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비리 등 청와대 지지율 하락…‘박근혜 정권 심판론’ 수면 위로

“朴정부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민심 이반 현상…정권 재창출 ‘빨간불’

여·야 차기 대권 준비 명암 엇갈려… 야권 연합 땐 보수정권 퇴출

각종 의혹 논란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파장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온다.

더구나 우 수석의 버티기와 청와대의 감싸기가 연일 정치권의 비판 대상으로 부각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내분까지 이는 분위기여서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우 수석 비리 의혹으로 친박계(친 박근혜)와 비박계(비 박근혜) 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친박계 내부에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향후 우 수석 문제가 더 시간을 끌 경우 여권 내부 갈등은 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여기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리더십 부재와 소통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어 친박계가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심화될 전망이다.

친박계의 선택 차기 대권 불안

우 수석의 사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여권이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우 수석 사태가 불거진 7월 말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는 우 수석의 거취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어 여론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8월 29∼31일 전국 유권자 1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달 1일 발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박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5%포인트 떨어진 31.2%로 집계됐다.

특히 31일 일간 지지율은 29.4%를 기록하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 4월 26일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4ㆍ13총선 여당 참패 등의 영향으로 일간 최저치(29.6%)를 보였을 때보다 0.2%포인트 떨어진 기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불공정 논란 등으로 ‘우 수석 거취 논란’이 여전히 확산되고 있고, 청와대와 언론사 간 대립, 그리고 검찰 문제 등이 이슈로 부상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앞서 한국갤럽의 8월 넷째 주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은 30%로, 취임 후 최저치(29%)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여권의 정권 재창출은 위험수위에 근접해 있다. 선거의 핵심지역인 서울이 6.4%포인트 하락한 27.4%를 보였다. 또 수도권과 충청ㆍ호남권은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반면 대구ㆍ경북은 47.6%로 3.7%포인트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이념성향 별로도 중도층과 진보층이 각각 5.8%포인트 2.1%포인트 하락한 22.7%, 13.3%였지만 보수층은 0.9%포인트 오른 59.8%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지지율 역시 2.2%포인트 떨어진 29.7%로 3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20%대로 내려앉았다. 더불어민주당은 8ㆍ27 전당대회 효과 등으로 3.9%포인트 오른 28.7%를 기록해 새누리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국민의당은 14%로 전주와 비슷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포인트 떨어진 21%로 1위,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0.1%포인트 하락한 17.8%로 2위에 올랐다.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0.6%포인트 오른 11%, 박원순 서울시장이 1.5%포인트 상승한 8.2%를 기록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이대론 위험’ 여권 내 불만 고조

비박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본인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김 전 대표는 “우리나라 사정기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석이 (검찰에 수사의뢰당한 상황에서) 그 자리에 있어서 되겠느냐”며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고 말했다.

비박계 대표로 당대표에 도전했던 주호영 의원도 전날 “정무직은 사법적 절차와 무관하게 국민 여론 등을 정무적으로 판단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친박계 분위기는 이와 좀 다르다. 이 대표를 선두로 한 친박계 의원들은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사실상 사퇴반대 의사를 표명한 청와대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 수석 거취문제와 관련,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등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의 내분이 당 전반의 균열로 확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지적도 나온다.

이때 정 원내대표는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종용하면서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나 혼자만의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며 뜻을 분명히 해 주목을 끌었다.

일단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 수석의 거취 논란으로 계파갈등을 마감하겠다고 공언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이번 우 수석 사건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도 못한 채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어 친박과 비박을 아우르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여권의 한 인사는 이 대표에 대해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호남표심 공략에 필요한 인물일뿐 당 대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지 않나”라며 “당 대표직 업무수행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뽑힌 말하자면 호남민심 끌기용 얼굴마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불신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친박계 양분화 가속 조짐

실제로 최근 이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이후 친박계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도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우 수석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비박계뿐만 아니라 친박계 내부에서도 우 수석 사퇴에 힘을 보태고 있어 이 대표 리더십에 벌써부터 의구심이 일고 있다.

심지어 ‘우병우 구하기’에 나선 강성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태도는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친박계로 구분되는 정 원내대표가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이후 친박 진영에서 또다시 우 수석의 사퇴에 힘을 싣는 반응이 나오자 친박 중진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진석 원내대표에 이어 정우택 의원까지 우 수석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권 흔들기’라며 우 수석을 옹호하던 강성 친박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우 수석 거취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내 친박계가 둘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대표에 대한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당 장악력과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사태’가 계파 전쟁 ‘2라운드’를 촉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한다.

이와 함께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우 수석 비서관이 증인으로 채택됨에 따라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운영위는 지난 7일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와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는 우 수석을 증인으로 전격 채택했다. 우 수석이 10월 21일 열리는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에 출석하면 ‘우병우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야당 의원들은 벌써부터 처가의 부동산 특혜의혹과 복무 중인 아들 꽃 보직 특혜 등을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유출한 의혹으로 역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법사위 기관증인으로 채택돼 우 수석 등과 관련한 의혹을 놓고 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 수석의 증인 채택으로 최근 여권 내 복잡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동안 민정수석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야당에서 강력하게 요구한데다 여당 지도부에서 동조하는 의견이 나오면서 갈등이 증폭될 조짐이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의 관례와 전례를 들어 “특정인의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는 여야 3당 간사가 진지하게 협의해서 추후에 확정 짓자”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늘 의사일정에 올라있는 안건을 왜 보류하느냐”며 “절차에 따라 하면 된다”고 주장해 냉랭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우 수석의 국회 출석 여부를 놓고 국회-새누리당-청와대 간의 복잡한 밀고당기기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우 수석이 운영위 국감 출석을 거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간 관행에 따라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경우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이런 이유를 들어 불출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우 수석이 출석할 경우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의원들의 질의 과정에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나 의혹이 제기될 경우 지금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 수석이 출석해 정면돌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 수석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반론을 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 증인 출석을 앞둔 시점에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해임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