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친형 북한 생존설과 연결고리

‘최순실 게이트’와 더불어 또 하나의 탄핵사유 될까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지난해 10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 미스터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서 눈길을 끈 적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정보위 국감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회고록 관련 기록을) 공개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전제가 있다.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용공·종북 의혹을 이참에 다 털고 가자”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02년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방북한 바 있다. 이때 이례적으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한 시간 독대했고 두 시간 동안 만찬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은) 입북할 때는 중국 거쳐 평양으로 갔는데, 서울로 올 때는 김정일 제의 받고 판문점을 거쳐 육로로 들어왔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민주당은 당시 박 대통령 귀환문제와 관련해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 김 전 위원장과 협의한 내용 일체, 방북 허가 받았을 때 제출한 신청서와 방북 결과 보고서 등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야권은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북한에서 한 말과 행동을 정직하게 신고했는지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박 대통령의 당시 방북을 두고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이 커지고 있어 이 문제가 탄핵과 겹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방북 때 은밀한 장소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혈육을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와 북한은 밀월관계?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박 대통령의 방북 관련 논란이 일자 “지난 2002년 당시 박근혜 미래한국연합 대표와 김의 비공개 회담 내용을 폭로할 수도 있다”며 색깔론을 펴며 야권을 겨냥하는 청와대에 일침을 가했다.

박 위원장은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한 새누리당의 색깔공세에 “지난 2002년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의 면담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며 역색깔론을 꺼내든 것이다.

이 논란을 시작으로 박 대통령이 당시 북한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나 독대하는 하는 과정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를 두고 여러 추측이 분분하다.

또 이 때 박 대통령의 방북 과정과 명확한 방북 이유 그리고 김 전 위원장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서도 여러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북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 중 가장 핵심은 대체 무슨 이유로 북한을 방문했으며, 김 전 위원장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가 하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방북 행적을 살펴보면 이렇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유럽-코리아재단 장자크 크로아 이사장과 지동훈, 신희석 이사와 함께 2002년 5월 1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초청에 따라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했던 박 대통령은 중국 북경을 거쳐 11일 입북한 뒤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14일 판문점을 통해 귀국했다.

외신들은 남북 독재자 자녀의 회동이라고 보도했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왕자와 공주의 만남’이라는 황당한 말도 나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박 대통령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예우가 국빈급이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11일 중국 북경에서 고려항공편으로 방북을 추진 중이던 박근혜 일행 4명에게 자신의 특별전용기를 보내줬다. 이 비행기는 50인승으로,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가 아니라 김 전 위원장과 그 수행원들만이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2000년 6ㆍ15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묵은 백화원 초대소의 객실에서 묵는 영광을 누렸다. 박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김용순 노동당 비서 등 대남 실세들이 총동원된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평양학생소년궁전을 방문했을 땐 1000명의 어린이가 특별 공연을 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을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여사라고 극존칭을 썼다.

박 대통령의 미스터리한 행적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대체 왜 방북을 강행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지난 대선 직전 북한의 공격적인 발언이 눈길을 끈다.

북한은 2013년 6월 11일 통진당 부정선거 사건 이후 종북 논란이 거세질 때 대화록 폭로협박을 한 적 있다.

북한은 당시 새누리당 대선주자였던 박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가 방북했을 당시 ‘친북 발언’들을 했다며 “모두 공개하면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이날 우리 정부와 새누리당 앞으로 보낸 공개 질문장에서 “보수패당은 통합진보당 사태 등을 계기로 저들의 반통일대결 책동에 거슬리는 사람들은 모조리 종북좌파 감투를 씌워 매장하려 한다”며 “심지어 이명박 역도와 새누리당의 박근혜까지 나서서 전대미문의 광란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박근혜만 보아도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접견을 받고 주체사상탑과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비롯한 평양시의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며 “북남관계는 물론 남조선 내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들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정몽준, 김문수 등이 우리에게 와서 한 말들을 모두 공개하면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격으로 1999년과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2000년에, 김 지사는 경기지사 자격으로 2008년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북한이 이 같이 주장하자 박 대통령과 정 전 대표, 김 지사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박 대통령 측은 “2002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동을 포함해 박 전 대표의 방북 당시 전혀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북한이 박 전 대표의 발언 중에서 공개할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공개하라”고 말했다.

2013년 10월 10일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음성파일 공개 논란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조평통은 “북남 수뇌분들의 담화록이 대결광신자들에 의해 모독당하고 있는 현 사태를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담화록을 공개할 내기 한다면 우리 역시 남조선 위정자들과 특사들이 우리에게 와서 발라 맞추는 소리를 한데 대해 전면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조평통은 담화의 말미에서 “무지무도한 패륜적 망동의 막후에는 박근혜가 있다”고 직설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며 지목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김정일 위원장은 대화가 되고 좋은 분”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적지 않았다. 또 방북이후부터 “국가보안법의 정부참칭조항을 국민들과 힘을 합쳐 없애겠다(2004)”는 말도 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북한과 수교를 요청하기도 했다.

