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태블릿PC 핵심은 문건보다 ‘돈’?… 삼성 관련성 얼마나

독일 검찰 최씨 돈 세탁 수사, 최씨 회사로 흘러간 삼성 자금도 타깃

박영수 특검 박 대통령 범죄 혐의 입증 위해 최씨-삼성 커넥션 추적

최씨 유럽에 숨긴 10조원 파장 클 듯…국내 기업 해외자금 관련설도

태블릿PC가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밝혀 줄 핵심 사안으로 부상하면서 삼성그룹에 대한 특검 수사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의 국정농단은 최씨의 태블릿PC에 내장된 국가기밀 문건에 의해 드러났다. 태블릿PC가 ‘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연 셈이다.

문제의 태블릿PC와 관련해선 그간 진짜 소유자가 누구인지, 입수 경위, 그리고 문건조작설 등이 논란이 됐다.

그런데 최근 태블릿PC의 핵심은 ‘문건’이 아니라 ‘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순실 게이트의 출발이 ‘돈’에서 비롯됐고 돈 문제가 국제적으로 비화하면서 태블릿PC에 저장된 국가기밀 문건까지 밖으로 노출돼 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 10월 말 태블릿PC와 문건이 알려지기 훨씬 전인 지난 5월 독일 검찰이 최순실의 독일 회사를 통한 자금 세탁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태블릿PC 존재를 알게 됐고 이를 조사하면서 엄청난 비밀을 확보했다는 전언이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독일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PC에는 국가기밀 문건 외에 ‘돈’에 관한 여러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실제 독일 검찰은 최순실이 해외 계좌를 이용해 10조 규모의 재산을 은닉해 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일가의 자금 흐름 분석 작업에 돌입했고, 독일 검찰은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독일 검찰은 삼성이 최순실의 독일 법인에 보낸 자금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자금에 대한 국내외 수사가 그동안 드러난 금액에 머물지, 그 이상으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태블릿PC 핵심은 문건보다 ‘돈’?

‘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연 태블릿PC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그 역할을 다한 것으로 평가됐다. 동시에 태블릿PC의 핵심 내용은 최순실이 관여한 국가기밀 문건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나타난 태블릿PC 관련 내용은 기존 정설(?)과 사정이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주간한국>은 제2657호(2016년 12월 19일 자) ‘최순실 게이트 태블릿PC 진실게임’ 제하의 기사에서 태블릿PC의 핵심이 문건 외에 ‘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3차 청문회에서 ‘최순실 녹음파일 녹취록’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최씨가 국정농단 증거를 없애기 위해 지시를 하는 것을 강조했지만 국정농단 문건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최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매우 당황하며 긴급하게 지시를 내리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큰일났네, 고(영태)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것을 몰아야 된다”며 “이성한(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하지 않으면…안 시키면 다 죽어.”

이는 최씨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기밀 문건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중요한 문건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최씨는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PC와 국정농단 보도 이틀 후인 26일 세계일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 수정을 선의로 도와줬을 뿐 국정농단과 같은 큰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최씨는 “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며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국가기밀인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최씨는 태블릿PC의 문건이 국가기밀이라는 것과 일부 수정한 것이 국정농단이라는 생각이나 의식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최씨의 녹취록을 보면 최씨는 충격을 받은 반응을 보였다. “큰일 났네” “안 시키면 다 죽어” 등 위기에 몰린 불안한 상황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최씨가 국가기밀 문건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크게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을 말해준다.

녹취록 앞 부분에서 최씨는 “고원기획은 얘기를 하지 말고, 다른 걸 좀 하려고 하려다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도움을 못 받았다, 이렇게 나가야 될 것 같아”라고 말했다.

‘고원기획’은 최씨와 그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더블루K 전 이사가 함께 설립한 회사다. 고원기획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태로 두 재단이 설립된 뒤 사라졌다. 대기업들로부터 수십억원의 돈이 들어간 미르ㆍK스포츠재단은 사실상 최순실이 주인인 법인이다.

녹취록에 나오는 최씨의 발언은 국가기밀 문건이 아닌 ‘돈’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재단일을 했을 뿐 국정농단 문건과는 관계없는 인물이다.

다시말해 최순실의 녹취록 내용은 고원기획, 미르ㆍK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돈’ 문제에 대한 것이고 이를 숨기려고 누군가에게 지시하는 상황이 드러난 것이다.

