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 ‘경협’으로 남북 가교 역할”

박근혜정부 들어 해빙 기류가 엿보였던 남북관계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악화일로로 치달아 현재는 대화나 접촉의 가능성마저 보이질 않는다.

남북관계가 이대로 고착화된다면 민족의 통합은커녕 ‘강대강(强對强)’ 대결 국면이 지속돼 암울한 미래를 우려스럽게 한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난망한 가운데 ‘해외동포’가 중심이 돼 비정치적 경협(經協)을 통해 민족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민족통합에 관심있는 동포 기업인들이 주축인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의 장백산(67) 이사장은 “남북 정부 간 대화와 교류가 막혀 있고, 국내 기업이나 단체의 대북 접촉이 불가한 상황에서 남북한 양측의 가교가 되고 북한의 문을 열 수 있는 것은 해외동포뿐이다”며 “비교적 간섭을 받지 않는 민간 경제 교류를 중심으로 남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백산 이사장은 1980년대 말부터 북한과 무역을 해온 북한 전문가로 1990년대 구상한 남북한이 ‘경제’를 매개로 협업하고 이를 러시아 극동 연해주와 연계시키는 ‘남ㆍ북ㆍ러 3국의 공동발전 방안’은 북한과 러시아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고, 김대중정부에서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논의되기도 했다.

장 이사장은 최근 열리지 않는 남북의 문을 해외동포가 중심이 돼 북한을 상대하고 특히 LED 지원을 통해 북한뿐 아니라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 이사장을 만나 굳게 닫힌 남북관계의 해법를 들어봤다.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변화 가능성도 적어 보이는데 해법은 있나?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된 데는 남북 모두에 책임이 있지만 현 정부의 원칙 없는 대북정책과 통일을 바라지 않는 일부 세력들이 강하게 영향력을 미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을 제대로 모르니 해법을 내지 못한 것이다. 현재와 같은 남북 상황에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결국 민간이 나서야 하는데 국내법 저촉 때문에 북한과의 교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해외동포가 남북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다. 또한 남북 간에 갈등이 없는 비정치적 경제 교류가 바람직하다.”

-해외동포라면 어느 범주를 말하나. 또한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어떤 단체인가?

“해외동포라면 전 세계에 있는 동포이면 누구든 자격이 있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해외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민족통합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결성한 단체다. 잘 알다시피 남북한의 모든 문제는 정부 당국자들이 주관함으로써 현행법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해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데 해외동포 단체이므로 쉽게 입출국이 이뤄지고 사업도 속도 있게 전개할 수 있다”

-해외동포가 북한과 교류나 접촉할 경우 그 방향은?

“북한 주민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협’을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민들에 필요한 생필품을 지원하고 그들이 북한에서 생산한 물품을 받는 것이다. 다시말해 ‘물물교환’ 형태인데 이렇게 하는 것은 남북 경협에 ‘돈’이 개입할 경우 북한 중앙정부가 나서게 되고 그러면 주민에게 가야할 이익이 평양의 몫이 된다. 해외동포는 북한의 식량난과 기초 생활난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물품을 제공하고 그들로부터는 북한에 풍부한 임산물, 수산물 등을 받는 형식이다. ‘물물교환’이 돼야 주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간다.

특히 이번에 해외동포가 북한과 교류하는 데는 LED 지원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 내용은 오랫동안 생각하고 시기를 봐왔는데 시급한 일이라고 본다.”

-북한에 LED 지원이 중대하고 시급한 이유는?

“현재 북한 주민들은 시장경제에 의해 어느 정도 생필품 조달이 가능하게 됐지만 야간 조명은 절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빛이 공급되면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어 생활이 나아지고, 뛰어난 두뇌로 여러 다른 일도 할 수 있다. 또한 군 병력이 경제에 투입되면 남북 간 군사대결도 완화시킬 수 있다. 5년 전부터 남북 경협의 최우선 과제로 LED 지원을 생각해왔는데 해외동포가 주축이 돼 나서면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북한에 LED를 지원할 경우 구체적인 방안은?

“해외동포가 주도적으로 하더라도 국내 기업과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LED는 유엔 등 국제사회도 장려하는 분야이고, 한국은 LED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기술과 품질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북한에 LED 지원에 나서면 중소기업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요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더욱 힘든데 국내 중소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때가 되면 중소기업중앙회와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눌 에정이다.”

-북한과의 경협과 관련해 북한의 입장도 중요한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평가한다면?

“장차 추진할 경협의 측면에서 볼 때 현실을 제대로 직시했다고 본다. 특히 이번 신년사가 과거와 다르게 두드러진 점은 ‘해외동포’를 강조한 점이다. 신년사를 통해 확연히 알 수 있는 것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뒤 자신감을 갖고 남북관계를 선도하려는 측면이다. 당분간 남한 정부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민족인 해외동포와 남북관계를 이끌어가겠다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외동포가 남북관계 변화와 발전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폐쇄가 장기화되고 있고 앞날도 불투명하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개성공단은 순수하게 민족 차원에서 조성된 게 아니라 현대그룹의 ‘이해’ 때문에 출범한 것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측면이 있다. 이제라도 업종을 북한 주민을 위한 방향으로 바꾸고, 이 또한 물물교환 형식으로 주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게 해야 한다.”

-앞으로 중점을 둘 계획은?

“해외동포가 남북 민족에 기여하는 방안에 주력할 예정이고 북한에 도움을 주는 동포가 많은 중국 연변에서 해외동포 사업에 관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민족 통합’은 차차 풀어가야 하지만 우선 북한 주민들이 ‘자존’을 지키고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서 세부 사업의 우선 순위를 생각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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