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후보 ‘빨간불’, 野 잠룡 ‘집권’ 자신…반기문 출마 최대 변수

새누리, 김무성ㆍ오세훈ㆍ유승민ㆍ김문수ㆍ남경필ㆍ원희룡

더민주, 문재인ㆍ박원순ㆍ김부겸ㆍ안희정ㆍ손학규ㆍ김종인

국민의당, 안철수ㆍ천정배… “2017 대선 반기문에 달렸다”

우리나라의 정치, 특히 선거에서 명절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전국에서 2000만명 이상이 한순간에 이동하는 설과 추석 명절은 민심이 한데 모이고 요동치는 시기이다.

이를 우리 정치와 연결하면 하반기에 있는 추석 명절이 주로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 명절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 이는 국내 대선이 12월에, 총선이 4월에 있는 것과 관련있다.

2017년 제19대 대선은 12월 20일로 예정돼 있다. 올해 추석 명절은 내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그 어느 때보다 대선에 관한 이야기가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 지역, 이념이 다양한 가족들이 소통하고, 때론 충돌하면서 민심이 뒤엉키고 여론이 형성된다.

지난 4ㆍ13 총선을 계기로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추석 민심은 내년 대선의 지형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추석 민심이 갖는 정치적 함의와 무관하지 않다.

2017년 대권의 주인이 되기 위해 뛰고 있는 여야 및 그밖의 잠룡들과 그들의 각기 다른 행보를 살펴봤다.

새누리당, 경쟁력 있는 후보 부재로 ‘빨간불’

새누리당은 4ㆍ13 총선 전만 해도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차기 대선을 주도해나간다는 꿈에 부풀었다. 당 지지율도 야당에 앞섰고,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여권 잠룡들의 지지율도 나름 기대할 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4ㆍ13 총선결과 제1당을 야당에 내주는 참패를 당하면서 대선 희망은 산산조각났다.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도 급락하면서 차기 대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년 가까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김무성 전 대표는 3위 밖으로 밀려났고, 오세훈 전 시장은 정치1번지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국회의장에 패해 잠룡 체면을 구겼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더민주 김부겸 의원에게 패해 재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승민 의원은 총선을 전후해 대선후보로 급부상했지만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고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이 당을 장악하고 있어 대권행보가 녹록지 않다.

그밖에 남경필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여권 잠룡들은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거나 대권을 향한 몸풀기에 한창이다.

여권내 선두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전국을 도는) 민생 탐방이 끝나는 9월 말, 10월쯤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5일 전북 장수 사과농장과 전통시장, 진안 마이산 등을 찾아 호남지역 민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김 전 대표가 7월 14일 당 대표 당선 2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은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전 대표가 민심 탐방을 이유로 전국을 순화하는 것 자체가 대권행보”라며 “지지율 추이에 따라 킹이 될 것인지, 킹메이커가 될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종로구에 대선 준비 싱크탱크인 ‘공생연구소’를 열고 조직을 갖추는 한편, ‘왜 지금 공생인가’라는 제목의 저서를 준비하는 등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김문수 전 지사도 최근 ‘김문수TV’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대권행보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오는 10월 11일엔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이 주최하는 특강에서 SKㆍGS 등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서는 등 대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대선 출마와 관련해 “고민중”이라고 하면서도 강연정치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데 적극 나서는 등 대선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 중엔 유 의원이 여권내 유일한 TK(대구ㆍ경북) 주자이고 보수 여당에서 개혁적 이미지를 갖고 있어 대선후보로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5일 대선에 출마할 경우 모병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 출마에 대해 남 지사는 “내년에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여권의 잠룡들이 대선 행보에 적극 나서거나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지만 내년 12월 대선 승부에 대해선 불안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선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 야권 잠룡들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내 선두권인 김무성ㆍ오세훈ㆍ유승민 후보들의 대선 지지율은 야권 후보에 밀려 3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이런 추세는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9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국 유권자 1515명(총 통화시도 14,483명 중 1515명 응답 완료. 응답률 10.5%)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지율 21.1%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17.3%),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10.3%), 박원순 서울시장(7.3%) 순으로 나타났다.

여권 잠룡들 중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지율 4.4%로 5위를 기록했고, 김무성 전 대표는 4.0%로 7위, 유승민 의원은 3.0%로 9위에 자리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2.1%, 홍준표 경남지사는 1.6%, 원희룡 제주지사가는 1.0%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14.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직 대선까지 1년여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새누리당엔 ‘비상등’이 켜졌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차기 대선은 야권에 절대 유리한 형국이다.

때문에 친박을 중심으로 한 여권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 친박 일부 의원들은 공공연히 반 총장 영입을 주장하고, 이정현 대표는 ‘슈퍼스타K’ 방식의 대선 후보 선출을 거론해 당 안팎에서 ‘반기문 총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비박 진영은 김무성ㆍ오세훈ㆍ유승민 후보 등이 있지만 야권 후보들에 비해 지지율이 낮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여권 전반에 현재의 대선후보로는 차기 대선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야권 “이번엔 집권한다” 자신감 충만

지난 4ㆍ13 총선을 통해 정치 주도권을 확보한 야권은 제19대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더민주는 제1 야당 프리미엄에다 문재인 전 대표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차기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더민주는 8ㆍ27 전당대회에서 문 전 대표 진영의 지지를 받은 추미애 후보가 당 대표에 오르고 8명의 최고위원 중 6명이 친문(친문재인) 사람들로 채워져 ‘문제인당화’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전 대표가 더민주의 차기 대선후보에 오를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 구축된 셈이다. 여기에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커진 대선후보 경선 방식도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해 일각에선 차기 대선후보로 문 전 대표가 ‘확정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도 야권 차기 대선후보 1순위로 꼽는데 단단히 한몫한다. 문 전 대표는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야권 후보 중 1년 넘게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유력 주자인 반기문 총장을 앞서기도 했다.

