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당 장악…비박 MB 방어 한계

새누리당 지도부 친박계 차지…차기 대선도 관리

당권 향배 눈치보던 사정기관 MB 관련 수사 탄력

새누리당 8ㆍ9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비롯해 새 지도부를 친박(친박근혜)계가 싹쓸이하면서 여권 차기 대선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친박계 대선주자들이 날개를 달게 된 반면, 비박계 잠룡들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이번 여권의 새 지도부는 2017년 차기 대선을 관리하게 돼 있어 대선주자들과 대선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이 친박계 주도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비박계는 비주류로 남게 됐고, 이들과 인연이 깊은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도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의 당권 향배에 눈치를 보던 사정기관들도 친박이 득세함에 따라 비박과 가까운 MB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MB를 둘러싼 상황이 더욱 곤혹스럽게 됐다.

8ㆍ9 전대 친박계 승리…친박ㆍ비박 잠룡들 희비 엇갈려

새누리당 8ㆍ9 전당대회는 친박계 주류가 당 지도부를 장악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청와대 정무ㆍ홍보수석 출신의 ‘친박 핵심’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에 오른 것을 비롯해 최고위원에 친박계인 조원진ㆍ이장우ㆍ최연혜 의원이 선출됐으며, 청년 최고위원에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창수 후보가 비박계 이부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전대 전만해도 비박계가 주호영 후보로 단일화를 이룬 반면, (범)친박계는 세 후보(이정현ㆍ이주영ㆍ한선교)가 나서 표 분산에 따라 주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정현 후보가 4만4421표를 득표, 3만1946표에 그친 주호영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새 당 대표에 올랐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박계인 조원진ㆍ이장우 의원이 각각 3만7천459표, 3만4천971표로 1,2위를 기록했고, 비례대표 초선 의원인 친박계 최연혜 의원이 2만7080표를 차지하면서 ‘여성몫’이 아닌 4위 득표로 당당하게 최고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비박계는 강석호 의원이 3만3천855표로 3위를 차지해 유일하게 최고위원에 올랐으며, 정문헌ㆍ이은재 의원 등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새누리당 새 지도부는 사실상 친박계가 차지했고, 앞으로 당 운영도 친박계가 주도할 것이 확실시됐다.

이번 8ㆍ9 전대 결과는 친박. 비박 간 당 주도권 경쟁뿐만 아니라 여권 대선후보 간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친박계는 대선 국면을 이끌며 유력 후보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반면, 비박계 잠룡들은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다.

특히 친박계가 직간접으로 대선후보로 거론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가도는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 대망론에다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친박계의 지원, 호남 당 대표까지 반 총장에 유리한 여건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이정현 신임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후보와 관련 “기존후보에 더해 외부에서도 많은 숫자를 영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반 총장에 대해 “당연히 외부영입인사 중 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총선 참패 책임론으로 행보를 자제하던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도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비박계 잠룡들은 전대 결과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국 민생투어에 돌입하며 사실상 대선 행보를 벌인 김무성 전 대표는 비박계 단일화를 주도하며 비박 단일 후보인 주호영 의원을 노골적으로 지지해 누구보다 강력한 ‘역풍’을 맞았다. 당분간 김 전 대표의 대권 행보는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전대 전 주호영 의원과 회동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비박계 유력 후보라는 인상을 줬지만 비박의 참패로 체면을 구겼다. 비박계에 우호적인 발언을 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줄곧 친박과 각을 세워 온 원희룡 제주지사의 입지도 타격을 입었다.

유승민 의원은 전대 과정에서 뚜렷한 행보를 보이진 않았지만 내년 대선 경선이 친박 중심으로 치러질 경우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친이ㆍ비박계 후퇴… MB 입지 불리

새누리당 8ㆍ9 전대가 친박계 승리, 비박계 패배로 막을 내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지가 곤혹스럽게 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최근 사정기관이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롯데그룹과 산업은행 강만수 전 행장에 대한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는 배경에서다.

정치권과 사정기관 안팎에선 롯데와 강만수 전 행장에 대한 수사가 궁극적으로 MB를 겨냥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롯데가 MB 정권 시절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기업으로 알려졌고, 강 전 행장은 MB의 최측근으로 MB 정부 경제정책 전반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MB가 퇴임 후에도 여권내 친이ㆍ비박계와 깊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고 8ㆍ9 전대 과정에서 비박계 후보들을 지원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비박계 후보였던 정병국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미디어홍보본부장을 맡았고,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냈다. 비박계 단일 후보인 주호영 의원 역시 친이계 출신으로 꼽힌다.

직간접으로 비박계를 지지한 신진 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MB와 가깝다.

하지만 8ㆍ9 전대 결과 비박계가 참패하면서 유탄이 MB까지 틔게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정기관이 MB 측에 대한 수사를 주저하지 않고 밀고 나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사정기관은 8ㆍ9 전대를 주의깊게 지켜봤다. 만일 비박계 후보가 당 대표에 오르고 당을 장악할 경우 이들과 가까운 MB에 대한 수사가 부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롯데나 강만수 전 행장의 경우 MB정부 시절과 관련있는데 비박계가 여권의 중심이 되면 아무래도 MB 관련 수사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비박계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 등 검찰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MB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김수남 총장 등 검찰 수뇌부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8ㆍ9 전대 결과 비박계가 몰락하면서 MB 관련 수시에서 적잖은 부담을 떨쳐냈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MB 측과 김무성 전 대표가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는 얘기가 들린다. 전대 결과 김 전 대표가 깊은 상처를 입은 것은 MB에게도 불리한 형국이다. 8ㆍ9 전대의 또 다른 피해자가 MB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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