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비리 수사 MB정부 실세로…검찰, 강만수 ‘윗선’ 겨눈다

MB 최측근 실세 강만수 압수 수색…소환 임박, 검찰 칼끝 주목

대우조선 부실 가져온 천문학적 자금 유출, 누구 손에 들어갔나

현대ㆍ삼성 중공업 경영 악화 대우조선 책임론… “비리 규명 나선다”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강 전 행장을 소환하기로 하면서 이명박(MB) 정권의 비리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 전 행장이 MB정권 ‘최측근’ 핵심 실세로 경제정책 전반에 관여한 만큼 그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게 윗선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강 전 행장은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지내면서 산업은행과 대우 조선의 유착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우조선의 부실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조선업 ‘빅3’의 경영악화를 초래해 국내 조선산업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대우조선 수사의 핵심은 강 전 행장이나 대우조선 전임 사장들의 개인 비리를 넘어 대우조선에서 수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총체적 부실을 가져온 원인과 천문학적 돈의 행방이다.

사정기관과 정치권 안팎에선 대우조선의 개인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고 사라진 수조원의 최종 귀착지가 ‘사건의 본질’로 보고 있다. 즉, 강 전 행장의 윗선인 MB정부 실세, 그 정점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혹의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다.

하지만 검찰은 MB정부 실세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아직 수사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전 행장에 대한 소환 수사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칼끝이 주목된다.

검찰, MB 최측근 강만수를 조준하는 이유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의 경영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2일 강만수 전 행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MB 정부 실세이자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강 전 행장을 수사하면서 최종 타깃은 이 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강 전 행장과 이 전 대통령 간의 ‘특별한 관계’에 근거한다.

강 전 행장은 MB 정부 경제정책의 ‘브레인’으로 'MB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린 실세였다.

정통 관료 출신인 강 전 행장은 소망교회를 함께 다니면서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은 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아 정책을 조언했고, 대선 과정에서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조정실장을 맡아 공약을 총괄 정리했다.

MB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특보를 지냈으며 이른바 ‘7ㆍ4ㆍ7 구상’과 4대강 사업, 규제완화 등 MB정부의 핵심 국정과제가 그의 손을 거쳐 마련됐다.

2009년 개각 때 경제사령탑에서 물러난 강 전 행장은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등을 거쳐 2011~2013년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지냈다.

최근 경영비리 등으로 구속기소된 남상태(2006~2012년), 고재호(2012~2015년) 전 대우조선 사장과 재임시기가 두루 겹친다.

강 전 행장 수사가 그 윗선으로 확대될 경우 그보다 높은 MB정부 실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은 일단 강 전 행장에 대한 개인 비리 수사로 국한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우조선과 거래를 했던 W건설사와 바이오업체 B사 사무실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조선해양회사인 대우조선이 업종 관련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이들 회사에 사실상의 특혜를 준 배경에 강 전 행장의 입김이 작용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 압수수색 이유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자회사 부산국제물류(BIDC)는 2011년 9월과 11월에 각각 4억9999만8000원씩을 B사에 지분 투자했다. B사는 강 전 행장의 지인들이 주주를 구성한 회사로, 대우조선 실무진은 업종이 전혀 다른 B사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강 전 행장이 남 전 사장 등에게 여러차례 압력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분투자금은 대우조선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도록 5억원을 넘지 않게 4억9999만8000원씩 쪼개져 B사로 흘러갔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남상태ㆍ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 기간에 중소건설사 W사에 50억여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W사는 강 전 행장과 같은 종친회 소속인 강모씨의 회사다.

W사와 B사 등 강 전 행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 2곳으로 대우조선에서 흘러간 자금 규모는 100억원을 넘는다. 검찰은 이 돈이 사실상 뇌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강 전 행장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 사라진 수조원 어디로?

