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임박… ‘영세중립국’대응책 부상

김정은 핵ㆍ미사일 고도화 성공…박 대통령 ‘북한 비핵화’ 호소 무색해져

미국의 대북 방어력 한계…북핵 문제 근본해결책 ‘남북 영세중립국안’ 주목

북한이 9일 정권수립일에 맞춰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오후 1시30분(평양시간 오후 1시)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성명서 형태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이번 5차 핵실험으로 핵탄두를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마음먹은 대로 각종 핵탄두들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고도화된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게 됐다. 핵무기 최고단계라 할 수 있는 수소폭탄 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섰고, 소형 핵탄두는 완성단계에 돌입했다.

전 세계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놓이게 됐다. 최대 위협 대상은 한국이다. 하지만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역대 정부처럼 미국 방어력에 의존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젠 미국조차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당황하고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 등 국가 지도자를 만날 때마다 ‘북한 비핵화’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더구나 그렇게 강조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북한의 고도화된 미사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다시피한 상황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핵ㆍ미사일 억제력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을 드러낸 것으로해석된다. 미국도 이젠 북한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멈추지 않는 북한의 핵도발 위협을 궁극적으로 방지할 방안으로 한반도 ‘영세중립국’안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가져 온 파장과 대응 방안을 짚어봤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 이를 예견했던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지난 5월 36년만에 열린 7차 노동당 대회를 상기해보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남북관계는 당 대회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유엔을 비롯한 세계의 제재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왜 핵ㆍ미사일 개발에 전력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들어 북한은 1월 6일 4차 핵실험 후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주장했고, 2월 7일에는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호’를 발사했다. 그외 북한은 사거리 200km, 300km 신형 방사포 발사에 성공해 우리 정부와 미국을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무수단(북한명 ‘화성-10’)의 시험발사 성공으로 미국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8월 24일)와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9월 5일)한데 이어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분명히 했다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ㆍ경제 병진’을 강조한 것은 이전 김정일 시대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라고 해석했다. 즉,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핵을 무기로 세계를 향해 자위를 넘어 ‘경제 갑질’을 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 지원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북한 핵ㆍ미사일에 주한미군 무력화(無力化)

현재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한국의 방위력보다는 미국의 군사력이다. 미국 또한 그들의 고도화된 군사력으로 북한의 전쟁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그런데 북한이 4차 핵실험으로 비록 소규모이지만 수소탄 실험에 성공하고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미국의 대북한 억지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SLBM, 5차 핵실험으로 미국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한국과 미국 간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지만 유사시 (미군) 자동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하는 정도여서 구속력이 없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직접 참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자국민 수천∼수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력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 간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군사력을 비교할 때 남한의 피해가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에 가공할 만한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은 국내 군사력으로는 방어하기 어렵다. 지난 8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북한의 잠수함에서 발사한 SLBM은 사드를 무력화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5차 핵실험으로 북한은 과거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나아가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핵보유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그간 박 대통령이 국내외적으로 일관되게 주창해온 ‘북한 비핵화’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일각에서 북핵에 대응하고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핵무장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핵무장론’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있는데다 미국이 반대하고 있어 추진이 어려운 지경이다.

북핵 해법으로서의 ‘영세중립국’

북한이 막강한 핵ㆍ미사일을 갖게 되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도 북한을 달리 보게 됐다. 북한은 핵ㆍ미사일을 앞세워 우리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있고 거부하면 무력행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7차 노동당대회에서 미국을 향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며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북한은 최근 박근혜 정부를 향해 “한반도는 ‘준 전쟁 상태’에 있다”며 언제든 전쟁이 다시 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정부의 군사력이나 심지어 미국의 방어력으로도 북한의 전쟁 도발을 막는 게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북을 영세중립국으로 하는 방안이 설득력있게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이는 ‘영세중립국안(案)’을 유엔에 상정해 남북 주민의 투표로 영세중립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10여년전부터 남북한과 러시아 3국을 중심축으로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통일을 모색해온 해외동포지원사업단(대표 장백산)에서 꾸준하게 제기해왔다.

기존의 학계나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한 영세중립국 통일 방안이 ‘이론’에 머물거나 사례 중심의 분석론에 치우쳤다면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의 영세중립국론은 남북관계 변화와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장백산 대표는 “10여년전엔 남북, 그리고 러시아의 민간이 중심이 돼 경협을 매개로 남북통일을 추진해왔는데 김정은 체제에서 장성택 등 합리주의자들이 제거되면서 보다 실효성있는 통일 방안을 강구했다”며 “김정은 체제가 핵과 미사일을 강화하고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선언하면서 유엔을 통한 영세중립국 통일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장 한반도에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협에 앞서 군사적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한 방안이 필요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유엔에서 다뤄지는 영세중립국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남북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을 제어하는 강력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영세중립국안이 유엔에 상정되고 총회에서 의제로 다뤄지면 북한도 전쟁 도발을 할 수 없다. 사실상 핵ㆍ미사일 같은 무력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이 제시한 영세중립국안은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국민, 나아가 전 세계 해외동포들이 서명을 해 유엔에 상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일단 유엔에 상정되면 최소한 북한의 전쟁 발발 시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무력화하는 영세중립국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지만 유엔 총회에서 의제로 채택되고 통과가 되면 북한에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리고 실제 북한 주민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되면 북한의 당과 군이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엔이, 회원국이 강도 높은 북한 압박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세중립국안은 남북통일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한반도 주변 4강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현실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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