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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파열음 친박 벽에 부딪힌 개혁호 어디로?

‘서청원의 반란’ 숨죽인 박근혜의 남자들 구원카드 꺼내나

인명진에 정면승부수 대신 조건부 합의 가능성

새누리당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개혁작업이 난항에 부딪히며 파열음을 낳고 있다.

새누리당의 인적쇄신이 친박 진영의 조직적 저항으로 무산되자 보수진영 안팎에서 친박계 핵심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과반수를 채우지 못한 탓에 회의를 열지 못했다. 전체 상임전국위원 52명(1명 탈당) 중 24명만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실력 행사로 상임전국위가 무산된 건 지난해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인 비대위원장이 8일 발표를 예고했던 ‘살생부’ 발표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인 비대위원장은 조만간 자신의 거취도 밝힐 예정이다. 이날 상임전국위 소집 목적은 인 비대위원장 중심의 비대위를 구성한 뒤 징계를 위한 윤리위원회를 추가적으로 만들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기존 새누리당 윤리위원들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방해한 새누리당 전임 지도부에 반발해 총 사퇴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인적쇄신을 위한 징계를 위해서는 윤리위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 비대위원장이 의원들의 거취와 관련, ‘과하면 말릴 것이고, 덜하면 보탤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윤리위 회부를 통한 징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서청원, 최경환 두 친박 핵심의원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상임비대위원들의 회의 참석을 방해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친박계의 적폐를 도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썩은 물은 갈아야 한다

박맹우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조직적, 체계적으로 상임전국위를 방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원로라는 분들이 상임전국위 참석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임전국위가 열리지 못하면서 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현 원내 지도부는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인 비대위원장이 결국 친박의 벽에 부딪혀 성과없이 퇴진할 경우 그를 앞세웠던 정우택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 자신감에 넘쳤던 인 비대원장과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가 추진했던 개혁이 가로막히자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준 사태”라고 성토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우리가 개혁을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를 오늘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상임전국위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며 “여기까지 온 사람들을 붙들고 막고 있다”고 친박계의 집단행동을 비판했다.

박 총장은 또 “같이 당에 몸담았던 원로라는 분들이 참석을 막고 있다. 전부 못 오게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인 위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하고 당을 떠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는 친박 핵심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회의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현 원내지도부는 다음주 상임전국위를 다시 열어 비대위 구성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성원을 위해서는 전체 52명의 상임전국위원 중 27명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위원은 김성찬 박맹우 박찬우 안상수 유재중 이은권 정우택 정유섭 조경태 홍철호 의원 등 25명으로 2명이 부족했다.

현직 의원 중 이날 회의에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위원은 김진태 백승주 신상진 윤재옥 이철우 이헌승 의원 등이다.

새누리당 비상지도부가 상임전국위원회 개최를 위한 ‘머릿수’를 채우는데 실패함에 따라 정족수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내주 비대위 인선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임 전국위가 의결정족수 성원까지 불과 2명이 모자라 불발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당 실무자들과 지도부가 고육지책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이날 당 관계자들이 파악했던 상임전국위 전체 인원은 51명이었고, 상임전국위를 하려면 이중 과반수인 26명 이상이 참석했어야 했다.

그러나 참석자가 24명에 그치면서 비대위원 인선을 위한 상임전국위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처럼 간발의 차이로 상임전국위가 불발되자 당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정족수를 ‘재해석’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상임전국위 위원 중 이정현 전 당 대표와 임기를 같이하는 위원들을 상임전국위 모수(母數)에서 제외하면 정족수도 자동으로 축소돼 성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 51명 상임전국위원 가운데 중앙위원과 여성위원은 각각 4명씩 총 8명이다. 이들을 이런 기준으로 제외한다면 상임전국위 모수는 총 43명이 되고, 정족수는 이날 상임전국위 참석자(24명)보다 적은 22명이 된다. 하지만 이는 아이디어일 뿐이어서 실제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정상적으로 가야지 다른 길로 가선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될 때까지 개혁 시도할 것

