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업수사로 방향전환 가능성… 야권 ‘대통령 뇌물죄’노림수

‘최순실 게이트’ 검찰 수사팀 일부 자료 공유 거부할 수도

박 대통령 혐의 입증할 물증 놓고 특검vs검찰ㆍ야권 갈등 예고

헌정 사상 유례없는 현직 대통령 수사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전망과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 역사적인 수사를 책임지게 된 특검 박영수(64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최순실 게이트’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범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특검은 이날 오후 국무총리실에서 임명장을 받은 이후 특별검사보 선정 등 본격적인 수사 준비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중이다.

이번 특검은 100명이 넘는 많은 수사인력이 동원되는 그야말로 매머드급 특검이 될 전망이다. 수사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은 만큼 모든 수사 내용이 투명해질 것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보안유지가 어렵다는 단점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규모만큼이나 특검에 모아지는 기대 역시 전례 없이 크다. 때문에 특검 조사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박 대통령과 청와대 인물들, 그리고 친박 핵심들에 대한 여러 내용이 특검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검에 기대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특검 수사가 정치적으로 활용되거나 특정세력에 의해 수사의 본질과 방향이 왜곡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그동안 수사한 자료 중 핵심인물들의 진술을 비롯해 증거로 입수한 통화내용 녹음파일,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에서 일부 내용을 특검에 넘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특검에 100% 협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비선실세’ ‘문고리 권력’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그들과 검찰과의 커넥션 정황은 검찰에 의해 철저히 봉쇄됐다는 게 그 근거다.

검찰의 특검 수사 협력이 핵심

청와대 비선과 검찰의 연결고리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검찰은 다른 비선실세는 대부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유독 최고 정점에서 권력을 휘두른 검찰 출신 인사 김기춘ㆍ우병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정윤회, 최순실, 문고리3인방 등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의혹의 정점은 김기춘ㆍ우병우 임에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진술도 나온 상황에 이들의 국정농단 개입에 대한 진술이나 정황증거가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야권, 재계 등 일각에서 “검찰이 특검에 비협조적일 뿐만 아니라 검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검과 검찰 양측이 묻어둘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동시에 특검 수사가 정치권 공방전으로 인해 산으로 갈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이미 야권에서는 “특검 수사가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벗어나 기업수사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검찰이 특검에 진술자백 외 다른 정황 증거자료를 넘기지 않을 경우 증거확보를 위해 기업수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검에 대한 회의론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반면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에서 김기춘ㆍ우병우의 전횡이 드러날 것”이라며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 내부에서 김기춘ㆍ우병우 라인의 요직 독식에 대한 불만이 특검에 반영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특검을 보좌해 특검팀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특검보의 임명을 주목한다. 특검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검찰과의 조율성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사보안 유지와 관련해 법조계는 내부관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직이 잘 짜여지고 보고라인이 체계적으로 구성된다면 정보관리는 크게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특검법에 따라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는 최대 20명, 검사를 제외한 파견 공무원은 최대 40명이다. 파견된 공무원이 원 소속 기관에 수사 내용을 보고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수통’ 윤석열 누구 겨누나

박 특검은 지난 1일 수사팀장으로 윤석열(56ㆍ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지명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비선실세’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국민적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윤 검사는 검찰 내에서 대표적 특수통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3년 국가정보원 ‘정치ㆍ대선 개입 의혹’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이른바 ‘항명 파동’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박 특검은 이날 법무부와 검찰에 윤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파견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임명 하루 만에 수사팀 구성을 위한 인선 1호로 윤 검사를 지목했다. 박 특검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있을 때 윤 검사는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으로 각종 수사에 참여해 호흡을 맞췄다. 박 특검은 검찰 재직 당시 윤 검사와의 인연이 깊고, 그의 수사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팀장은 고참 차장검사급인 데다 수사 경력이 풍부해 특검과 특검보, 수사 검사와 수사관들을 능숙하게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수사팀장은 특검을 보좌해 20명의 파견검사를 통솔하고 수사 실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보직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검사가 파견검사 자격으로 특검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순실 특검’ 논의가 본격화할 당시 야당에서는 윤 검사가 꼭 특검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기도 했다.

윤 팀장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있던 2013년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다. 하지만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면서 수사 진행에 이견을 보였던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ㆍ집행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밀려났다.

윤 검사는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그를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해 이른바 ‘항명 파동’의 중심에 섰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도록 지휘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혼외자 아들 의혹으로 사퇴한 직후다.

