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검찰조사 때 휴대폰 사용 소문… 최순실과 빅딜 의혹도 나와

최씨 수사에 靑 ‘개인일탈’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 지적도

방산비리 통한 해외재산 축적 의혹에 검찰 난감해하는 내막

68년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검찰수사를 받게 될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수사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국정을 뒤흔들고 있는 혼란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검찰 및 특검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에 검찰이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국민적 요구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과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적 불신감만 더 확고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검찰수사와 관련, 검찰이 최씨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고영태씨를 소환조사한 게 아니라 검찰청사라는 보호막 안에 두고 최씨와 교신하도록 했다거나 청와대-검찰-최순실-고영태가 이미 치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며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이틀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고씨가 실제로 검찰에서 어떤 조사를 받았고 진술을 했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야 요구 직면한 朴 대통령 결단은?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약 9분 가량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 사과를 한 뒤로 열흘 만에 다시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한 것이다.

담화문에서 박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저야 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문은 그동안 논란의 여지가 됐던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담화문에서 박 대통령은 논란을 의식한 듯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도 했다.

미르 및 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없다. 방문, 서면, 소환 등 어떤 형태의 조사도 받은 전례가 없다. 박 대통령이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공식 표명함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들이게 된 것은 하야요구가 들끓는 현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판단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조사할 경우 재단 설립 지시 여부 및 최 씨와의 연관성, 대통령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 등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밝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책임총리 문제 등 정치적인 조치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총리 내정자에게 내치분야에서 권한을 대폭 이양한다는 내용도 담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담화에는 밝히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최순실 파문’ 수습과 정국 파행 해소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들과 영수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 참모 5명을 경질하고, 참여정부 정책 설계자였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책임총리’로 내정하고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등 인적 쇄신에 주력해왔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를 조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안 수석은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은 물론 최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의 일부 사업내용까지 챙겨봤다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여야 대표들과 회담 자리에서 구체적인 이행 의지를 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도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심의 이탈현상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청와대에 대한 비호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 추이와 여론의 동향에 따라 결국 여권의 압박으로 ‘탈당 카드’를 꺼내 들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딜레마에 빠진 검찰의 선택

재단 자금출연 요청을 위한 박 대통령의 재벌총수 독대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검찰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최씨-기업의 커넥션을 모두 조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조사가 시원치 않을 경우 특검을 통해 다시 ‘최순실 게이트’를 전면 재조사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일단 특검 요구가 더 커지기 전에 진상규명에 주력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분노가 검찰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검찰 안팎에서 일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4일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씨 의혹 사건에 역대 최대 규모의 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했다. 이는 속전속결로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을 규명함으로서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해석된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최순실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하여 철저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주문하며 “필요하다면 가동 가능한 검사를 모두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서 ‘최순실 의혹’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특수본 소속 검사를 10명 증원해 수사 인력을 보강 및 재편했다.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 지원받은 검사 12명 가운데 6명과 서울중앙지검 소속 부부장 검사 3명과 평검사 1명 등 총 10명이다. 나머지 검사 6명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투입해서 기존 특수본 수사인력 차출로 발생한 업무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특수본 소속 검사는 기존 22명에서 10명이 늘어난 32명이 됐다.

수사본부 규모로 보면 최대 20여 명 안팎의 검사로 운영하던 검찰 중앙수사부 인력을 크게 뛰어넘는다. 올 초 ‘미니 중수부’ 간판을 달고 출범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소속 검사가 11명밖에 안 된다. 단일 사건을 두고 꾸려진 검찰 수사인력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장기화에 따른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회혼란을 조기에 진정하지 않으면 향후 검찰개혁이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말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선 검찰 수사를 두고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온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 초기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해 논란이 일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씨가 독일로 갔을 때도 비자취소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와 최씨 측근 등을 불러들여 조사를 했어야 했는데도 그도 진행하지 않았다. 최씨가 귀국했을 때도 즉시 체포하지 않고 최씨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31시간을 벌어줬다.

심지어 고영태 더블루K 전 상무가 1박2일 동안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최씨와 휴대폰으로 통화를 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 “검찰이 단순히 수사본부 몸집을 키우는 것만으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아 결국 결국 특검으로 수사가 이관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또 최재경 수석이라는 벽을 검찰이 어떻게 넘을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도

안종범 수석의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발언이 알려진 후 검찰 주변에서는 대통령 수사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검찰의 반응은 확실치 않다. 지금 당장 박 대통령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보고자료 유출, 최씨의 정부 요직인사ㆍ정책 등 국정개입,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및 최씨 소유 회사 지원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부처 장ㆍ차관이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최씨 국정농단을 도왔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박 대통령 역시 최씨 범행의 교사범이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씨 의혹 중 청와대 보고자료 유출ㆍ국정개입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나 공무상비밀누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자금유용 의혹이나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통해 본인 소유 회사에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횡령·배임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된 상황이다.

또 청와대 참모진이 최씨를 국정에 개입하게 하거나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에 개입시킬 의사가 많지 않았는데도 대통령 지시를 따라 개입했다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교사범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최씨의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거나 상황을 챙겨보지 않았더라도 ‘공모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모공동정범 규정은 공범 중 일부만 범행을 실제 저질렀어도 범행을 모의한 사람 모두를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하기 위해서는 지시나 사전 협의 사실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사전에 범행을 모의했어야 공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체포된 안 전 수석은 여전히 최씨를 접촉한 적이 없고 박 대통령이 재단설립을 지시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최씨와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승계적 공동정범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승계적 공동정범이란 사전 협의 없이 범행이 벌어지는 도중에 끼어든 사람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에 법조계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검찰이 검토하고 있는 혐의만 보면 대통령을 제외한 핵심인물 대부분이 중형보다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부가 실형을 선고 받는다고 해도 결국 임기 말 특사로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명박 정권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모두 그렇게 풀려난 전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