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안철수’ 가능, 新DJP 연대 추진 진행될 수도

충청도의 힘 집결조짐 인재+자금 어디로 쏠릴지 정ㆍ재계 촉각

초당 대선 현실화되면 더불어민주당 오리알 신세 전락할 수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김종필(JP) 전 총리가 오는 25일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과 관련된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JP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충청대망론’이다. ‘충청대망론’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연결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말하자면 JP가 반 총장에 힘을 보태면서 대망론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국민의당 소식통에 따르면 JP와 안 전 대표 그리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날 시내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이번 만찬 장소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 회동은 김 전 총리가 지난 8월 인사차 자택으로 찾아온 박 위원장에게 제안해 이뤄지는 것이다.

당시 안 전 대표는 “냉면을 먹으며 더 자세한 말씀을 들을 것”이라고 화답해 차기 대선주자인 JP와 안 전 대표 간의 ‘냉면 회동’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이 약속 한번 연기됐다. 당초 만남 예정은 지난달 9일이었지만, 김 전 총리 측이 연기를 요청해 다시 날짜를 잡았다.

JP가 야권 인사들과 만남을 추진하는 등 의미심장한 행보를 보이면서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충청대망론이 본격 가동되는 것 아니냐며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충청대망론 그리고 반기문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동을 두고 “안 전 대표가 대권행보에 본격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번 3자 회동이 안 전 대표의 지역적 지지기반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전 총리와 박 위원장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해 호남과 충청의 표심을 결합해 정권 창출에 성공한 바 있고, 국민의 정부 당시 각각 국무총리와 문화부 장관으로 일하며 내각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또 김 전 총리가 역시 충청 출신으로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개헌을 고리로 한 ‘반기문-안철수 연대설’이 제기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이날 회동의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에서 충청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 1차적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 정권이 충청권에서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JP가 충청에 마지막 힘을 발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회동에서 안 전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차기 대선에 대한 서로의 구상을 교환할 것이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며 “일단 이날 이 부분을 서로 타진할 가능성이 크지만 궁극적으로 나누려는 대화는 이보다 더 깊은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대화가 어느 수위까지 이뤄질 지가 관심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총리가 안 전 대표의 구상을 물어보기보다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해 안 전 대표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만남에서 구체적인 대화는 논의되지 않고 뜻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대화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당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인사와 접촉하며 외연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당의 동교동계 출신 원로인 권노갑ㆍ정대철 상임고문과 오찬 회동을 하면서 대선 행보와 당의 진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권 인사와 관련해 소식이 빠른 한 인사는 “JP는 이번 충청대망론에서 안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JP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차기 대선 그림에 안 전 대표가 힘을 보태주기를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야권 주자들 잇단 견제

일각에서는 야권이 JP의 도움을 얻어 충청대망론 중심에 있는 반 총장을 영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반 총장의 여권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권 한 소식통은 “반 총장을 영입해 차기 대권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권의 공들이기가 재추진 되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정부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반 총장이 여권을 택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반 총장 영입에 선수를 치겠다는 계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반 총장을 중심으로 연대 가능성 타진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러나 야권 일부에서는 야권 주류의 반반(反潘) 기류를 잠재우기 어렵기 때문에 반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연대는 쉽게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언론에 “반 총장이 비패권지대로 온다면 연대가 가능하다”고 운을 띄웠다.

비패권지대는 여야 주류가 아닌 다른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말하는 제3지대와 비슷한 개념이다. 김 전 대표는 반 총장 측과 여러 가지 채널로 연대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얼마 전 싱크탱크 출범 등으로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야권 중진인 이종걸 더민주 의원 역시 반 총장의 여권행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점을 상기하며 영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반 총장은 차기 대권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의원은 얼마전 BBS 라디오에 출연해 “본인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원한다면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1년 남은 지금 추락된 지위라든지 반국민적 정서라든지 방법의 선택에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반 총장 거취나 행보를 단정하거나 있는 카드를 버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반 총장은 현 여권 보다 야권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는 정서가 깔려 있고 DJP연합을 구축한 JP가 현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며 반 총장에 힘을 싣게 될 경우 이 정서는 더 짙게 작용할 전망이다.

주목할 것은 JP-반 총장- 박지원의 삼각함수다. 반 총장 집권 1기인 2010년부터 박지원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반 총장의 영입을 시사한 적 있다. 최근 JP-박지원의 회동, 반기문-JP 회동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주류의 반반 정서로 인한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반 총장에 대한 공들이기가 야권 연대 구축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저는 나라의 품격을 위해서라도 이분께서는 절대 출마하시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견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더민주로 복귀한 이해찬 의원도 “반 총장은 깜이 아니다”고 거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충청을 둘러싼 충청 전국시대

여권은 여전히 반 총장 영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이견이 존재해 새누리당의 ‘반기문 대망론’이 동상이몽 양상으로 흐를 조짐도 보인다.

친박계와 충청권 모두 반 총장을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돌고 있지만 이견도 그만큼 늘고 있다.

JP가 정진석 원내대표를 통해 반 총장에게 전달한 메시지와 관련, 당내 일각에선 정 원내대표가 JP의 주장을 왜곡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으로 비화되는 조짐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미국 방문 당시 반 총장을 면담하며, JP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했다.

이 메시지에는 “결심한 대로 하시라.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로 ‘충청 대망론’을 기치로 JP가 반 총장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다. 하지만 반 총장이 여권을 선택할 것이라는 정황은 어디에도 없다. JP가 존중하겠다는 것은 대권 출마여부가 아니라 당 선택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여권에서 반 총장이 대안으로 부각되는 상황이지만, 각 집단의 이해관계가 달라 반 총장이 여권에 발을 들이기더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최근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반기문 띄우기'에 나선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충북 충주)을 중심으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올해 말 퇴임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전직 대통령 예우에 준해 국가원로로 예우하는 ‘전직 국제기구대표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추진 중이다.

정 원내대표도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적극적인 인사 중 하나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면담에서 반 총장에게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미래세대를 위해 써 달라”고 반 총장에게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일단 여야를 막론하고 반 총장 바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구태여 JP가 대권 출마여부에 대한 선택을 언급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JP가 언급한 ‘반 총장의 선택’은 여당과 야당 중 대권 출마 당을 선택하는 문제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현재 충청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의 존재감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여권 비주류 주자들은 반 총장이 친박에 의해 영입될 경우 그의 여권 합류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은 반 총장을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한 미 언론을 언급하거나(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반 총장이 10년간 대한민국의 구조적 변화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궁금하다”(남경필 경기도지사)며 에둘러 비판했다.

충청권 친박 중진으로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역시 정치권의 ‘반기문 대선 출마 공식화’ 예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