윤 검사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조 지검장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고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윤 검사는 최근 주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범국민적으로 촛불을 들고 특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그는 의혹을 규명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 출신 인사를 통한 정권의 검찰 장악에 불만이 많은 그가 박 대통령을 비롯해 검찰 선배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원칙대로 조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검 기업수사 시나리오

박 특검은 기존 검찰 수사기록 인수인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우선 기록검토팀을 구성해 검찰 수사자료를 살펴보며 사안의 쟁점을 파악하고 수사 방향을 설정한 후 본격적인 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박 특검은 최근 “수사기록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검찰 쪽에 기록검토팀 구성을 요청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특검에 합류하시는 분들이 검찰 수사 사안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 복잡한 기록을 시험공부하듯이 숙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몇 명의 검사들을 보내줄 수 있는지 타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로부터 검찰이 조사한 그동안의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사안의 쟁점과 사건파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은 “수사기록만 본다고 하면 주말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봐야 한다”면서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한 것만 있는 게 아니고 추가로 의혹 제기된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을 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은 일단 수사기록 인수인계 및 검토를 완료한 다음 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중앙지검장을 만나 세부 사안을 협의할 방침이다.

특별수사본부도 수사자료 인수인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 등 이미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복사본(부본)을 제출하고 아직 기소하지 않은 수사기록은 원본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단 윤 검사의 영입에서 드러나듯이 박 특검의 입장은 결연하고 확고해 보인다. 결코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일체의 사실관계에 대한 명백한 규명에 초점을 두되 수사 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 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특검팀은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을 둘러싼 뇌물죄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특검은 자금 출연을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재단, 최씨 간의 관계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뇌물죄 수사에서 가장 주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검찰에서도 이런 생각에서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롯데·SK 면세점 재입점 로비 의혹’ 등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지금까지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53개 기업 관계자 전수조사와 박 대통령과 독대한 8개 기업 총수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비선실세 비리 핵심은 기업수사

이 부분이 밝혀져야 특검으로서도 최종 판단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특검은 재단의 설립 경위, 재단과 대통령 또는 최씨와의 관계, 대통령이 재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해 뇌물죄 여부를 판단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된 의혹도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국민적 의혹이 큰 사안인데다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둘러싼 의혹 관련해서도 특검이 얼마나 실적을 거둘지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특검팀이 재계를 가장 먼저 겨눌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최씨 등과 엮인 기업들을 수사하는 시점에 바통은 특검으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특검수사팀이 박 대통령과 기업들을 상대로 뇌물죄 여부에 관한 수사를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직권남용, 공무상 기밀누설 등의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 상태다. 이에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해당기업들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돼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자금을 출원한 기업들을 사실상 피해자로 규정했다.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뇌물공여는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강요한 경우에 성립한다. 대통령이 최씨의 청탁에 의해 기업들에게 기금을 내라고 했을 때 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과 올해 초에 걸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10개 그룹 총수들과 독대했다. 면담 직후 기업들은 약속이나 한 듯 최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억~수십억원의 자금을 각자 출연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대통령 면담 전 이들 기업에게 현안(민원) 자료를 내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민원 해결을 전제로 최씨의 재단에 출연금을 냈다면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기업들에게 먼저 민원을 제출하라고 했다면 뇌물죄를 적용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또한 박 대통령의 압력 행사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면 강요에 의한 것이라 기업들에게 책임을 묻기 힘들다. 검찰이 지난달 20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기업들을 사실상 피해자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법조계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뇌물죄를 추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추고 있다. 그 이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이 혐의 입증에 사실상 실패한 부분을 특검이 다시 수사하려는 데는 박 대통령이 타깃이 됐기 때문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주목할 포인트는 뇌물죄가 양쪽 당사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죄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적용되면 기업들도 마찬가지 혐의가 적용된다. “특검이 고강도 기업수사를 전개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까닭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번 특검팀을 지휘하는 박영수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합의 추천한 인물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 탄핵안에 뇌물죄 적용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소추 심리와 합치(合致)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적용돼야 한다. 뇌물죄가 1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한 중범죄란 점도 야권이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에 벌써부터 수사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야당은 탄핵안 초안에 삼성, SK, 롯데 등 3개 기업을 박 대통령과 묶어 뇌물공여 혐의로 적시해 이를 두고 국회가 특검 수사방향을 정해준 것으로 해석이 적지 않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