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ㆍ충청ㆍ멘토 그룹이 핵심… ‘潘風’ 가속, 특정 세력 쏠림 위험

마포팀ㆍ멘토그룹ㆍ충청팀ㆍ지지모임이 중추 세력…통합 조직화 관건

외교관 출신ㆍMB맨 과도한 점 문제…전략가 부재도 약점으로 지적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0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 12일 금의환향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 예상됨에 따라 물밑에서 그를 지원해왔던 이른바 ‘반기문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반기문 사람들’은 충청 출신의 반 전 총장이 외교관 복무 후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과정에 직ㆍ간접으로 인연을 맺은 인물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의 뿌리인 외교부 사람들 외에 정치권, 재계, 관계, 사회ㆍ문화계 등에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다.

최근엔 ‘마포 실무팀’, ‘광화문팀’ 등 대선 예비 조직과 멘토그룹, 충청팀,지지모임 등이 중심이 돼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전력하고 있다.

외교관, 언론인, 정치인들이 섞인 ‘마포 실무팀’은 대선 예비 캠프 개념으로 실무를 담당하고 있고, 관료 출신과 전현직 공직자, 교수가 중심을 이룬 광화문팀은 마포팀에 합류해 지원하거나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선에 나서지 않으면서 정치적 조언을 하는 ‘멘토그룹’, 충청권 현역 의원들이 중심인 ‘충청팀’, 정당부터 팬클럽까지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모임 등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반기문 사람들’을 살펴봤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12월 20일 한국 특파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를 보좌하고 지원할 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외교무대에서만 평생을 지냈고 현실 정치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반 전 총장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선거전략과 정책 자문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이들 그룹에 대한 교통정리를 원활히 하지 못할 경우 조직 내 불협화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선 전초 기지 ‘마포 실무팀’

그동안 ‘광화문팀’, ‘마포팀’, ‘강남팀’ 등 반 전 총장을 비공식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인사들은 많았다. 하지만 일원화된 언론창구가 없어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했다. 그러던 중 반 전 총장 귀국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반기문 공식 캠프가 첫 언론 브리핑을 했다.

마포역 인근 한 사무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도운 대변인은 “ ‘마포 사무실’은 대선 캠프는 아니고 반 전 총장의 민생행보를 지원하는 임시 ‘보좌 실무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앞으로 총장이 직접 하시는 말씀과 제가 전하는 말씀이 공식입장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대변인이 밝힌 ‘마포 실무팀’은 총 11명으로, 김숙 전 유엔 대사와 이상일 전 의원,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의 이름만 공개했다. 하지만 김봉현 전 호주대사, 최형두 전 국회 대변인, 김장수 전 이명박정부 청와대 행정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지애 전 CNN 서울지국장도 곧 합류해 부대변인을 맡을 예정이다.

‘마포 실무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김숙 전 유엔대사다. 그는 외교부 북미국장으로 근무하던 2004년부터 반 전 총장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외교부 장관이 반 전 총장이다. MB정부에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낸 김 전 대사는 사석에서 반 전 총장을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사이다.


그는 지난달 반 전 총장의 ‘23만 달러 수수설’이 보도됐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해당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인물이 김 전 대사다. 김 전 대사는 지난 6일 미국으로 출국해 반 전 총장의 귀국 준비를 옆에서 돕기도 했다.

김 전 대사는 광화문 개인 사무실을 근거지로 외교관 및 정치인 출신 인사들과 모여 작년 연말부터 ‘마포 실무팀’을 구성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김 전 대사 사무실을 두고 ‘광화문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김봉현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이 외교부 유엔과장 시절 부하 직원으로 인연을 쌓았고, 2001년 반 전 총장이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의 마포 개인 사무실과 광화문에 330㎡(100평) 규모 사무실 계약을 도맡아서 진행했다.

