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 양자 구도’지속…潘 ‘대세론’, 文 ‘이대문’벗어나야 승리

반기문ㆍ문재인 지지율 1ㆍ2위 각축…최근 文 약진 두드러져

반기문, 친박 주자 꼬리표 큰 약점… ‘충청 대망론’기대지 말아야

문재인, ‘친노’ 강점이자 약점…표의 확장성 한계, 호남 비토 극복해야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추석을 전후로 유력 대권 후보들이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치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에서 강력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에게 “내년 1월에 귀국하겠다”면서 사실상 대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2014년 7월에 정계를 은퇴한 후 2년여 동안 전남 강진에서 칩거하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강진에서 불러일으킨 개혁 사상으로 나라를 구하는데 저를 던지고자 한다”면서 정계 복귀를 거듭 시사했다. 그는 “제가 무엇이 되는지 보지 마시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추석 연휴 이후 대선 싱크 탱크를 본격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의원은 “양 극단 세력이 번갈아 집권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게 없다”며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대권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역대 대선을 보면 대선 전해의 추석 민심이 1년여 남은 대선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곤 했다. 가령, 2006년 추석 직후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안보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제압하면서 결국 대권을 차지했다.

한국 갤럽의 9월 2주 조사(6∼8일) 결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이 27%로 1위를 차지했다.(<표> 참조) 반 총장은 6월 26%, 7월 27%, 8월 28%로 지지도가 20% 후반의 안정세를 보이면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6월 16%, 7월 16%, 8월 16%, 9월 18%로 10%대 후반의 지지로 2위를 지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6월 10%, 7월 11%, 8월 8%, 9월 8%로 지지도가 한 자리수로 추락하면서 3위에 머물러 있다.

시사인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28∼29일)에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신뢰도 조사 결과, 반기문 총장(24%)과 문재인 전 대표(19.3%)가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차지해 뚜렷한 양강 구도를 나타났다.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주자들의 신뢰도는 모두 10% 아래였다. 주목할 만 한 것은 서울(문재인 22.4% vs 반기문 18.2%), 호남(문재인 23% vs 반기문 17.2%)에서 문 전 대표가 오차범위내이지만 반 총장보다 앞섰다. 더욱이, 호남에서 문 전 대표 신뢰도는 안철수 전 대표 17.8%보다 높았다. 시사인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조사 이래 뚜렷한 ‘반-문 양자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추석에 실시한 똑 같은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문 전 대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조사에선 반기문 총장이 27.6%로 독주했고 문 전 대표는 8.2%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반기문ㆍ문재인 양강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견해가 급부상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의 핵심 지지 기반은 50대 이상 고연령층, 충청과 영남 거주자, 그리고 보수층이다.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후보 지지층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이 지난 4ㆍ13총선에서 참패했던 서울 지역에서 조차 문재인 후보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조사 에선 반 총장은 그동안 문재인 후보가 강세를 보였던 40대, 학생, 화이트 칼라 층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반 총장의 지지도가 문재인 전 대표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런 조사 결과가 갖는 함의는 만약 지난 2012년 대선 때와 같이 문재인ㆍ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 안철수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현재 국민의당과 안 의원 지지층의 상당수가 반 총장에게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에서 반 총장이 문재인과 안철수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것은 반 총장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으로 큰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 총장에 대한 이런 지지 추세가 장기화되면 그야말로 ‘반기문 대세론’이 부상할지 모른다.

