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친박 “우병우 물러나야”…강성 친박, 우 수석 옹호

이정현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이후 친박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박계 내부에 잠재돼 있던 분열조짐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검찰수사 사태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최근 비박계뿐만 아니라 친박계 내부에서도 우 수석 사퇴에 힘을 보태고 있어 ‘우병우 구하기’에 나선 강성 친박 의원들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예컨대 연성 친박 인사로 꼽히는 정우택 의원은 지난 2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합당치 않다”며 “우 수석이 스스로 거취 문제를 판단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범친박계로 구분되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이후 친박 진영에서 또다시 우 수석의 사퇴에 힘을 싣는 반응이 나오자 친박 중진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비박계 좌장으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비박 단일 당권 후보였던 주호영 의원 등은 우 수석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 당권을 장악한 친박 핵심진영 외 나머지는 우 수석에 대한 입장차를 분명히 보이고 있다. 이에 친박대 비박 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했던 우 수석 사퇴론은 정치적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진석 원내대표에 이어 정우택 의원까지 우 수석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권 흔들기’라며 우 수석을 옹호하던 강성 친박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대표도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 수석 거취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내 친박계가 둘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정현 대표에 대한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당 장악력과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에는 많은 친박 의원들이 ‘노코멘트‘라고 답하며 자신들이 입장조차 밝히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지난 23∼24일 새누리당 소속 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일보가 실시한 긴급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107명 중 우 수석 거취와 관련해 ‘사퇴’ 의견을 제시한 의원 50명은 “사퇴 시기를 더 이상 미룰 경우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줄지 모른다” “이미 사퇴 시기가 지난 것 같다” 등 입장을 보였다.

반대로 ‘직 유지’ 의견은 13명에 그쳤다. 수치로만 보면 새누리당 의원들 의견은 우 수석 사퇴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코멘트’라고 한 의원이 무려 44명이다. 직 유지라고 한 13명은 모두 친박 색채가 뚜렷했고, ‘노코멘트’ 44명 중 37명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박완수 의원은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우 수석 거취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우병우 감싸기'에 비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며 “특히 이정현 대표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당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사태’가 계파 전쟁 ‘2라운드’를 촉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