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재연합이냐 제3지대 연합이냐… 반기문 거취 따라 정계개편 달라져

새누리당 탈당 보수 대분열 뒤 ‘개혁보수-개혁진보’ 연합론

한 핏줄인 개혁보수신당과 친박 다시 손잡고 재집권 나설 수도

개혁세력 연대 통한 권력 분산 후 영역 나눠먹기 가능성도

‘최순실 게이트’로 위태롭던 새누리당이 결국 분당의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이른바 ‘공천학살’ 때도 발생하지 않았던 초유의 사태여서 새누리당이 계속 생명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불안해 보인다.

새누리당에 남은 친박계는 분당사태를 맞아 자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비박탈당파를 중심으로 구성된 개혁보수진영에 날선 비난을 가하고 있다. 보수 진영 내 쪼개진 두 개 파벌이 보수의 정통성을 둘러싸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탈당파들로 구성된 이른바 ‘개혁보수’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개혁보수가 개혁진보 진영과 연합세력을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마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탈당세력보다 더 눈길을 끄는 쪽은 새누리당이다. 여당은 탈당세력과 개혁경쟁을 준비 중이다. 여당 안팎으로 최순실 게이트로 초토화된 당 이미지 개혁에 대한 요구가 많기도 하지만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내부 개혁을 통해 탈당세력의 개혁보수 파동을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같은 개혁 다른 보수

비박계 의원들이 지난 12월 27일 집단 탈당계를 제출하고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하며 행동을 본격화하면서 보수 진영의 정치지형이 격변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가 분열하며 친박 중심의 새누리당과 비박 신당 간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 적지 않다. 이와 더불어 보수신당과 기존 새누리당 간 ‘보수 적통’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분당으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의석은 개헌 저지선(101석) 아래인 99석으로 줄어들면서 새누리당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귀국 등에 따라 새누리당에서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쇄신 성공 여부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지만 “이미 새누리당은 정치판 세월호”라는 비관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기존 128석에서 99석으로 줄어들면서 제2당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반해 ‘야 4당’은 개헌선인 200석을 넘기며 칼자루를 손에 쥐게 됐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이 야권이 주도하는 ‘개혁입법’의 처리를 저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말하자면 집권여당이 가질 수 있는 오색구슬 중 하나를 잃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대선을 앞둔 개혁보수가 중심이 된 정치권의 변수도 새누리당에 상당히 위협적이다. 반 총장 귀국 후 개혁보수신당의 입김이 상당히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보수신당이 반 총장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경우 이를 발판으로 각 세력 간 합종연횡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를 통한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벌써부터 여야 주류인 ‘친박ㆍ친문(친문재인)’ 세력을 배제하는 ‘제3지대론’이 거론되는 것은 바로 이런 분석에 근거한다.

실제로 보수신당은 공공연하게 “다음 달 귀국하는 반 총장을 영입하고 국민의당 및 더불어민주당 비문(非文) 진영 등 야권(野圈)과도 연대할 수 있다”고 밝히며 새누리당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있다.

보수신당의 이 같은 그림이 구체화될 경우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보수신당의 향후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당의 방향성 역시 반 총장의 뜻에 주파수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비박 인사들이 탈당을 결행한 당일 밝힌 ‘분당(分黨) 선언문’에서 어렴풋이 드러난다.

분당파는 이날 선언문을 통해 “새누리당을 허문 자리에 따뜻한 공동체를 실현할 진정한 보수 정당의 새로운 집을 짓겠다”며 “진짜 보수의 길에 동참하는 모든 분과 손을 잡고 창조적 개혁을 통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천명했다.

또 분당파는 안보관에 대해 “안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며 “방산 비리 등 안보 관련 비리는 국가 반역 행위 수준으로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분야에선 “공정한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민주화를 추구하면서 혈연·지연·학연에 좌우되는 정실자본주의를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친박, 비박 같은 파벌이 정치에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파벌정치를 비판한 적 있다. 또 정실자본주의 타파와 창조적 개혁 등도 반 총장이 밝힌 여러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몸집 불리기 묘책=연합?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보수신당이 반 총장의 뜻과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은 가운데 비박계가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초당정치 실현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일각에서는 보수신당과 국민의당이 연합세력 구축을 통해 초당정치를 현실화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아직은 우세하지만 향후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당 안팎의 움직임은 이러한 초당정치 실현 가능성에 조금씩 힘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12월 2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35표 가운데 절반이 넘은 18표를 먼저 득표해 국민의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ㆍ4선)이 한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간담회를 열어 “친박과 친문은 우리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며 “그 외의 모든 세력들은 일단 협상과 대화의 테이블에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제3지대의 분열은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3지대’에 대한 주 원내대표의 이런 생각은 새누리당 친박은 물론 비박과도 함께 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와의 노선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안철수 사당(私黨)이라는 지적이나 호남당이라는 지적 모두 우리 당이 극복해야한다”며 “호남당의 이미지가 덧씌워지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와 더불어 보수신당이 결국 화합보다는 ‘핏줄’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없지 않다. 보수신당이 결국 다시 개혁을 통해 환골탈태한 ‘친박’과 다시 손잡고 보수재집권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남표가 대선의 최대핵심인 만큼 텃밭이 갈라질 경우 대권을 절대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는 친박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에서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홍 의원은 주 의원의 발언이 있은 같은 날 “반 총장이 성공적인 (대선) 후보가 되면 새누리당 우산 안에 있었던 모든 세력들이 다 한데 뭉칠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고선 선거에 이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보수신당과의 대선 전 재합당 또는 대선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반 총장이 오는 1월 중순 귀국 후 개혁보수신당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현 상황에서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온다고 생각하기도 그렇고, 개혁보수신당 쪽으로 가시기도 좀 그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홍 의원은 “대선 구도는 문재인 후보 대 반(反)문재인 후보 진영으로 크게 재편될 것”이라며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한 대선후보를 두고 “죄송한 얘기지만 다 (지지율이) 5%가 안 되는 분들”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반 총장 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도로 된다면 나머지 군소 후보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별로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이번 분당 사태를 두고 새누리당 친박계에서는 반 총장을 중심으로 대선 전 재합당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보수신당은 “새누리당 내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새누리당이 개혁을 통해 체질을 완전히 개선할 경우 다시 재결합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돼 홍 의원의 말에 힘을 더한다.

한편 새누리당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2선 후퇴’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의 인명진 신임 비상대책위원장 추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저도 2선으로 후퇴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국민 눈높이에서 개혁하자는 말씀은 옳은 말씀”이라고도 했다.

‘탈당까지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은 잘못된 얘기다. 백의종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친박 핵심이자 실세로 불려온 최경환 의원도 나란히 2선 후퇴를 언급했다. 최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 추대로 당이 개혁을 시작한 만큼 저는 2선으로 물러나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과 지역활동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국정혼란에 대해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할 부분은 사죄하는 등의 활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