 대혼란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핵탄두의 공중폭발 실험도 주목할 사안이다. 북한은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 실험을 위해 탄도미사일을 발사(19일)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목표 지역 내 설정된 고도에서 탄도로케트에 장착한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의 동작 특성을 다시 한번 검열했다”고 보도했다.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는 미사일에 실린 핵탄두의 공중폭발을 유도하는 장치다.

우리 정부는 북한 미사일의 공중 폭발에 대해 ‘실패’라고 규정했다가 최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의 주장처럼 미사일이 수㎞ 상공에서 폭발하는 핵탄두 폭발 모의실험이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에 생화학 소형 탄두나 세균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무기는 남한의 특정 지역을 조준해 발사할 수 있어 핵무기와 같은 국제적 비난도 피해갈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무기는 요격할 경우 생화학이나 세균이 확산돼 요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선 사드로 대비하려는 북한 미사일보다 더 위험한 무기에 직면한 것으로 오로지 ‘비핵화’만 외쳐 온 대북 전략에 큰 구멍이 생긴 셈이다.

사드 배치 논란에다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향후 대북 대응이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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