이상일 전 의원은 중앙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19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과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이 대변인은 “이 전 의원은 비판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호남 출신이란 점에서 홍보나 정무 쪽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마포 실무팀’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 캠프, 대통령직 인수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미래기획위원장을 역임한 MB맨으로 이명박정부에서 ‘녹색 성장’이란 국정과제를 기획한 것처럼 반 전 총장의 경제 공약을 선정하고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이도운 대변인은 서울신문 정치부장과 편집부국장을 지냈다. 이 대변인은 1994~1997년 외교부 출입기자로 반 전 총장과 인연을 맺었고 2007년 워싱턴 특파원으로 반 전 총장을 취재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여러 칼럼을 쓰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의 대권 도전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측근 그룹은 이른바 외무고시 12회 5인방이 손꼽힌다. 이들은 마포팀, 광화문팀 일원으로 알려지기도 하는데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김숙 전 유엔대사, 박인국ㆍ오준 전 유엔대사와 박준우 전 정무수석 등이다.

김원수 전 차장은 2006년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을 총괄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김 전 차장은 2007년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자 외교부에서 유엔으로 적(籍)을 옮겨 비서실 차장, 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박인국 전 대사는 반 전 총장 재선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오준 전 대사는유엔에서 반 전 총장과 수시로 만나며 함께 활동해왔다. 박준우 세종재단 이사장은 반 전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낼 때 특별보좌관을 맡은 외교 라인 ‘반기문 사단’의 핵심 멤버다.

그림자 조언하는 ‘멘토그룹’

일선에 나서지 않으면서 반 전 총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원로 멘토 그룹’도 있다. 김종필ㆍ노신영ㆍ한승수 전 국무총리, 유종하 전 외무장관, 신경식 헌정회장이 대표적이다.

‘원로 멘토 그룹’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지지그룹은 자발적으로 반 전 총장을 지원한다면 충청의 대부였던 김 전 총리의 경우 반 전 총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5월 방한 당시에는 일정을 쪼개 김 전 총리를 예방해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후 반 전 총장은 지난 7월 ‘올 1월에 뵙겠다’며 서신을 보내는 등 각별히 신경 쓰는 눈치다.

이에 화답하듯 김 전 총리는 지난 9월,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통해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는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또 지난 11월 한 언론인터뷰에서 “보통 사람이 못 가진 것을 갖고 있다. 그런 사람이 해 보겠다 하면 도와주는 것이 순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지지선언으로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이 가장 존경하는 멘토라고 칭하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 공직에 입문한 반 전 총장의 첫 주재지는 주인도대사관이었고, 당시 뉴델리총영사가 노 전 국무총리였다. 이를 인연으로 반 전 총장은 1985년 노신영 국무총리 취임 후 총리의전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동기는 물론 선배보다 빠른 승진이었다. 출세의 길을 터준 사람이 바로 노 전 총리인 셈이다.

한승수 전 총리는 반 전 총장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사람이다. 2001년, 외교부 차관으로 승승장구하던 반 전 총장이 한미 방위체계 문제로 미국과 사이가 벌어져 책임을 지고 물러나 있을 때 한 전 총리는 그해 9월 반 전 총장을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복귀시켰다.

이후 반 전 총장은 2003년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발탁되고 2004년 외교부장관을 거쳐 결국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다.

충북 청원 지역구에서 13대~16대 의원을 지낸 신경식 헌정회장, 친이계 원로로 친이계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과 같은 집안사람인 유종하 전 외무장관 등도 반 전 총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제공하는 멘토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유력 충청인사들의 지원 사격