문 전 대표의 핵심 지지 기반은 20∼30대 젊은 세대. 화이트 칼라층, 그리고 진보 계층이다. 지난 2012년 대선 지지 구조에서 큰 변화가 없다. 이렇다 보니 표의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대선 후보 지지도 변화 추이 분석>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6월 7월 8월 9월 6월 7월 8월 9월 6월 7월 8월 9월
전체 26 27 28 27 16 16 16 18 10 11 8 8
성별 남성 28 28 27 29 18 17 19 18 10 10 8 7
여성 25 26 28 26 14 16 14 18 11 12 8 9
연령별 20대 20 25 18 22 19 17 22 28 12 14 9 6
30대 15 13 12 14 29 30 29 30 15 18 13 10
40대 25 22 25 29 22 21 19 24 9 10 8 13
50대 34 35 31 34 8 10 10 8 13 7 6 6
60대이상 34 36 42 34 5 7 5 6 5 7 6 5
지역별 서울 17 31 28 25 18 16 18 17 10 16 10 7
인천경기 25 23 28 28 18 17 18 17 11 9 6 8
충청 38 40 33 36 11 12 16 20 12 6 5 11
호남 22 9 16 15 12 17 22 25 17 16 19 13
TK 30 30 29 30 12 13 11 11 5 10 7 3
PK 31 31 27 31 19 18 14 24 7 11 4 8
직업별 자영업 29 34 37 30 14 21 13 13 10 7 5 11
블루칼라 39 32 25 29 9 11 16 17 12 13 8 7
화이트칼라 19 20 24 24 26 25 25 26 11 12 11 8
주부 27 29 30 30 10 11 12 14 8 11 7 11
학생 16 25 17 23 19 14 20 21 17 15 10 7
이념별 진보 19 14 15 19 32 30 31 31 14 15 11 11
중도 22 27 26 28 16 16 17 20 13 12 11 9
보수 40 40 42 35 5 12 7 11 7 8 5 6
정당지지별 새누리당 46 49 47 47 3 5 4 3 3 5 3 3
더민주 14 13 14 10 45 42 42 52 7 6 4 7
국민의당 18 23 16 16 9 8 12 11 42 41 36 35
정의당 6 7 - - 33 29 - - 8 9 - -
없음 26 20 23 26 3 9 8 10 2 8 6 4


출처: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214호(6월 2주), 제219호(7월 2주), 제223호(8월 2주), 제227호(9월 2주)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면, 반전 가능성은 존재한다. 대한민국 대선에서 40대, 중도, 화이트 칼라, 서울 거주자 층이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결정 요인이다. 이런 4대 핵심 계층에서 문 전 대표는 반 총장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9월 조사를 기준으로 40대에 반기문 대 문재인은 29% 대 24%, 중도에서는 29% 대 20%, 화이트 칼라층에서는 24% 대 26%로 오히려 앞섰다. 다만, 서울에서는 25%대 17%로 크게 뒤지고 있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25%로 안철수 의원(13%)을 크게 앞서 있고, PK 지역에서는 24%까지 지지를 끌어 올리고 있다.

한국 대선에선 ‘PK 30% 법칙’이 있다. PK에서 새누리당과 경쟁하는 후보가 30%를 잠식하면 새누리당 후보가 패배한다는 것이다. 가령,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PK에서 28.4%를 얻어 승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한국 대선에서 1위를 유지하다가 승리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뿐이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그만큼 대세론은 허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반기문ㆍ문재인 두 유력 대선 후보의 가능성과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SWOT 분석이 필요하다. 반기문 총장의 최대 강점(strength)은 높은 인지도와 지지도다. 20%를 훨씬 웃도는 지지율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반 총장이 지닌 최대 강점은 높은 인지도다. 10년 정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형성된 높은 인지도는 현재 반 총장의 높은 지지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반기문-문재인 SWOT 분석>

반기문 문재인
강점(Strength) ▲높은 인지도 및 지지도 ▲깨끗한 이미지 ▲ 2012년 대선 출마 경험 ▲ 강한 정치 역풍 경험
약점(Weakness) ▲현실 정치 무경험 ▲친박 주자 ‘꼬리표‘ ▲좌편향 이미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기회(Opportunity) ▲여권 유력 대권 후보 부재 ▲현재 권력과 친박의 전폭적 지지 ▲야권 대선후보 부동의 1위 ▲당내 확고한 친문 체제 구축
위협(Threat) ▲검증되지 않는 전력 ▲충청과 TK에 의존하는 지역주의 이미지 ▲확장성의 한계 ▲호남 비토론 존재


더구나, 국민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강한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정치와 떨어져 있었던 것이 반 총장에게는 득이 되고 있다. 더불어, 반 총장이 갖고 있는 깨끗한 이미지도 장점이 되고 있다. 지난 4ㆍ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참패로 김무성, 오세훈, 김문수 등 유력 여권 대권 후보들이 신뢰를 잃거나 낙마한 것도 반 총장에겐 기회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가진 반 총장에게 당내 조직이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선 이후 새누리당 권력 지형이 친박 70%, 비박 30%로 재편되면서 현재 권력과 친박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또 다른 기회 요인이다.

