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청담동 집, 최순실-박지만 ‘중간 역할’ 소문도 나와

차은택, ‘비선실세’된 이후 15억여원 근저당 설정하며 박지만 거주 빌라에 이사

청와대 경호인력 숙소마련시기, 차은택 청담파크빌 매입 때와 가까워

차은택 이사 목적 최순실의 박지만 ‘감시’ ‘연결고리’ 용도였나

‘최순실 게이트’ 수사로 구속된 차은택씨는 귀국 전 자신이 소유하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빌딩 등 약 200억원대의 부동산 매각을 시도했다. 특히 차씨는 논현동 빌딩과 함께 청담동 거주지인 ‘청담파크빌’을 매물로 내놓으며 이곳이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차씨가 거주하던 이곳이 최순실씨 등 비선들과의 모임 장소로도 알려져 있고, 같은 빌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차은택의 청담파크빌이 비선모임을 위한 장소제공 외에 다른 어떤 역할 했는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최씨와 박 회장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주간한국>이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의 등기부등본 열람을 통해 확인한 차씨의 청담파크빌 매입 시기는 지난 2013년 7월이었다. 당시 그는 임의경매로 나온 이 집을 17억 5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때는 차씨가 소위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던 시기는 아니었지만, 최씨와는 이미 서로 알고 있는 상태였다.

야당 관계자는 “국회 안에서도 최순실에게 차은택을 소개시켜준 이가 고영태인지 장시호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차은택이 최순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시점은 2013년 초반”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차씨는 청담파크빌 입주 전부터 이미 비선모임을 형성했고,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박지만 회장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차씨가 왜 하필 박지만 회장이 살고 있던 청담파크빌을 매입했는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담파크빌은 총 19세대밖에 되지 않는 조용한 빌라로 차씨는 이곳에 이사 오기 전 총 263세대의 삼성동 H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H아파트도 강남구청 근처에 위치해 주거와 보유할 부동산으로 가치가 충분하다. 그런데 차씨는 청담파크빌을 17억 5000만원에 낙찰받으면서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근저당 15억 6000만원이 잡혀있었다. 은행 한도를 거의 다 채우는 애를 쓰면서 까지 이 집을 얻길 원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가 이 빌라를 투자목적이 아닌 실제 거주를 위해 매입해 이삿짐까지 날랐고, 20세대가 되지 않는 이 ‘고급이웃’들 중에 박지만 회장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었다.

실제로 주변 부동산 관계자는 “청담파크빌은 박지만씨와 대기업 임원이나 공무원, 연예인들이 주로 소유하고 있는 고급빌라라서 여기가 만약 매물로 나온다면 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라며 “세대수가 워낙 적고, 거주자들이 사회적·경제적으로 대단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웃들끼리 보다 쉽게 인사하고 모임을 가지면서 인맥형성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됐던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언론을 통해 “박지만 회장이 ‘누나가 최순실ㆍ정윤회 이야기만 나오면 최면이 걸린다’고 토로했다”고 말하는 등 박 회장이 최씨와 그의 전 남편 정윤회씨를 경계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최씨와 비선모임으로 연결된 차씨가 굳이 박 회장이 살고 있는 빌라로 이사를 했다는 것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차씨 거주지의 ‘역할’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차씨가 자신의 집과 이 빌라를 매입하며 동시에 사들였던 근처 빌딩이 주요 비선모임 의 장소로 활용하며, 최씨와 박 회장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최순실이 아무리 대통령과 대기업을 좌지우지했다고 하지만, 박지만 회장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가 쉬운 상대가 절대 아니기 때문에 같은 빌라의 이웃으로 살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며 “대신 차은택이 비선의 핵심으로 작용하면서 박 회장이 살고 있는 곳에 이사를 했고, 이것이 결국 최순실이 박 회장에게 접근하거나 감시를 위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순실이 살고 있던 청담동 고급 오피스텔인 피엔폴루스는 박 회장이 살고 있는 곳과 약 1km 떨어진 곳이다. 그런데 피엔폴루스가 청와대 경호팀의 숙소와 단 100m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가족을 경호할 목적으로 배치된 경호팀이 최순실을 비호한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경호팀 숙소와 박 회장의 거주지와는 약 800m 떨어져 있었다.

이 의혹이 일부 언론 등을 통해 밝혀졌을 때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경호법의 규정에 의해 이명박 정권 때도 대통령의 자녀들에게 경호인력이 배치된 경우는 있었지만, 거주지 인근에 숙소를 마련해 24시간 상주한 사례는 최근 정권 들어 확인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최씨가 경호팀 인근에 살며 이들을 통해 박 회장 가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특히 박지만 회장이 지난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뒤 최순실의 전남편이자 박 대통령의 전 보좌관이었던 정윤회가 자신을 감시했다는 ‘박지만 미행설’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이런 의혹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물론 당시 청와대 측은 박지만 회장 자녀들의 학교와 자택의 중간 지점에서 경호를 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경호팀이 이곳에 숙소를 마련한 시기가 2013년 4월로 차씨가 청담파크빌을 매입한 시기와 3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에 일각에서는 차씨가 최씨와 박 회장 사이에 연결고리, 또는 모종의 역할을 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검찰은 차씨에 대한 추가조사를 통해 최씨 등과의 비선모임에서 계획된 이권개입과 불법행위들을 밝힐 예정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것도 드러날지 주목된다.

한편 차씨는 청담파크빌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각종 문화사업을 통해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현재는 검찰에 구속되며 그 동안 가려졌던 진실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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