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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위기의 반기문’ 대권고지 오를 수 있을까

반기문 ‘넘어야 할 산’여럿… ‘위기’ 해결 따라 대권 운명 갈려

1주일도 안돼 식어버린 ‘潘 열기’…시대정신 맞는 비전 제시ㆍ실천해야

‘준비 안된 잠룡’ 이미지 실망 안겨… 조급한 대선 행보 역효과

실패한 정권 비판 받는 MB정부 인사 캠프 포진에 국민들‘기대’ 접어

가장 유력한 잠룡 분명…시대정신의 비전 제시ㆍ실천으로 ‘위기’ 넘으면 대권 가능

여야를 넘어 12월 대선의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고전하고 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면서 대권행을 완주할 수 있는지 회의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세계 대통령’이라는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만 해도 반 전 총장에 대한 기대는 한껏 달아올랐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초유의 위기 상황이라 반 전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그러나 ‘반기문 열기’는 1주일도 안돼 식어버렸고, ‘실망’으로 변색됐다. ‘반기문 다운’ 행보를 보여주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별한 비전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반 정치인과 같은 구태의 움직임을 보이고, 국민의 비판을 받아온 인사들이 ‘주역’처럼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도 국민의 눈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 전 총장 귀국을 전후해 불거진 비리 의혹과 대권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냉랭한 여론, 대선을 치룰 조직 부재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기문 대망론’이 거품으로 꺼질 수 있다거나 중도 하차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이번 대선의 가장 유력한 잠룡 중 한명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나아가 반 전 총장이 초반 실수를 극복하고 새롭게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대권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반 전 총장의 대권 운명은 본인 하기에 달린 셈이다. 반 전 총장이 마주한 험난한 대선전(戰)의 현실과 대권 가능성을 짚어봤다.

‘준비 안된 대선후보’…기대가 실망으로

반기문 전 총장이 10년 간의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인천공항엔 환영인파가 북새통을 이뤘으나 대권 행보를 하는 순간부터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유엔 사무총장으로 쌓은 국제적 경험과 식견을 어떻게 나라를 위해 활용할까 진지하게 성찰ㆍ고민했다”면서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다시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데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며 대권 도전에 나설 뜻을 천명했다.

이어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로 향하는 동안 반 전 총장과 지지자들의 대권 열기는 티켓과 생수 논란으로 흠이 나더니 ‘위안부 질문‘ 사건으로 또 한번 직격탄을 맞았다. 반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대권 검증의 대상이 되면서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대응이 ‘대망론’에 작은 구멍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반 전 총장이 귀국에서부터 보인 대권 행보는 국민에게 기대보다 실망을 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반 전 총장이 유엔총장이 아니라 대선후보라는 것을 알고 행보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평론가는 “반 전 총장이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국민은 감동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비전이나 메시지를 제시할 줄 알았는데 기존 정치인들과 같이 얼굴 알리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다보니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19일 반 전 총장에 대해 “한마디로 얘기하면 준비 안된 대통령 후보”라며 “준비 안된 분이 서두르기까지 하니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해 ‘대망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16∼18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8.1%로 1위를 기록했지만, 반 전 총장은 21.8%에 머물렀다.

앞서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가 15∼16일 조사해 18일 공개한 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는 31.4%, 반 전 총장은 20.0%의 대선주자 지지율을 각각 나타냈다. (이상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전문가들은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반 전 총장에 등을 돌린 여론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반 전 총장이 조급하게 대권행보를 하기보다는 충분히 숙려하고 조직을 갖추고 비전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반기문 대망론’ 걸림돌 이명박 사람들

