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ㆍ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 드러난 내막… 청와대 내부 권력 다툼이 불렀나

핵심 실세들 정권 말기 생존 위해 치열한 물밑 폭로전

힘 빠진 박근혜정부 문고리 권력에 휘청, 레임덕 본격화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과 핵심 인물로 꼽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국정감사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팽팽한 대치도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감에서는 최씨 딸의 대입 특혜 논란과 관련해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여야가 격돌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이 청와대 내 문고리 실세들의 권력암투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권 말 박근혜 대통령의 힘이 빠지자 측근들의 권력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여야 공방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각종 의혹 사건을 놓고 여야공방전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 특별검사 실시를 둘러싼 여야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자칫 국감이 산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작심한 듯 미르ㆍ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실시를 요구해 여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론에 대해 여당은 일단 “정쟁적인 접근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고 대응해 정회 등 국감 중단 사태가 수시로 반복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교문위 국감 첫날 비대위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최순실, 차은택 씨 등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거부하면서 그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있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청와대가 관련 의혹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데 아마 꿀리는 게 많은 것 같다”며 “고구마 줄기처럼 파면 나오는 미르ㆍ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미르ㆍK스포츠 재단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며 “검찰이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우병우 민정수석 사건 역시 미진할 경우 특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도 “(검찰이) 대통령 측근과 권력농단형 부패형 미르 사건을 고발사건으로 치부해 형사부에 배당했다”며 “국민들이 참 웃기다고 할 것 같다. 단호하게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야당이 특검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특검안은 의원 10명 이상 동의로 발의된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특검안을 심사할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여야 동수로 이뤄져 있고, 찬반 수가 같을 경우 부결로 해석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협조 없이는 특검안이 법사위 문턱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법사위원장은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고, 법사위 소속 17명 중 야당 의원은 10명으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도 충족하지 못한다.

야권의 특검카드가 여권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국세청을 상대로 한 기획재정위 국감에서도 최씨에 대한 의혹이 문제됐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미리 배포한 질의서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은 허위서류를 기반으로 법인허가를 받고 법인허가서를 첨부해 기재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받았다. 국세청에는 정관과 법인허가서 등을 제출해 고유번호증을 받았기 때문에 법인 설립 자체가 무효”라며 “국세청이 사실 여부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의 특검 주장에 여권은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야당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 무책임한 정치 공세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대권욕과 정쟁 대신 국익과 국민을 챙기고 국민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자세로) 국감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국회 교문위는 경기도교육청 등 8개 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지만,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가 충돌하면서 전날에 이어 또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면서 파행했다.

힘없는 집중 공세 찻잔 속 태풍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도 방법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더민주는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데 그치는 반면, 국민의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검 공안부에 배당하고 권력부패형 미르사건은 고발 사건의 하나로 치부해 형사부에 배당했다고 한다”며 “국민이 참 웃긴다고 할 것 같다.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지적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어제(6일)는 집권당 국회의원이 온몸으로 최순실씨, 차은택씨의 증인 채택을 방어했다”며 “특히 일개 영상감독인 차씨의 증인채택을 막아야 하는 진실은 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근거없는 정치공세라면 (차씨를) 불러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진실은 잠시 가릴 순 있지만 영원히 감출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특히 차씨의 돈 흐름을 반드시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해철 최고위원 또한 “새누리당은 김재수 장관 지키기로 국감 파행에 나섰다가 이제는 최순실·차은택 지키기를 한다”며 “정부부처가 나서서 조사해야 함에도 국무조정실장은 국감장에서 미온적인 태도만 보였다. 이제 남은 건 검찰 수사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두 재단의 의혹을 밝해서는 믿을 수 없는 검찰수사를 넘어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 2당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새누리당의 태도는 강경일도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두 재단에 대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고 지목한 최씨와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차씨 등의 증인 채택을 총력 저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의혹을 ‘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하고 의혹의 핵심인물인 최씨와 차은택 광고감독(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며 의결을 시도했지만, 새누리당은 이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염동열 의원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은 지도부와 상임위에서 정치 공세가 시작되고 있고 검찰 조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3일로 예정된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종합국감에 최씨 등을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키려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주일 전까지 채택해야 해 지난 7일이 최종 기한이었다.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감을 중지하고 상임위 전체회의로 전환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야당이 요구한 미르ㆍK스포츠 재단 관련 증인(18명) 채택 문제를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국회법에 따라 위원회 재적 3분의 1 이상 요구로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90일간 조정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해 13일 국감 증인으로 서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에 더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계속 증인 채택에 합의해주지 않는 것이 권력형 비리 의혹을 옹호하거나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은 “(미르ㆍK스포츠 재단 의혹은) 실체가 나온 것도 없다. 오히려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국감) 물타기 작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출판기념회를 열어 서울 교사들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의혹과 조 교육감의 비서실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점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대통령 힘 빼기 시도하는 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지 아니면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으로 종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임기 말 권력형 비리 수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차기 권력에 줄서기를 위한 검찰의 고민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권이 임기 4년차 때부터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또는 권력 핵심부의 비리가 불거져 사정기관 수사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정권의 레임덕은 가속화되고 차기 권력의 구도가 윤관을 드러내는 그림이 약속이나한 듯 그려졌다.