한편, 현실 정치 경험이 없는 것은 약점이다.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관훈 클럽 토론회에서 반 총장에 대해 “우리 국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관심과 고민이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부분이 걱정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는 치열한 고민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친박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친박 주자라는 꼬리표는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이 대통령과 친박이 내미는 꽃가마를 타고 대권을 얻으려면 그것은 실패로 가는 길이다. 현재 반 총장의 지지도가 높은 이유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과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 요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변화의 핵심은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것인데 친박의 도움을 받으면서 변화를 이룩하겠다며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반 총장이 국내 정치 경험이 적고 정치 조직이 취약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조급하게 조직을 만들고 반개혁적인 구태 인물에 둘러싸일 경우 제2의 이회창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의 최대 위협 요인은 검증되지 않는 전력이다. 과거 부동의 1위를 달렸던 이회창 후보가 아들 병역 비리 의혹 한방에 주저 않은 적이 있다. 반 총장은 강력한 권력 의지를 토대로 언론과 야권의 혹독한 검증을 견뎌내야 한다.

반 총장의 또 다른 위협 요인은 충청과 TK에 의존하는 지역주의 이미지이다. 충청의 맹주인 김종필(JP)전 총리는 “(반 총장을) 혼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JP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통해 “결심대로 하되 이를 악물고 하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런데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 ‘충청 대망론’에 기대는 것은 자기부정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충청과 TK 지역 연대를 통해 승리하겠다는 발상은 하책이다.

문재인 전대표의 최대 강점은 2012년 대선에 출마에 48%를 득표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서는 통상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사람은 내년 대선에서 또 다시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문 전대표의 또 다른 강점은 현재의 지지도가 반짝하는 인기가 아니라 오래 기간 동안 정치적 역경을 딛고 만들어 낸 것이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지지 강도가 강할 수 있다. 웬만한 공격에도 견뎌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가 실질적으로 친문 체제로 재편 된 것은 큰 기회다. 과거 문 전 대표는 강성 친노 세력에 둘러싸여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불식된 것은 큰 기회다. 더구나 대한민국 대선에선 10년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도 제1야당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겐 큰 기회다.

한편, 문 전 대표의 최대 약점은 정체성과 관련 좌편향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 직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의 5명 중 1명은 그 이유로 ‘친북 성향’(12%)과 ‘좌편향’(8%) 등 정체성 문제를 꼽았다. 북한이 5차 핵 실험을 강행했는데 사드 배치 반대를 강하데 밀어부쳐 안보 불안 이미지가 고착화되면 중도로의 외연 확대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여하튼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 츨신이라는 것이 친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대통령 비서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득보다 실이 많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문재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문 전 대표의 최대 위협 요인은 표의 확정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4개월 동안 한국 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10%대 후반에 머물러 있고 더민주 지지율보다 낮다는 것은 큰 한계다.

호님에서 문 전 대표에게 갖고 있는 비토론도 큰 위협 요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광주 92.0%(823,737표), 전북 86.3%(980,322표), 전남 89.3%(1,038,34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더민주는 지난 총선에서 28석이 걸린 호남에서 단 3석만을 차지했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의 비토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권은 어려워진다. 더구나. 안철수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제기하는 단일화에 대해 “구시대적 패러다임이자 프레임”이라면 반대하고 있다.

여하튼 반기문, 문재인 두 사람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자신의 장점과 기회 요인은 강화시키고 약점과 위협 요인은 극복해야 한다. 반 총장이 대세론에 도취되어 시대정신애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미래는 없다. 문 대표가 ‘이대문’(이대로 가면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이다)에 빠지면 또 다른 실패를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반 총장에게 필요한 것은 “대세론은 없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고, 문재인 전 대표는 이대문의 유혹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역동성 있는 경선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더불어, 시대 정신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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