반기문 전 총장의 대권행보 초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이명박 사람들’이 지적되고 있다. 반기문 예비 캠프를 MB계 사람들이 점령하다시피하면서 반 전 총장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MB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ㆍ정무수석을 지낸 이동관 전 수석과 김두우 전 정무수석,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반 전 총장 측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MB계인 이상일 전 의원은 반 전 총장 예비 캠프인 ‘마포팀’에서 활동하고 있고, 나경원 의원, 박진 전 의원 등도 MB계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대선을 치룬 경험과 노하우를 갖췄고, 일부 유능한 사람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반 전 총장이 MB계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대학 교수인 한 정치평론가는 “전쟁과 같은 대선에서 비전 못지않게 후보에 대한 이미지도 중요하다”며 “이제 막 대권 행보를 시작하는 반 전 총장이 MB계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국민의 기대와 어긋날 뿐 아니라 비전까지 퇴색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된 부정적 키워드가 ‘불통’, ‘부패’, ‘무능’이었다”면서 “이는 박근혜정부가 실패하고 가장 비판을 받는 것이기도 해 반 전 총장 주변에 MB계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정적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여론은 호남이었다면서 반 전 총장이 호남과 연대하는 ‘뉴DJP플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최근 반 전 총장 진영에서 MB계와 거리를 두려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MB정부에서 미래기획위원장을 역임한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20일 반 전 총장 캠프에서 하차한 것이 그 신호탄이라는 말도 들린다.

반 전 총장 ‘넘어야 할 산’ 많아

반 전 총장이 12일 귀국하기 이틀 전인 10일, 미 연방 검찰은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따른 대권 희망가는 미국의 소송 제기로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 이는 반 전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과 맞물려 대권행보를 하기 전부터 검증 도마 위에 올랐다.

반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은 여론에도 영향을 미쳐 그의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야권에서는 ‘반기문 X파일’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반 전 총장 파일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반 전 대통령이 대권 행보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의 한나로 ‘검증의 산’을 꼽는다. 또한 반 전 총장이 취약한 국내 기반을 의식해 성급하게 조직화에 나서거나 현재 권력에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반 전 총장이 국내 정치 경험이 적고 정치 조직이 취약한 약점을 갖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급하게 조직을 만들고 반개혁적인 구태 인물에 둘러싸일 경우 제2의 이회창이 될 수 있다”면서 ‘조직 유혹의 산’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현재 권력에만 의존해 대권을 차지하려면 오산”이라며 “ 현 시점에서 반 전 총장에게 필요한 것은 ‘대세론은 없다’고 스스로 선언하고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력한 잠룡… 여의주 잡으려면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전 초반, 실수를 연발하고 구태의연한 행보에다 국민에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일각에선 “반기문 대망론은 끝났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전문가들 중에도 반 전 총장의 초반 대권 행보를 보고 “미래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반 전 총장이 이번 대선의 가장 유력한 잠룡 중 한명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한다. 반 전 총장이 초반 실수를 극복하고 새롭게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대권 고지에 가장 근접한 후보라는 평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진행됨에 따라 정당 간 합종연횡, 대선 후보가 연대 등 대선구도의 변화 가능성이 큰 만큼 반 전 총장이 어떠한 전략과 비전을 갖고 대선에 임하느냐에 따라 대권의 주인이 될 수도 있고, 낙마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결국 ‘문재인 대 반기문’ 2강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문재인-반기문-안철수’ 3자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으나 막판 반 전 총장과 안철수 전 대표 간에 연대 내지 단일화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한다.

대선이 2강구도가 될 경우 관건은 잠룡들 간 연대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반 전 총장이 여야를 넘어선 ‘정치교체’를 내세운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후보 간 연대 여부가 이번 대선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교수는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내세워 문재인 전 대표와 대립축을 형성한 것은 전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정책경쟁력과 제3지대론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민의당ㆍ손학규 전 대표 등과 단일화 하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반 전 총장이 국내 기반이 취약하다고 성급하게 정체성이 불분명한 당을 창당하거나 여권 성향의 정당과 손을 잡는 것은 ‘패배의 길’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만류한다. 문재인 전 대표의 민주당과 대척 관계에 있는 정당, 다른 대선후보들과 연대를 모색해 문 전 대표와 전면전을 치루는 게 승리할 수 잇는 전략이라고 조언한다.

모든 ‘선택’은 반 전 총장에 달렸다. 대선 여론은 설을 고비로 소용돌이 칠 수 있다.반 전 총장은 설을 전후해 대선에 대한 새로운 준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새로운 도전’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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