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현 정권실세들 약점 가장 많이 아는 인물로 통해

검찰 등 사정라인 장악 수사기획력 뛰어난 인물

친박 당권 장악 결정적 기여 등 박 대통령 최고 핵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동시에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청와대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과 여론의 거센 질타에도 불구하고 우 수석을 감싸는 악수를 두면서 파문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조기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여권 위기설도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적인 석상에서 우 수석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삼가는 모습이다. 청와대의 우 수석 옹호를 표면적으로 구체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와 정치권 주변에서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놓고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우 수석 카드를 버릴 수 없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본다.

청와대 내에서 우 수석의 영향력과 외부적인 교감능력, 특히 사정기관과의 업무상 협력 범위를 감안할 때 그의 역할을 대신할 인물이 없다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보다 우 수석의 청와대 내 영향력은 일반에 알려진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번 친박계의 새누리당 당권 장악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 우 수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숨은 힘은 생각보다 상당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각도가 좀 다른 소리도 나온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친박계 최고 핵심인사들이 우 수석에 발목 잡힌 게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 수석은 민정실에서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 최고 보고라인을 통해 각종 첩보자료들을 수집했으며, 이중에는 핵폭탄급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 시중에 확산되고 있다.

우병우 구하기 구체화하나

각종 비리의혹을 사고 있는 우 수석은 결국 검찰 조사를 받게 됐지만 수사는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 수석 비리를 수사하게 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우 수석을 옹호해 문제가 됐고 우 수석이 알 수 없는 믿는 구석을 내세워 버티기 중이며 수사하게 된 검찰도 결국 우 수석 라인에 든 인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아서다.

우 수석 수사를 맡게 된 윤갑근(52ㆍ사법연수원 19기) 검찰 특별수사팀장은 우 수석과는 매우 각별한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수사는 초반부터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검찰은 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며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특별수사팀의 팀장으로 임명된 윤 팀장(대구고검장)은 이른바 ‘우병우 라인’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이어서 ‘그 나물이 그 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특별수사팀 구성단계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3일 대검찰청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진상을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대검 강력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인 윤 팀장은 2010년 무렵 우 수석이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낼 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개입 논란이 일었던 ‘정윤회 사건’에서도 우 수석과 윤 팀장은 장단을 맞췄다. 당시 검찰은 정윤회 사건을 ‘문건 유출 사건’으로 결론 짓고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관천 경정만을 재판에 넘겼다.

민정비서관이었던 우 수석은 이 사건을 발판 삼아 민정수석으로 임명됐고, 우 수석은 대검 강력부장이었던 윤 팀장을 반부패부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우 수석이 윤 팀장의 대구고검장 승진 인사검증을 맡았다. 사실상 우 수석이 윤 고검장을 발탁했다는 말이 법조계에 무성하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김수남-우병우-윤갑근으로 이어지는 검찰라인이 구성돼 있으며, 윤 팀장이 차기 검찰 총장으로 유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수남 총장은 '미네르바 사건', '국정원 여직원 사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 '정윤회 사건',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 수사' 등 현 정정과 직결된 수사들을 지휘해왔다.

우 수석은 노무현 대통령이 연루됐던 '박연차 로비 사건'을 담당했다.

이번 특별수사팀장을 맡게 된 윤 팀장도 ‘정윤회 사건’을 수사했던 경력이 있으며 이번 수사까지 정권 입맛에 맞게 잘 마무리하면 차기 총장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법조계에 깔려있다.

야권 반발에 눈치 보는 청와대

이에 야당은 우병우 특별수사팀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수뇌부에 특검을 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며 검찰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경고했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4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특별수사팀 구성을 두고 장고 끝에 악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만 키웠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의혹을 파헤치기는커녕 부실수사나 은폐수사 같은 또 다른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고 전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번 우병우 특별수사팀에 대해 ‘답정너 수사팀’이라고 지적하며 특별검사를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답정너란 ‘답은 정해져 있다’라는 말의 신조어다.

그는 “이 문제는 기왕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길이 막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검의 길밖에 없다”면서 “특검 역시도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특검을 하는 게 오히려 청와대로서도 더 편한 것이고. 그리고 특검까지 가지 않겠다면 현직에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우 수석 감싸기를 놓고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박 대통령이 국민적 비난여론을 감수하고라도 우 수석을 감쌀 수밖에 없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우 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배경에 따로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우 수석이 청와대 핵심 부처와 사정기관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이들 부처와 기관에 최고 지휘부로 암약했다”며 “지금 우 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청와대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은 물론 향후 레임덕 현상에 대응할 힘이 없어진다고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소식통은 “우 수석은 박 대통령에 있어 구세주나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새누리당 당권 장악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일 뿐만 아니라 비박계 뿐만 아니라 친박계 반란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을 가진 유일한 인물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 수석의 수사기획력은 청와대가 가진 최고의 힘이라는 것이다. 우 수석과 관련해 그가 여러 사정라인의 보고를 종합해 핵심을 찌르는 수사를 기획해 비박계를 견제하고 정권 말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부의 파워게임을 조기진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말이 적지 않다.

또 우 수석은 비박계 핵심 인사들뿐만 아니라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한 여러 파일을 쥐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민정실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우 수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검찰 수사의 방향을 정하고 마무리해야 하는 중요한 인물”이라며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여권 내부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우 수석이 매우 필요한 사람임과 동시에 여러 면에서 불편한 점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우 수석이 현 정권 인사들 중 일부 핵심인사의 비리 파일을 쥐고 있다는 말도 있다.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최경환 서청원을 넘어 박 대통령도 찜찜해 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유시민 작가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언급한 적 있다. 유 작가는 이 방송에서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이 나가 주면 좋겠는데, 우 수석이 안 나갈 경우 이 사람을 자르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유 작가는 “붕괴된 사정라인은 금방 재건이 가능한데, 대통령으로서는 뭔가 이 사람을 내칠 수 없는 약점이 있다”고도 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