독일 검찰과 국내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미르ㆍK스포츠 재단이 국내에서 대기업들로 받은 돈은 일부이고, 해외에서 최씨 회사에 들어간 부분이 더 많으며 두 재단은 독일로 자금을 보내는 창구로 활용되거나 그런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검찰, 최씨 돈 세탁 수사 파장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최씨의 녹취록 내용이 ‘돈’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면서 독일 검찰이 최씨의 독일 회사 돈 세탁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독일 헤센주(州) 프랑크푸르트 검찰은 “지난 5월 한 은행으로부터 고발이 들어와 돈세탁 수사가 시작됐고, 한국인 3명과 독일인 1명이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니젠 대변인은 최씨와 딸 정유라, 그리고 정씨의 승마코치이자 최씨의 독일법인 비덱스포츠 대표인 크리스티안 캄플라데로 추정되는 3명 외에 ‘30세 한국인 남성’이 수사 대상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태블릿PC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은 최순실 게이트의 단초가 국정농단 문건이 아니라 독일 검찰의 최순실의 돈세탁 수사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그들은 “독일 검찰이 돈세탁 수사하는 과정에 최순실의 독일 사무실에서 태블릿PC를 확보했고 그 안에 ‘놀라운 사실’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독일 검찰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들은 ‘놀라운 사실’에 대해선 함구했으나 독일 검찰이 돈세탁을 수사한 것에 비춰 그와 유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안민석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독일까지 방문해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90년대부터 독일에 회사, 또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수천억원의 자금을 세탁한 정황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안민석 의원은 14일 “최순실씨가 독일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천억 원대의 자금세탁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 페이퍼컴퍼니에서 2006~2007년과 2012년 대선 직전에 큰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1992년 최순실, 정윤회(최순실 전 남편), 유천호라는 사람 세 사람의 명의로 독일에 ‘유베리’라는 회사가 건립됐다. 이후 올해까지 한 10개의 페이퍼컴퍼니가 만들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비덱, 더블루케이 말고도 더 많은 회사가 만들어졌다가 파산했다가 이런 과정을 겪었다. 소위 말해서 자금세탁을 위한 페이퍼컴퍼니”라면서 “그 규모는 약 수천억 원대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자금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자금으로 쓰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은 최순실이 1992년 독일에 회사를 설립한 것은 부친인 최태민에 의한 것으로 최태민 사후 최순실이 관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최씨가 미르ㆍK스포츠 재단을 비롯해 독일에 수개의 회사를 설립한 것은 독일로 거금을 보내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거나 독일을 자금 저장기지로 만들려고 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그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최씨에게 이용당한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안민석 의원이 밝힌 수천억원대 자금 세탁과 관련해 최태민 때는 아니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의 돈은 국내에서 해외로 송금할 수 없는 만큼 대기업의 해외 지사가 독일로 송금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 주장대로 최씨가 독일 회사를 통해 수천억원대의 자금세탁을 했다면 그만한 돈을 어떻게 모았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1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담화가 관심을 모은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는 담화문을 통해 “10월 1일부터 내년(2016년) 3월 말까지 해외에 숨겨둔 소득과 재산을 자진신고하고 관련 세금을 내면 과태료와 형사처벌을 면제해준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이 기간 이후에 적발되면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엄정한 과세와 처벌을 받게 된다” 발표했다.

이어 최 부총리는 “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에 따라 해외 금융ㆍ과세 정보를 본격적으로 획득하기 전에 해외 소득ㆍ재산 자신신고제도를 시행해 단 한 번 한시적인 자기 시정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부총리의 담화문 발표 이후 대기업들이 해외에 숨겨둔 소득과 재산을 자진신고하는 대신 독일의 최순실 회사로 송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최씨의 돈세탁을 수사하는 독일 검찰도 한국 기업과 최씨의 독일 회사 간 자금 이동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검찰은 최씨의 독일법인 비덱스포츠에 삼성이 보낸 43억원 가량의 돈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국내 대기업 중 최씨의 독일 회사에 직접 돈을 송금한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의 승마 훈련을 위해 2018년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한 금액이 모두 22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 국민연금을 활용한 것과 최씨 측 지원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박근혜-최순실-삼성’ 커넥션 의혹?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5차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씨의 측근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박근혜-최순실-삼성’의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해 파문이 일었다.

노 전 부장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만난 사실을 캐묻는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제 자료가 잘 전달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박영선 의원을 콘택(접촉)할 수밖에 없었고, 자료엔 녹취록뿐만 아니라 삼성 자료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부장이 폭로를 예고한 ‘삼성 자료’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노 전 부장이 고영태 전 이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한 점이 주목된다. 고 전 이사는 최씨와 가깝게 지낼 때는 ‘고원기획’을 함께 설립할 정도로 흉허물 없이 지냈고, 최씨가 알고 있는 ‘돈’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민석 의원은 최씨가 독일에서 수천억원을 세탁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고, 23일 박영수 특검의 협조를 요청받은 독일 검찰은 최순실이 해외 계좌를 이용해 10조 규모의 재산을 은닉해 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최순실은 그동안 부당하게 모은 10조 원의 재산을 독일, 영국, 스위스 등에 불법 계좌를 개설해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검찰은 삼성이 최씨의 독일 회사에 보낸 자금을 수사하고 있고, 박영수 특검팀 또한 최씨 일가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한편 청와대와 삼성 간 ‘부당거래’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삼성이 국내외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의 존재를 나중에 일반 소식을 통해 알았고, 삼성이 최씨 모녀를 지원한 것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검찰의 삼성 자금 수사와 박영수 특검팀의 삼성 조사가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아직 안갯속이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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