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 투성이…‘청와대 개입설’ 파장

창립 과정 등 의혹 증폭…전경련 동원 자금 조달 정황

안종범 수석 개입 의혹… ‘힘센 배후’논란 커져

박근혜 정부를 뒤흔들 수 있는 대형 ‘뇌관’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창립된 ‘미르재단’과 올해 1월 설립한 ‘케이스포츠재단’이다.

두 재단은 필수적인 창립 절차를 가짜로 만드는가 하면 설립 신청 하루만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가 났고, 900억원의 모금액이 단기간에 조성됐다. 모든 과정이 이례적이고 파격적이어서 재단의 정체와 함께 ‘배후’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한 의혹까지 제기돼 박근혜 정부 최대 스캔들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미르ㆍ케이스포츠재단의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수상한 창립, 수상한 모금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은 각각 문화와 체육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인다는 취지로 창립됐다.

재단법인미르 홈페이지(www.mir-foundation.com)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한국 문화의 원형을 발굴하고 한국 문화예술 브랜드를 확립하기 위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예술 인재를 육성하는 문화 전문 재단으로, 국내 16개 대기업이 뜻을 모아 2015년 10월 설립됐다.

케이스포츠재단 홈페이지(www.ksf-1.or.kr)는 스포츠라는 매개를 통해 건강한 사회, 하나되는 사회를 실현하며 창조문화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잇는 스포츠문화 토대 마련을 목적으로 올 초인 1월에 설립됐다.

그러나 창립 과정은 의혹 투성이다. 두 재단의 문제를 처음 보도한 ‘TV조선’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서류 내용의 대부분이 ‘거짓’으로 밝혀졌다.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창립 총회 회의록에는 회의 일자가 각각 지난해 10월 25일과 지난 1월 5일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열린 시각은 물론, 회의 장소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로 똑 같다.

문서 양식과 9개 항으로 이뤄진 회의안건도 동일하고 사회자나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 또한 복사한 듯 같다. 심지어 회의에 참석했던 특정 기업 임원의 이름과 발언 순서, 의사봉을 두드리거나 정관을 낭독하는 등 행동을 묘사한 부분까지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창립총 회는 물론 임원들의 회의 참석도 없었다.

재단 설립 과정을 보면 배후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 신청 하루만에 허가를 내준 것이다. 상식적으로 재단 설립의 경우 ‘돈’ 문제가 결부돼 잇기 때문에 절차가 사단보다 더 까다롭다. 아무리 짧아도 설립까지 2주 이상, 길게는 6개월 이상 걸리는데 단 하루만에 설립을 해준 것은 ‘배후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재단의 9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모금도 미스터리다. 미르재단은 설립 두달 만에 삼성, 현대, SK LG, 롯데 등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6개 그룹 30개 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모았다. 케이스포츠재단에도 4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모아졌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거금을 내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고 있다. 가장 많은 금액인 125억원을 제공한 삼성의 경우 자금 출자 당시는 계열사 합병문제로 어려운 시기였고, 지금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68억원을 제공한 SK는 작년 8월 최태원 회장의 사면 직후였고, 28억원을 낸 롯데는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시기인데다 당시 면세점 재승인 시점과도 맞물려 있었다.

8억원을 낸 CJ는 이재현 회장의 재판 중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기업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가(전경련)을 통해 자금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설립초기에 전경련 통해서 요청이 온 걸로 알고 있다. 공문이나 이런 걸 보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이 매출 규모에 따라 갹출 자금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종범 수석 개입설 파장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900억원 이르는 자금이 모아지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이 제기됐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배후 인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전경련이 기업에 얘기를 할 때 전경련이 재단 만드는데 내라고 하면 내겠는가? 미르는 나라에서 하는 문화재단이고… 정부에서 기획을 했는데, 각 기업들이 출연을 한 거다”라고 말했다. 재단 설립이 정부 작업이기 때문에 할 수없이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미다.

모금 활동에 개입한 사람은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던 안종범 현 정책조정수석이 거론되고 있다.

미르재단 관계자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30대 기업이 486억을 할 수 있겠냐. 청와대 개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통장에 찍히는 게 몇백억원 단위까지 봤으니까 (안 수석하고…) 직접 통화한 적 많다… 청와대 회의 방문도 많으니까”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안 수석은 재단 내부 인사까지도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재단 관계자는 “(안 수석이) 4월4일 (전화로 제게) 재단 떠나줬으면 좋겠다라고 통보를 해외로밍으로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수석은 본인이 주도하지는 않았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안 수석은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경련이 그렇게 한다라고 이승철 부회장한테 들어서 어느 정도 되는가 관심을 가졌지. 내가 개입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비자금 괴소문 朴정부 흔드나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의 문제와 함께 천문학적 자금이 모아진 것에 대해 ‘괴소문’이 돌고 있다. 그 내용은 청와대와 정치권 실세들이 국내외 비자금을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한탕’ 챙기려다 들통이 났다는 소문이다.

미르재단의 경우 ‘문화’를, 케이스포츠는 ‘스포츠’를 모토로 국가 브랜드를 제고한다는 명분을 만들어 놓고 기업이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국내외 비자금을 그곳으로 제공하게 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껄끄러운 자금을 소화하고 황금에 눈먼 실세들은 그것을 이용해 ‘뒷배’를 챙기려 했다는 소문이다.

가장 큰 의혹은 ‘유령’과 같은 재단을 추진한 배후다. 문체부를 움직이고 전경련을 앞세워 대기업에 입김을 넣을 정도면 권력 실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안종범 수석을 넘어 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항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청와대 소식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의 실체에 잘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일부 인사가 박 대통령을 빙자해 부정하게 일을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지하자금을 양성화하는 과정에서 ‘사욕’을 가진 일부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꼬리가 잡혔다는 말도 들린다.

미르ㆍ케이스포츠재단의 비리 의혹이 확대되면서 임기말 박근혜 정부를 흔들 대형 ‘뇌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벌써 국정조사나 특검을 해야 한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두 재단 문제가 국정 마무리에 들어간 박근혜 정부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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