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권 잡을 기회” …과열 경쟁으로 분열 가능성

야3당 대선 계산 달라…문재인ㆍ안철수 손잡기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9일 국회 본회의서 가결되면서 여야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동시에 차기 대선 구도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 주도권을 잃게 됐다. 친박(친박근혜), 비박 간 대립은 한층 가열돼 분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반면 야권은 정국을 장악하게 되면서 차기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촛불 민심’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대선도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하지만 탄핵 이후 정국이 야권에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 3당과 야권 잠룡들이 서로 “대권을 잡을 기회”로 여기며 이전투구를 벌일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야권은 탄핵 추진과정과 탄핵 후의 입장에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들은 탄핵을 둘러싸고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겉으론 ‘탄핵’을 한목소리로 외치면서도 속으론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 달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탄핵 정국에서도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강경 입장을 유지한 반면, 더민주와 문재인 전 대표는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탄핵에 처음엔 소극적 입장을 보이다가 ‘촛불 민심’이 확산되자 동조하면서 강경 모드로 나아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탄핵과 대선을 너무 계산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탄핵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려면 최소 2개월 이상 걸리고 대선이 4월 이후에 치러지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 입장에선 차기 대선보다는 탄핵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도 탄핵에 올인했다.

안 전 대표는 탄핵 국면을 통해 명실상부한 대선주자로서 재기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시장은 탄핵 국면에서 몸값을 올리려는 측면이 상당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탄핵효과를 본 주자는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들 야권 잠룡들에게 관건은 탄핵 이후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 최대 변수는 반기문 총장의 출마 여부와 그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반 총장의 행보를 볼 때 차기 대선 출마가 확실하다고 전망한다.

반 총장에 대한 야권 잠룡들의 태도는 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반 총장의 출마를 강력 반대한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시장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반대’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반 총장의 출마에 뚜렷하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밝힌 ‘제3지대론’에 반 총장의 합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분석도 있다. 나아가 ‘반기문 대통령, 안철수 총리론’도 일부에서 제기한다.

이에 따라 탄핵 이후 야권은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갈등 양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와 더민주는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더욱 강도 높게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시장 역시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겉으론 조기 퇴진 목소리를 내면서 다른 계산을 할 수도 있다. 반 총장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문 전 대표와 경쟁할 만하다고 보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에 앞장설 수 있다. 반 총장이 출마할 경우 안 전 대표는 ‘연대’와 ‘독자 출마’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경우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손잡는 일이 없기 때문에 야권 분열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따라서 차기 대선의 키는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에 달렸다는 말도 나온다.

탄핵 이후 “대권 잡을 기회”를 외치는 야권에 분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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