문 전 대표도 대선출마 의지와, 집권 가능성을 숨기지 않는다. 문 전 대표는 6일 진성준 전 의원이 주최한 강서목민관학교 수료식에 참석해 한 축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의 희망과 가능성,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는 제가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정말 벼락치기로 대선에 임했다”며 “내년에는 정권 교체를 꼭 이루겠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더민주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내년 대선의 야권 후보로 문 전 대표를 꼽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 전 대표는 야권 대선후보 중 조직, 지지율, 정권교체 가능성 등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평했다.

문 전 대표 외에 더민주의 잠룡으론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 재개에 나선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의 대권 도전도 관심대상이다.

박원순 시장은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가장 활발하게 대권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5월 5ㆍ18 광주민주화 운동 36주년을 맞아 광주를 찾은 자리에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며 대권도전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청년수당 사업(청년활동지원사업)’을 밀어붙이고, 박 시장 측근 인사들로 싱크탱크 ‘새물결’을 구성하고, 최근 미국 순방에 나서는 것 등을 대권행보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을 통해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 왔다. 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의 다른 표현”이라며 문 전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외곽단체인 ‘새희망포럼’이 오는 10월께 광주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가질 예정이고, 김 의원의 후원회장에 유인태 전 의원이 이름을 올리는 김 의원의 대권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 6일 “연말에 내년 대선 일정이 확정되면 그 때 입장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말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안 지사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동교동도 친노(친노무현)도 뛰어넘겠다. 친문(친문재인)도 비문(비문재인)도 뛰어넘겠다”며 “김대중 노무현의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연말을 전후해 ‘문재인 대세론’이 어떻게 자리하느냐에 따라 안 지사의 출마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손학규 전 고문은 2일 광주 금남로공원에서 열린 ‘저녁이 있는 빛고을 문화한마당’에서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정신으로, 다산 정약용이 경세유표를 쓴 개혁의 정신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며 “여러분과 함께 나라를 구하는데 저를 아끼지 않고 죽음을 각오로 저를 던지겠다”고 해 사실상 대선출마 의사를 드러냈다.

손 전 지사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기존 정당에 합류하지 않고 ‘국민운동체 건설’이라는 독자적인 복귀 방식을 선택해 향후 그가 직접 대권 도전에 나설지, 아니면 킹메이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출마를 점치기도 하다. 김 전 대표가 4ㆍ13 총선 승리를 이끌어 역량을 인정받았고, 차기 대선의 화두가 될 ‘경제’ 전문가라는 점, 중도 성향의 행보 등이 대선후보로서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ㆍ천정배 전 공동대표가 대권 도전에 나섰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광주전남 지역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교체 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우선 야권 정치의 본류인 호남을 자기세력화하는데 전력하면서 강연정치를 통해 지역,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천정배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한 싱크탱크 겸 지지 모임으로 알려진 ‘자구구국(自救救國) 포럼’을 8일 야권 심장부 광주에서 열고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2017 대선 최대 변수는 반기문 출마 여부

“2017년 대선은 반기문 총장에 달렸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대학교수인 한 정치평론가는 “차기 대선은 반기문 총장이 출마하느냐, 그리고 어느 당 대선후보로 나서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확언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선과 관련한 여론조사 이후 2년 가까이 꾸준하게 1위를 유지한 후보는 반기문 총장뿐이다”며 “실제 반 총장이 대통령이 되느냐를 떠나 대선의 ‘상수(常數)’”라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차기 대선의 최대 관건은 반기문 총장의 출마 여부다. 그간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놓고 견해가 갈렸다. 일부에선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서 검증이 안 됐고, 국내 기반 취약 등을 이유로 출마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다수의 정치 전문가들은 반 총장이 출마 명분이 확실하면 나올 것이라며, 북한 문제, 국내의 지역ㆍ세대ㆍ이념 갈등을 통합할 필요성 등 시대 상황을 볼 때 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반 총장이 방한해 이례적으로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이후 ‘출마’ 쪽에 무게가 주어지고 있다.

반 총장은 5월 25일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임원진과의 간담회에서 ‘반기문 대망론’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유엔 패스포트(여권)를 갖고 있었지만, (총장 임기가 끝나는)내년 1월1일이 오면 이제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고민과 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대통령을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자생적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제가 인생을 헛되게 살진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는 것이란 생각에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이후 반 총장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반 총장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이 어느 당 대선후보로 출마할 것인가도 초미의 관심사다.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가 부재한 여권, 특히 친박은 반 총장 영입에 전력하고 있다. 다수 정치 전문가들은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반 총장의 보수 성향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야권보다 유리한 당내 대선 구도 등이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반면, 반 총장이 야권 후보로 나설 가능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유엔 사무총장이 된 만큼 친노(친노무현)계가 주축인 더민주 대선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친문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제치고 반 총장이 더민주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반론이 상당하다. 단,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를 양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반 총장이 현재의 여야가 아닌 ‘제3지대’에서 출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 여야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중도ㆍ합리적인 정치세력의 대선후보로 나선다는 것이다.

반 총장은 올 연말 임기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그때쯤 반 총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이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지 국민과 여야 잠룡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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