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국회ㆍ헌재 통과 가능성 보여

국회 탄핵 정족수 200명 넘을 듯…의원들 ‘촛불 민심’ 의식

헌재 6명 이상 찬성해야…재판관 보수적이나 탄핵 사유 무시 못할 듯

‘최순실 사태’로 최대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방패로 여겨졌던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시 사의를 표명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당장 청와대는 ‘항명’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김 법무장관과 최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로 밝힌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게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검찰 주변에서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한 혐의 입증에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어 더 이상 방어하기 어렵다고 보고 서둘러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야권과 새누리당 일부 비박(비박근혜) 쪽에서 추진하는 ‘박 대통령 탄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이 발의되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에서도 탄핵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반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고,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보수 성향상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적잖다.

박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탄핵’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 21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한데 이어 최재경 민정수석도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상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이 동시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초유의 일로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검찰이 지난 20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현직 대통령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피의자로 입건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항명은 아니며, 지휘를 받는 검찰의 행태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김 법무장관과 최 민정수석과 가까운 인사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란 것을 알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즉, 검찰이 지휘체계상 지시를 받는 입장임에도 물러서지 않고 ‘원칙대로’를 주장하며 맞서 김 법무장관과 최 민정수석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하는 데 너무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어 김 법부장관과 최 민정수석 입장에서도 덮고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이 통과될 수 있고, 헌법재판소도 명백한 증거를 무시하고 기각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김 법부장관과 최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고 김 법부장관과 최 민정수석 중 누구라도 대통령의 뜻을 받들더라도 탄핵이라는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 탄핵 국회 통과할 것인가.

정차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속도를 내면서 과연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가결 정족수인 200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3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합의한데 이어 가결 정족수인 200명을 확보하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4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늦어도 12월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이 표결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탄핵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찬성파들의 세 불리기가 분주하게 이어졌다.

야 3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탄핵을 지지하고 있어 탄핵안 통과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는 여당에서 이탈표가 얼마나 나오느냐다.

세 야당과 무소속을 합쳐 172명이 탄핵안에 찬성한다고 볼 때 여권에서 찬성표가 적어도 28표는 나와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현 시점에서 여권의 이탈표를 30~40표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에서는 이미 32명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무기명 투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새누리당의 반대표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김 전 대표가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한 이후 여권 내에서 탄핵찬성 기류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24일 “현재 당내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의원이 30여명이 조금 넘었고, 오늘 중에 40여명까지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당 안에 탄핵에 찬성하는 분들이 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촛불 민심’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대학교수인 한 정치평론가는 “야권의 고정표에 여권이 친박과 비박이 사실상 결별 단계에 들어섰고 중립적인 의원들 중에 박 대통령보다는 반기문 총장과 함께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많아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영남 의원도 “사실 탄핵안이 통과될까 우려하고 있다. 친박 의원들도 민심이 돌아오기 어렵다고 보고,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고 털어놨다.

보수적 헌법재판소 어떤 선택할까

박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의 선택을 놓고 각기 다른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 친박계에서는 탄핵사유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 성향상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재판관 9인 중 2명이 퇴임 예정이어서 7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결정되는데 보수적인 재판관 성향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야권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결정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 반신반의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헌법학자들은 “탄핵 사유가 중요하지 재판관의 성향은 다음 문제”라면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보면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로스쿨의 한 헌법 교수는 “헌법 제65조 1항은 탄핵 소추 사유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 공소장이 그 같은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재는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된다’고 결론 내렸는데 박 대통령 탄핵이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국회나 헌법재판소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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