가깝게 이명박 정부도 임기 말 부산저축은행 비리수사로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 전 의원은 솔로몬ㆍ미래저축은행 등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도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순실 게이트’가 우병우 수석 비리 의혹과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 수석 의혹을 가리기 위해 현 정권의 문고리 실세들이 최씨 문제를 고의적으로 흘렸을 것이란 추측까지 분분하게 나온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거진 문제는 우 수석 진영에서 새어 나왔다는 말이 청와대 안팎으로 무성하다”며 “미르재단 관련 내용을 민정실에서 파악해 파일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이런 내용이 밖으로 나가려면 통로는 하나 또는 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이 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조직 장악력을 상당부분 잃었다는 말도 들린다”며 “지금 청와대는 말 그대로 여우들이 왕 노릇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금 사태에 대해 대응력을 잃었거나 자포자기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6일 미르ㆍK스포츠 재단 특혜 의혹과 차씨 논란에 입을 다물었다. 꼬투리를 잡힐 수 있어 일절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무대응 전략’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의 건수가 많고 복잡한 데다 야당이 겨냥하는 ‘권력형 비리’로 연결될 구체적인 의혹의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한다.

청와대는 또 차씨가 미르재단 설립은 물론 정부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하고, 대통령 홍보기획을 지휘했다는 등의 추가 의혹 또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대응을 보는 야권의 시각은 다르다. 야권은 청와대의 무대응 전략이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민적 의혹을 부추겨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로도 일부 드러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30%대 밑으로 하락해 취임 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7일 발표한 10월 첫째 주 주간 정례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29%가 긍정 평가했다. 57%가 부정 평가했고 14%는 의견을 유보했다.

박 대통령 직무 긍정률 29%는 취임 이후 최저치로, 주간 집계 기준 다섯 번째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연말정산 논란이 일었던 2015년 1월 넷째 주와 2월 첫째 주, 메르스 사태 중이던 6월 셋째 주, 그리고 20대 총선 직후인 올해 4월 셋째 주에도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은 지지율은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의 영향으로 9월 둘째주 33%를 기록한 이후 넷째 주 31%, 다섯째 주 30%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이번 주엔 30%대 밑으로 하락하며 29%를 기록했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세는 지난달 성주 지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갈등과 경주 지진 등의 영향에 이어 최순실 의혹 및 미르ㆍ케이(K)스포츠 재단 의혹 등이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은 지난주 대비 1%포인트 하락했고 부정률은 1%포인트 상승해 부정과 긍정 평가간 격차가 28% 포인트로 2%포인트 확대됐다. 각 세대별 긍/부정률은 20대 9%/74%, 30대 13%/78%, 40대 19%/67%, 50대 32%/53%, 60대 이상이 61%/25%다.

주요 지지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306명)은 64%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252명), 국민의당 지지층(97명), 정의당 지지층(53명)에서는 각각 84%, 79%, 92%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299명)에서도 긍정 17%, 부정 56%로 부정적 견해가 더 많았다.

긍정 평가자 290명(자유응답)은 ‘열심히 한다/노력한다’(19%, 5%포인트↑), ‘대북/안보 정책’(17%, 4%포인트↑), ‘주관, 소신/여론에 끌려가지 않음’(13%, 3%포인트↑), ‘외교/국제 관계’(10%, 9%포인트↓), ‘복지 정책’(5%), ‘전반적으로 잘한다’(5%) 등으로 나타났다.

부정평가자 578명은 부정 평가 이유로(자유응답) ‘소통 미흡’(22%), ‘경제 정책’(12%), ‘독선/독단적’(9%),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9%, 3%포인트↑), ‘인사 문제’(6%), ‘전반적으로 부족하다’(6%), ‘복지/서민 정책 미흡’(4%) 등을 지적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