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뉴DJP+α’로 대권 도전… 박근혜ㆍMBㆍ안철수 ‘넘어야 할 산’

지역ㆍ세대ㆍ이념 간극 넘어 ‘통합 대통령’으로 대권 승부

‘충청+호남+영남’묶고, 젊은층 공략, ‘진보적 보수’ 표방

박근혜ㆍMB 관련 반 전 총장에 역풍 우려…안철수 ‘양날의 칼’작용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0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12일 “이제는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를 해야 한다”면서 대권 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사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5월 방한 때와 지난해 12월 22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유엔 총장의 임기를 마친 반 전 총장이 오는 12월 대선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면서 대권 전쟁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유력 대선주자인 반 전 총장을 두고 한쪽에선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각을 세우며 대결 자세로 한판 승부를 하겠다는 적의敵意)를 불태우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향후 대권행보를 어떻게 할지 아직 불투명하나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뒤지고 있고, 친인척 불법 문제나 비리 의혹과 같은 ‘악재’가 언제든 반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의 측근 인사 등을 통해 대권 행보의 윤곽과 ‘넘어야할 산’을 살펴봤다.

반기문 대권 도전 천명…앞날 불투명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유엔 사무총장으로 쌓은 국제적 경험과 식견을 어떻게 나라를 위해 활용할까 진지하게 성찰ㆍ고민했다”면서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다시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데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며 대권 도전에 나설 뜻을 천명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대권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다. 하지만 그의 대권 야망은 물밑에서 적잖이 달궈져 왔다는 게 측근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반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외교관 출신은 “반 전 총장은 단순히 한국의 대통령을 한번 해보려는 게 아니라 분단된 나라를 통일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통일 국가의 위상을 펴보이겠다는 웅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분단된 작은 나라가 아니라 세계에서 큰 일을 할 수 있는, 통일이 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나라라고 반 전 총장이 자주 말해왔다는 것이다. ‘세계 대통령’이라는 유엔 총장 위치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면서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의지가 굳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치권의 측근인사는 “반 전 총장이 ‘기름장어’니 ‘결단력이 없다’느니 말하는데 그건 표면적으로 본 것에 불과하다”며 “그의 권력의지는 다른 대선주자 이상으로 강고하고 끝까지 밀고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나 새누리당의 분당과 같은 뜻밖의 상황에 대해선 반 전 총장도 예상하지 못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 전 총장 측근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당장 신당을 창당하거나 기존 정당과 손잡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또한 ‘제3지대’와 같은 곳에서 세력규합의 깃발을 올리는 일도 없을 듯하다. 한마디로 ‘관망’ 자세로 대선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권 행보의 속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측근들에 따르면 반 전 총장 측이 구상하는 대권 구도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있다. 크게 보면 지역ㆍ세대ㆍ이념을 극복ㆍ통합하는 ‘통합 대통령’ 모델이다.

지역적으로는 반 전 총장의 뿌리인 충청을 기반으로 호남과 손을 잡은 뒤 나아가 영남을 껴안는 전략이다. 1997년 대선에서 호남의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충청의 김종필(JP) 자민련 총재가 손을 잡고 대선에서 승리한 모델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반 전 총장 측은 DJP 연대를 이번 19대 대선에서 업그레이드하고, 나아가 영남까지 연대하는 ‘뉴DJP+α’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대’와 관련해선 이번 대선에서 20∼30대 젊은층 투표 참여가 높아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현실과 미래를 아우르는 ‘비전’을 제시해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50대 이상 투표층이 비교적 반 전 총장에 우호적인 만큼 젊은 유권자를 상대로 세계 지도자 경험을 앞세워 젊은 층이 호응할 수 있는 비전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대학 교수인 한 측근 인사는 “젊은이들이 현실에 좌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 문제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며 “반 전 총장이 이 부분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미래에 희망적인 비전을 내놓으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념’ 부분에선 보수ㆍ진보 어느 쪽에 기울지 않으면서 양측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스탠스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반 전 총장이 언급한 ‘보수적 진보주의’와 같은 양태로 보수의 가치는 지키면서 진보도 수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반 전 총장 측은 친박 중심의 새누리당이나 친문 인사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는 거리를 두면서 새로운 이념, 시대정신을 앞세워 여러 정파, 세력을 아우른다는 입장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 넘어야 할 산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 일성으로 대건 도전 의지를 밝히고 대권 행보에 본격 나설 예정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대권을 좌우할 여론이다. 지난 1년 넘게 이어오던 ‘반기문 대세론’은 꺾였고, 최근엔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되고 있다.

