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구하기’ 무리수 역풍 불러…박근혜 정부 위기론

이석수 특별감찰관 검찰 수사 의뢰에 청와대 휘청

박근혜 정부에 치명상 입힐 뇌관 터질 수도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의혹’ 친이계 반격 시나리오

숨 죽인 이정현 고개 숙인 남자 되나 정치권 주목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 파문이 청와대에서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 수석에 대한 논란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특별감찰팀은 지난달 21일부터 우 수석에 대한 정강을 통한 조세포탈 및 배임ㆍ횡령 의혹 및 재산 축소신고 의혹,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인사검증 부실 등을 조사했다.

앞서 우 수석 가족 회사를 통한 세금 회피와 우 수석 아들 병역 특혜 의혹 등에 대해 감찰을 벌여온 이 감찰관은 우 수석 아들 문제에 대해서는 직권 남용 문제를, 가족 회사 문제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를 포착했다.

이에 지난 18일 이 감찰관은 우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이 감찰 결과 범죄 혐의에 해당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증거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의뢰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청와대의 무리수에 위기론

수사의뢰의 경우 고발보다 수사 강제성이 낮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과 파장을 감안할 때 검찰이 사안을 축소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 수석 아들인 우 모 상경은 지난해 2월 의경으로 입대해 같은 해 4월 서울정부청사 경비대에 배치받았고 두 달 반 뒤인 7월 서울청 운전병으로 자리를 옮겨 특혜 논란이 일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우 수석의 아들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이상철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의 운전병으로 복무하면서 실제 차량을 운전한 일수는 103일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2월 입대 이후 지난 7월 20일까지 511여일간 복무하면서 59일간 외박을, 85차례 외출을 나온 것으로 파악돼 복무 환경에도 특혜가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감찰관은 또 우 수석 처가의 1인 가족기업인 ‘정강’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를 적용해 수사 의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의 비리 의혹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부분은 청와대의 대응이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이 감찰관에 대해 “국기를 흔드는 위법행위를 했다”며 맹비난했다. 우 수석 감찰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와 업무 진행 상황을 상의했는 이유에서다.

청와대가 이 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일부 언론에 제공한 것을 두고 ‘위법’이라고 규정함에 따라 우 수석 비리 의혹 감찰은 청와대와 정치권의 대립이라는 새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감찰관의 행위를 두고 청와대가 맹비난하는 반면 정치권은 “청와대의 이 같은 대응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임과 동시에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감찰관의 검찰 수사의뢰 직후 “언론에 보도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특정 신문에 감찰관련 내용을 확인해줬으며 처음부터 감찰 결과에 관계없이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고 그대로 실행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것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사안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어떤 경로로 누구와 접촉했으며 그 배후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이 감찰관에 대해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우 수석에 대한 거취에 대한 언급은 없이, 수사의뢰한 이 감찰관의 감찰 결과 유출 의혹에 대해서 강경한 입장을 내놓음으로써, 사실상 우 수석에 대한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특별감찰관법 22조에 따르면 감찰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반응은 격앙된 듯 보인다. 이 관계자는 “감찰내용을 특정언론에 유출하고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져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항”이라면서 “국기를 흔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특정언론에 왜 어떻게 유출됐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은 대통령 소속 특별감찰관이 직무상 독립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언론에 감찰 내용을 누설한 것은 어떤 의도를 갖고 감찰 활동을 진행한 중대 위법행위로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진실규명은 뒤로 하고 의혹 공론화를 문제삼는 모양새가 ‘정윤회 파일’ 사건 때와 유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MBC 보도 등에 따르면 이 감찰관은 모 언론사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아들 운전병 인사와 ‘정강’이다”, “지금 이게 감찰 대상이 되느냐는 식인데 (우 수석이) 버틸 수도 있다. 계속 그런 식으로 버티면 우리도 수를 내야지. 우리야 그냥 검찰에 넘기면 되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찰관은 전날 특감 활동을 마무리하며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배치 의혹 논란, 가족회사 정강의 회삿돈 유용 의혹 등에 대해 각각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서를 보냈다.