정 원내대표는 상임전국위원회 전체회의가 무산된 것과 관련, 이번 주 중으로 상임전국위를 다시 소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실제로 여기까지 왔는데 못 들어온 분들도 있어서 안타깝다”면서 “상임전국위는 다시 열면 되므로 무산된 게 개혁으로 가는 큰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회의가 또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그는 “의결정족수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에 한 발 더 나아가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중진인 정갑윤(울산 중) 전 국회 부의장이 탈당계를 제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인 비대위원장의 친박계를 향한 ‘인적청산’ 포문을 연 이후 두번째 탈당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나간다는 게 이유다.

앞서 정 의원은 언론에 돌린 ‘탈당의 변’에서 “당의 혁신을 위해 인 비대위원장을 추대했지만 기대했던 혁신진행이 더디고, 우려했던 것처럼 당 상황이 간단치 않다”며 "이제 내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3일 인 위원장을 면담한 직후 (지역구인) 울산에 내려와 밤새 고민을 했고, 다음날 아침 인 위원장과 다시 한 번 전화통화로 새누리당을 살리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심정을 피력한 후 결심했다”며 “선당후사의 책임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도리”라고 덧붙였다.

친박계 5선이자 19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을 지낸 정 의원은 대표적인 뼈박(뼛속까지 친박) 의원 중 하나다. 애연가였던 정 의원이 담배를 끊은 것도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다. 2009년 당시 의원 신분이던 박 대통령의 몽골 방문에 동행하기로 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행여 불쾌한 냄새를 줄까 우려해서였다고 한다.

이정현 전 대표에 이은 정 의원의 탈당으로 친박 핵심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인 위원장을 향해 “당신이 나가라”며 맞불을 놓은 서청원 의원을 두고도 “당이 살려면 서 의원이 탈당을 결단해야 한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심화되자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에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 비상위원장이 꺼내든 ‘인적 청산론’에 당 지도부는 물론 친박계 다수가 동조하고 나선 것이어서 두 사람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친박계 내부의 이탈 조짐은 뚜렷하다. 친박 중진 가운데 5선의 이주영, 4선의 홍문종ㆍ김정훈 의원도 인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를 맡기겠다는 의사를 전해 서, 최 의원에 대한 압박은 커지는 분위기다.

현 정부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 정종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 윤상직,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을 지낸 유민봉,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출신 추경호 등 초선 의원들도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맡기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당내에서는 정우택 원내대표 등 당직자를 포함해 이른바 ‘백지위임’ 의사를 밝힌 의원이 30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반면 서청원ㆍ최경환 의원과 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아직 결사항전의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전날 인 위원장이 국회의장직을 약속하며 탈당을 요구했다는 ‘이면계약’을 폭로한 서 의원은 이날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성직자가 ‘할복’, ‘악성종양’ 같은 심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또다시 독설을 퍼부었다. 한 강성 친박계 의원은 “의원을 심판할 수 있는 건 유권자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새누리당 인적청산을 두고 인 비대위원장과 서 의원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인 위원장과 원내지도부는 친박 핵심 고립작전에 나섰다. 서 의원은 인적청산 과정이 ‘원천무효’라며 강력 반발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당이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직으로 회유했다는 서 의원 주장에는 “덕담을 진담으로 알아듣고 안되면 거짓말쟁이라고 하느냐”고 했다.

서 의원도 수원에서 열린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한국에 한 분뿐”이라며 목사 출신인 인 위원장을 직격했다. 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목사님이 할복하라고 사람을 죽음으로 모는 것 하나로도 인품이 느껴진다. 잘못 모셔왔다”고 했다.

거취를 인 위원장에게 백지위임하는 의원들이 느는 데 대해선 “탈당계 내면 곧 돌려준다고 받은 것은 전부 위장탈당이고 원천무효”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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