13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간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 전 대표는 지난달보다 무려 11%포인트 급등한 31%로 1위를 차지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과 동일한 20%로 변함이 없었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과 양자 가상대결에서 53%를 기록해 37%를 얻은 반 전 총장을 크게 앞섰다.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3자 가상대결에서도 문 전 대표는 44%로 반 전 총장(30%)과 안 전 대표(14%)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성인 151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문 전 대표는 27.9%로 1위를 차지했다. 반 전 총장은 20.3%로 2위를 기록했다.

신년 대선후보 여론조사 때만 해도 반 전 총장은 대부분 1위를 기록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 전 대표에게 역전당했다. 문제는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진 게 계기가 됐다.

그동안 반 전 총장이 박 대통령과 가까운 모습을 보여왔고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던 터라 여론이 반 전 총장에 등을 돌린 것이다. 또한 ‘보수’에 부정적 여론도 반 전 총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한때 반 전 총장에게 최대 우군이 될 것으로 예상되던 박 대통령과 여권이 오히려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한 기류가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과 대선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반 전 총장이 대권 도전에 나선 만큼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박근혜 정부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공격하는 것이나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반 전 총장을 향해 “정권교체를 말하지 않고 정치교체를 말하는 것은 그냥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비판한 것은 반 전 총장을 박 대통령, 또는 박근혜정부와 연계시켜 격하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이 대권 고지에 오르려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 박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친박 인사는 물론,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확실하게 둘 필요가 있다고 측근들은 강조한다.

반 전 총장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는 최근 모습을 드러낸 이른바 ‘반기문 캠프’에 과거 MB 사람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반 전 총장 귀국 현장에 마중 나간 나경원 의원, 박진 전 의원 등과 예비 조직인 ‘마포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상일 전 의원,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모두 MB계 사람들이다. 또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박형준ㆍ김두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일정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해져 일부에선 반기문 캠프를 MB맨들이 장악한 게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대선을 위해 필수적인 외연 확장과 연대에 걸린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반 전 총장과 연대 가능성아 열려 있는 국민의당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2일 “반 전 총장이 지나치게 MB(이명박 전 대통령)측 인사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우려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실패한 정권의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같이 실패한 사람으로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으로 안철수 전 대표가 거론된다. 반 전 총장에게 안전 대표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에 우군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적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일부에서는 반 전 총장과 안 전 대표가 연대해 문 전 대와 상대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있게 제시됐다. 안 전 대표와의 연대는 ‘뉴DJP’ 플랜의 상징으로 호남과의 연대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그런데 안 전 대표는 지난 8일 막을 내린 미국의 2017 CES 행사를 다년 온 뒤 반 전 총장에 날을 새우며 ‘독자 출마’를 강하게 주장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끝까지 대선을 완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대선이 문재인ㆍ반기문ㆍ안철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상당하고, 실제 이렇게 되면 반 전 총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초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3자구도일 경우 문 전 대표가 완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대표의 지지표가 반 전 총장과 중복되면서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만일 대선이 3자 구도로 치러지면 안 전 대표가 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이회창 후보표를 잠식해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안 전 대표가 나오더라도 10%를 넘기 어려워 결국 반 전 총장 지지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안 전 대표의 출마가 반 전 통장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결국 반 전 총장에게 안 전 대표는 넘어야 할 산인 동시에 손 잡아야 할 대상인 셈이다.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귀국을 전후해 여론을 악화시킨 친인척 불법 의혹과 금품수수 논란 등은 반 전 총장은 이미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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