현재 공식적으로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는 정치세력은 충정기반의 국회의원이다. 대표적 인사가 정진석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다. 정 전 원내대표는 한국일보 기자 시절 외무부를 출입하면서 장관 비서실장이던 반 전 총장과 인연을 맺었고,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친분을 쌓아온 반 전 총장의 대표적인 측근이다. 정 전 원내대표는 꾸준히 반 전 총장과 의견을 주고 받았으며, 특히 지난 12월 30일에는 뉴욕에서 1시간 가량 독대를 하며 귀국 후 메시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원내대표는 향후 국회에서 뜻을 함께 하는 의원들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해 반 전 총장 행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께 미국을 방문한 충북지역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어느 당을 선택하든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 전 총장과 생전에 돈독한 관계를 맺었던, 성완종 전 회장의 동생 성일종 의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그는 “여야가 모두 모시려 한 반 총장에 대해선 ‘국민 대망론’이 있다”며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현재 새누리당 충청지역 의원들은 총 13명(충북 5명, 충남 5명, 대전 3명)으로 반 총장 행보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굉장히 중요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한 나경원 의원 등 중도성향 의원들까지 손을 잡는다면 최대 30여명의 원내 지지세력을 확보해 독자 세력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마음 한 뜻 반기문 지지하지만 형태는 상이

외곽에서는 반 전 총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조직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고 있다. ‘반딧불이’(반 전 총장 1호 팬클럽),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반존회’(충주고 동문 중심 모임), ‘포럼 반하다3040’(반 전 총장 지지하는 청ㆍ장년 모임), ‘백소회’(충청 출신 명사 모임), ‘나라사랑국민총연합’(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충청 출향인사들의 모임), ‘한국통일산악회’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기자가 인터뷰한 ‘반기문 대통령추대 국민대통합 추진위원회’의 이상우 사무총장은 “우리가 있는 곳이 선거캠프”라고 주장했다. 충청권 인사가 주축인 ‘국민대통합 추진위’는 김종필, 이회창 전 총리 등이 상임고문으로 올라와 있다.


‘국민 대통합 추진위’의 향후 계획은 화합과 연대를 통해 단일 후보를 내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늦어도 2월말, 김종인 전 대표는 3월말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접촉 중이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도 함께할 수 있다. 향후 현역 국회의원은 30명 정도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광화문팀’, ‘마포팀’과도 의견 교환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후보들이 모두 모여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고 대통령 당선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후 4년 중임제 혹은 이원 집정부제로의 개헌을 통해 외치는 대통령, 내치는 국무총리가 담당할 것이다. 국무총리는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가 맡을 것”이라고 했다.

반기문을 내세워 만든 정당도 있다. 선관위에 등록된 유일한 반 전 총장 지지 정당인 ‘친반국민희망연합’은 작년 3월에 창당했다. 이들은 20대 총선 당시 ‘친반통일당’ 이름으로 충북 청주상당과 대구 달서병에 후보를 냈다. ‘친반국민희망연합’은 반 전 총장의 45년 지기로 알려진 전직 국회의원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과 밀접한 관계로 알려졌다.

기자가 만난 ‘친반국민희망연합’ 관계자는 “반 전 총장 이름을 내걸고 만들어진 유일한 정당”이라며 적통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적합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거론되는 대선후보 가운데 외국에 나가 대접받을 있는 사람은 반 전 총장이 유일”하다며 “여야를 불문하고 어떤 후보보다 안정적이다. 불안한 국민들의 마음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는 “유엔사무총장 10년 경력은 엄청난 자산이다. 일례로 반 전 총장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일자리 유치는 청년실업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이 벌어오는 외화 역시 국가경제에 이득이다. 경제가 튼튼해지면 안보도 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합, 세계, 미래, 희망 등 총 4개의 큰 주제로 공약을 다듬고 있다. 반 전 총장으로선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반 전 총장과 연결된 모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故)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이 만든 ‘충청포럼’이다. ‘충청포럼’은 충청 출신 정ㆍ관계 인사들이 주축이 돼 지난 2000년 11월 창립한 비영리ㆍ비정치 연구모임으로 반 총장은 창립 때부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1988년 만들어진 ‘청심회’도 반 총장이 신경 쓰는 모임이다. 반 전 총장이 국무총리실 의전비서관 때 모임에 가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창립 이후 꾸준히 모임을 가질 정도로 유대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지지지로 나서는 가운데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세력과 지역 인사들의 쏠림 현상으로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입김을 미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고, 노련한 전략가가 부재하는 것도 약점이라는 지적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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