은밀한 만남의 실체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적은 국가안보를 최우선시하는 보수진영의 사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밝히지 못할 다른 내막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이 방북 당시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형제와 그 혈육을 만나고 온 것 아니냐”는 말과 더불어 “북한이 그들을 이용해 박 대통령을 북으로 불러들인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친형제가 북한에 살고 있다는 말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5ㆍ16 이후 야당정치인들에 의해 박정희 당시 의장의 친형이 월북해 북한에 생존해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다가 보수에서 금기시하는 6ㆍ15 선언을 7ㆍ4 합의를 이은 것으로 합리화하고 김 전 위원장과는 부친세대의 유업을 이어가자고 약속까지 하고 돌아온 것도 의문이다. 보수의 중심인물이 방북해 6ㆍ15 지지입장을 밝히고 친북성향을 드러내게 된 것은 그 숨은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박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미스터리는 또 있다. 그것은 박 대통령이 원하기 훨씬 이전에 김 전 위원장이 먼저 적극적으로 박 대통령을 보자고 방북인사에게 여러 번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통일부장관 박재규의 증언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사상에 대한 의심은 사실 어제 오늘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윤보선 전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김준하씨 증언에 의하면 윤보선씨가 박 전 대통령의 사상전력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은 1963년 9월 목포에서부터였다.

9월 25일 서울교동국민학교에는 윤보선 측이 아닌, 근거를 알 수 없는 ‘구국청년동지회’ 명의로 박 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내 가족 중 월북한 자가 있다는 사실이 삐라를 통해 폭로된 적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그 구국청년동지회는 무슨 단체인지, 이 같은 내용을 누가 뿌린 삐라 인지 알 수가 없다. 황태성과 박상희 처의 면담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면, 박정희 일가의 미스터리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17년 음력 9월 30일(양력으로는 11월 14일) 경상북도 선산군 구미면 상모동(지금의 구미시 상모동)에서 7남매 5형제의 막내로 태어났다. 당시 가족은 부친 박성빈(朴成彬, 46세), 모친 백남의(白南義, 45세), 장남 박동희(朴東熙, 22세), 2남 박무희(朴武熙, 19세), 장녀 박귀희 (朴貴熙, 17세), 3남 박상희(朴相熙, 12세), 4남 박한생(朴漢生, 6세), 2녀 박재희(朴在熙, 4세), 5남 박정희(朴正熙)였다.

박 전 대통령은 가족 형제들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언급을 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의 대선에서 사상논쟁과 관련해 윤보선 측에서 박한생의 자진월북설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89년에는 박한생과 출신지가 같고, 얼굴도 닮았으며, 그리고 연령대도 비슷한, 몽고 대사까지 역임했던 박광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세간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서지간이라는 빨치산 외팔이 부대장 최태환은 “박정희의 형제로 알려진 박광선은 북한에는 일가친척이 없었으며, 10대 후반쯤에 고향을 떠나 월북 후 이름을 바꾸었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방북 때 그 혈육을 만나고 돌아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임수경 방북사건과 같은 성질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것이다. 김 전 위원장과의 단독 면담 1시간, 만찬 2시간 등 총 3시간 동안의 만남에서 두 지도자는 뜨거운 결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독대자리에서 “우리는 모두 위대한 지도자의 자녀이니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둘에게 달렸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을 약속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011년 9월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방북은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남북한이 교류를 통해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어 문제 삼지 않고 있을 뿐 이는 엄연한 국보법 위반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첩혐의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방북이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김정일과의 면담과 관련해 “정부와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정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그야말로 불법적인 방북이었다. 말하자면 이는 1989년 발생한 전대협 임수경 방북사건과 같은 성격의 방북사건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방북은 정부 승인없이, 단지 방북을 위한 접촉에 대한 승인만 받은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박 대통령은 국가 원수의 자격으로 방북한 것이 아님에도 김정일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당국의 조사도 전혀 받지 않았다.

국보법에 따르면 사전에 정부의 승인없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처벌이 원칙이다. 당시 정부가 승인한 것은 방북을 위한 접촉만을 승인하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무단으로 방북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방북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일성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하고, 김일성의 무덤에 참배했다며 국보법 위반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보수단체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편의 제공을 받은 행위는, 국가보안법 제5조 자진지원, 금품수수 2항,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에 해당한다. 이는 7년 이하의 징역”이라고 당시 방북을 비판했다.

또 그에 따르면 반국가단체의 수괴와 만나 회합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가보안법 제8조 회합, 통신등 1항,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ㆍ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것에 해당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