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세론’ 흔들…野 대권구도 변화

‘뉴문플랜’ 차질, 대세론 변수… 주자들 “文, 입장 밝혀야” 압박

‘종북 프레임’ 타주자에도 불리… 文 지지층 결집도 보여

회고록 내용 대선국면 ‘뜨거운 뇌관’ 될 수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빨간불’이 깜박이고 있다. 문 전 대표를 둘러싼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어서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뉴문(새로운 문재인)’ 플랜을 들고서 국민성장 싱크탱크를 띄우는 등 거침없는 대권행보를 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굳혀갔다. 그런데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불거지면서 문 전 대표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고 대선지형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여권의 공세와 잠룡인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의 정계복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의 ‘제3지대론’ 행보 등도 대선국면을 복잡하게 하면서 문 전 대표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야권의 다른 잠룡들은 ‘송민순 회고록’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조심스런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동이 길어져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흠집이 생긴다면 야권의 대권 레이스 구도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 지지자들의 구심력이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야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 대권행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문 전 대표와의 대권 레이스가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사태에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문 전 대표에게 입장을 밝히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듯한 모습이다.

안철 수 전 상임대표는 18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울디지텍고에서 특강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는 진실을 밝혀서 빨리 논란이 정리돼야 한다”고 공개발언을 했다.

안 전 대표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서는 “인권과 사회적 약자보호는 이념 체제를 뛰어넘는 숭고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결의안에 찬성했어야 했다”고 말해 당시 ‘기권’ 입장에 선 문 전 대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논란에 대한 직접 발언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박 시장은 이번 논란과 거리를 두고 자신의 갈길을 가면서 시정운영 능력 등을 부각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 측 내에서는 같은 야권으로서 여당의 색깔론 공세에 함께 대처해야 한다는 기류와 문 전 대표 측의 대처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뒤섞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같은 ‘친노(친노무현)’ 입장에서 사태 추이를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일부에선 “NLL 논란 때처럼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 전 대표 본인이 직접 설명하는 게 맞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치 전문가들 중엔 안 지사가 201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한 전력이 있어 자칫 ‘색깔론’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더민주 김부겸 의원 측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응은 좀 납득이 안가지 않느냐”고 의문과 불만을 나타냈다.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 측은 특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이 걸릴 경우 손 전 대표는 활동공간이 넓어질 수 있는 유력한 인사로 꼽힌다.

더민주를 탈당한 손 전 대표는 이번 논란으로 문 전 대표의 구심력이 약해질 경우 ‘제3지대’에서 세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 전 대표를 둘러싼 회고록 논란이 다른 야권 주자들에게 ‘기회’로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권의 종북 프레임 공세가 야권 전체의 지지도를 떨어뜨려 주자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논란으로 오히려 문 전 대표의 야권 대표주자로서의 입지가 더 탄탄해질 수 있어 다른 주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회고록 논란이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처하는 문 전 대표의 행보가 대권주자로서의 신뢰와 무게감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여론조사 한 전문가는 “ 당장은 ‘색깔론’ 반격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지만 만일 국내외 자료를 통해 문 전 대표가 ‘거짓말’한 것이 드러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회고록 내용은 문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뜨거운 뇌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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