검찰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에 대해 20억원대 금품수수 및 5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남 전 사장을 이은 고재호 전 사장에 대해선 5조7000억원대 분식회계 사기 및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재임기간 동안 대우조선에서 수조원대의 회계 사기와 경영 비리가 아무런 견제 없이 자행될 수 있었던 데에 앞서 강 전 행장에 대한 ‘특혜 제공’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묵인 또는 방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는 남 전 사장(2006~2012년)과 고 전 사장(2012~2015년)의 재임시기가 강 전 행장이 산업은행장으로 있던 시기(2011~2013년)와 겹치는 것과도 관련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으로 대우조선의 경영에 깊이 관여해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우조선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살펴보면 MB 정부 내에서 산은 출신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2009년부터 김유훈 전 산은 재무본부장, 김갑중 전 산은 재무본부장, 김열중 전 산은 부행장 등 산은 출신 인사들이 이 핵심 요직을 차례로 차지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수사가 산은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대규모 부실을 초래하고 이를 숨긴 채 수천억원대의 성과급을 받아간 데에 강 전 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MB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는 대우조선에서 사라진 수천억, 수조원 자금의 행방과 맞물려 검찰 수사가 이를 겨냥할지 주목된다.

검찰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을 포함한 기타 채권은행들이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한 자금만 2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우조선의 부실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케 하는 것으로 MB정부 시절 대우조선에서 천문학적 자금이 빠져나간 것을 말해준다.

기업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숨기는 방식으로 흔히 분식회계와 같은 회계 조작이 동원된다.

고재호 전 사장의 경우 2012∼2014년 회계연도의 예정원가를 임의로 줄여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고, 자회사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순 자산(자기자본) 기준 약 5조7059억원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회계사기 규모는 2조7829억원 가량이다.

또한 고 전 사장은 회계사기를 바탕으로 취득한 신용등급을 이용해 2013∼2015년 약 21조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도 있다. 금융기관 대출만 4조9000억원대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대우조선에서 빠져나간 수천억, 수조원이 어디로 사라졌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 천문학적 자금이 누구 손에 들어갔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대우조선의 주채권 은행이자 자금을 관리하는 신업은행이 의심을 받을 만하다. 대우조선이 결정적으로 부실 기업으로 추락한 시점이 MB 정부 때이고 강만수 전 행장이 산은의 총수로 부임한 이후라는 점에서 강 전 행장과 그 윗선인 MB정부 실세에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은 아직 이 부분에 다가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행장만 해도 일단 개인 비리에 국한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강 전 행장을 소환한다고 하니 어느 단계까지 수사를 할지 지켜볼 일이다.

강 전 행장 윗선인 MB 정부 실세, 나아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까지 수사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검찰로서는 큰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농협이나 포스코 수사에서 보았듯 검찰이 MB 실세들에 대한 수사를 할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낸다.

반면, 새누리당의 8ㆍ9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다면 MB 실세들에 대한 수사도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만간 이뤄질 강 전 행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위기의 조선업 검찰 수사 압박하나?

대우조선 경영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MB정부 실세까지 손을 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과 함께 조선 ‘빅3’를 이루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검찰 수사에 강한 압박을 넣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최악의 경영 악화 상태에 이른데에 대우조선과 그 배후의 산업은행, MB 정부 실세들의 ‘부당 거래’가 주요 원인이 됐으므로 이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관계자들은 자사 경영이 악화된데에 대우조선의 덤핑 수주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우 국내 조선소들 간 해외 입찰시 입찰가의 70∼80% 이하로 낮게 써내 수주를 독식하다시피 했다”고 지적하고 “이 때문에 다른 조선소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정상가 이하로 응찰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우조선 부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회계 분야 전문가는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로 부실을 감추려고 해외 선박 수주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섰고, 덤핑 수주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ㆍ삼성 중공업 관계자들은 “만일 검찰이 대우조선 비리를 적당히 수사한다면 노조를 동원해 진상규명을 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사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 등 조선업의 앞날이 불안하다며 이런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을 처벌하는데 힘을 모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비리에 대한 수사가 자칫 정치ㆍ사회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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