특검론 군불 때는 정치권

청와대 내부에선 이 특별감찰관이 단순히 감찰 내용을 확인해준 것이 아니라 특정 언론과 의견을 교환하고 감찰 방향까지 밝힌 뒤 그대로 실행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감찰 결과로 거세지는 우 수석 거취에 대한 압박에 맞서 이 감찰관의 ‘감찰내용 언론 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강공 드라이브로 맞불을 놓자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선 특검 등으로 맞설 기세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여권 안팎에선 “대통령 국정운영에 누가 돼선 안 된다”며 우 수석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야권은 청와대를 향해 “우병우 살리기와 특별감찰관 압박을 중단하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눈치를 살피던 여권도 야권의 청와대 비판에 힘을 보태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야권은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 감찰관을 비난한 청와대 공식 입장에 대해 최근 “우병우 구하기 막장드라마를 보고 있다.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에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청와대는) 이 감찰관의 행위가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해서 감찰 행위 자체를 의미없게 만들고자 한다”며 “일반 국민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을 관장하는 위치인데, 우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면 과연 현직을 유지하면서 온전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냉철한 판단 아래 국민 상식에 맞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우 수석의 버티기가 도를 넘었다. 현직 민정수석이 사법기관의 조사 대상이 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는데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누가 이 정권을 믿고 따르겠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버티면 오기와 독선밖에 보이지 않는 청와대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 중으로 (우 수석의 거취 문제를) 정리해달라”고 청와대에 우 수석의 해임을 촉구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현안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묵과할 수 없는 사안’, ‘국기를 흔드는 일’등의 표현을 쓰며 비난하고 나섰다”며 “이는 검찰에 ‘눈치껏 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특별감찰관 제도를 부정한 것"이라며 "청와대 주연의 우병우 구하기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하다“고 맹비난했다.

여ㆍ야 압박에 외로운 싸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비대위에서 우병우 의혹과 관련, “본말은 간 데 없고 이 감찰관이 어떻게 감찰 내용을 외부로 유포시켰는가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하겠다는 게 청와대 논평”이라며 “청와대가 또 엉터리 같은 수작을 시작한다고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특별감찰관실에서 감찰 내용을 흘렸느냐, 또는 ‘우병우 일병 구하기’ 특수 사찰을 하는 사람들이 도감청을 했느냐, SNS를 들여다봤느냐 등 여러 의혹들이 우병우 의혹처럼 함께 커져간다”며 “이렇게 국민을 우롱하는 우병우 일병 구하기를 계속하고 특별감찰관을 압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내고 “청와대는 우 수석 수사의뢰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하건만 적반하장으로 본질을 흩트리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 수석을 살리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결국 우 수석은 검찰 수사를 눈앞에 두게 됐다”며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진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우 수석 사퇴ㆍ해임을 촉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새누리당의 당권을 장악한 친박계 당 지도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정현 당대표 취임 후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밀월관계’를 이어가던 당청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의 ‘우병우 버티기’로 비난여론이 들끓으면서 친박계 지도부가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적 공분과 함께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더 이상 침묵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19일 특별감찰관에 의해 수사의뢰된 우 수석에 대해 “우 수석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는 사실상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이어서 향후 새누리당 지도부가 당-청 밀월관계를 깨고 비판 강도를 더 높일지 여부가 주목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우 수석 사퇴 요구를 두고 “민정수석 신분을 가지고 어떻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느냐”면서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도 논의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문자로 “내가 (이정현) 당대표, (김재원) 수석과도 다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최근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대통령의 참모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에게 너무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우 수석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해 봐야 한다”고 사퇴론에 조심스럽게 힘을 실었다.

당 원내지도부뿐 아니라 당내 여러 의원들도 우 수석 사퇴 요구에 가세했다.

주호영 의원은 “(우 수석 같은) 정무직은 사법적 절차와는 관계없이 국민여론 등 정무적 판단으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청와대에서 우 수석이 너무 일도 잘하고 무죄라고 생각해 사퇴시키기 어렵다면 최소한 직무정지는 시켜야 한다”며 “기소가 확정된다면 그땐 물론 사퇴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소속 의원에 대한 기소가 확정되면 출당조치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감찰관의 수사 의뢰로 우 수석 관련 의혹을 수사하게 된 검찰에서는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 수석이 현직에 남아 조사를 받으면 어떤 결과를 내놔도 검찰 수사에 대해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 지금이라도 우 수석이 사퇴한 뒤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검찰에서는 일단 특감이 의뢰한 우 수석 아들의 의경 ‘꽃보직’ 논란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와 가족회사 ‘정강’을 통한 ‘횡령’ 혐의 외에도 그간 제기된 의혹들을 모두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도 실제 법리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직권남용이나 횡령 등의 범죄 사실을 밝혀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유죄 입증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