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ㆍ친문( 親文) 인사 기반, 다른 계파 합류…싱크탱크, 지지 모임 확장세

소수의 최측근+새 얼굴 속속 합류 …1400여명 문재인 대권행보 동참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800여명 교수, ‘더불어포럼’ 전문가ㆍ시민들 참여

분배에서 성장으로 경제공약 변화…합리적 보수까지 껴안을 비책 수립 중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조직이 점점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대선 캠프에는 친문이 아닌 새 얼굴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는 보수ㆍ중도ㆍ진보를 아우르는 학자들로, 지지자 모임인 ‘더불어포럼’은 각계 각층 전문가와 시민들로 꾸려 ‘역대급’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참여 인원만 1400여명에 달한다.

문 전 대표의 대선 캠프는 지난 2012년 당시와 확연히 다르다. 가장 믿을만한 최소한의 측근만 남겨놓고 새 인물로 캠프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로서는 ‘친노ㆍ친문 패권’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선책이다. 현재 정세균계, 손학규계, 박원순계 등 당내 여러 계파의 인사들이 속속 캠프로 합류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 전 대표는 또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통해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며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달 창립한 지지자 모임 ‘더불어포럼’도 문 전 대표 지원을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문 전 대표의 캠프 구성 상황과 문 전 대표와의 인연, 그리고 각 조직에 어떤 인물이 참여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믿을 건 ‘참여정부 인사’

“대선을 치르던 2002년, 나는 부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부산 선대본부 출범식에서 노 후보가 후보연설을 하면서 그 표현을 쓰셨다. ‘사람은 친구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했다. 선대본부장이라는, 체질에 맞지 않는 직책을 맡아준 후배에게 고마운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나이도 여섯 살 차이가 나고, 고시도 5년 위면 대선배다. 그런데 그 말씀 덕분에 나는 지금도 과분하게 ‘노무현의 친구’라는 호칭은 듣고 있다.” - ‘문재인의 운명’ 中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표현했다시피 둘의 관계는 친구였지만 청와대 입성 전까지 ‘정치적 동지’는 아니었다.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금강팀’과 ‘부산팀’ 가운데 ‘부산팀’의 좌장이었을 뿐이었다. 1983년부터 법무법인 부산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하며 오래 알고 지내왔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정치적 관계로 맺어진 ‘금강팀’과는 결이 다른 친노라 볼 수 있다.

정계입문 후 문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은 참여정부였다. 측근이라고 불리는 인사들 중 상당수가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이력이 있다. 이들은 2012년 대선 당시 선거 캠프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출신 문재인 측근을 두고 비판적 여론이 많았다. 박영선 의원은 자신의 저서 <누가 지도자인가>에서 2012년 대선 상황을 “외부적으로는 문재인 후보의 고집스러운 면과 오랜 측근들의 인의 장막이 비판의 대상이었다”고 표현했다. ‘인의 장막’이 ‘친노 패권’ 프레임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문 전 대표는 측근들을 캠프에 기용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23일 그는 “캠프 구성을 보면 그간 친문이라고 할 분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 전 대표 곁을 지키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있다.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과 공보담당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의원(경남 김해을, 초선)은 지난 8월부터 문 전 대표 대변인격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공보특보와 수행팀장으로 활동했다. 온화한 성품으로 합리적으로 언론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황희 의원(서울 양천 갑, 초선)도 전면으로 나선 친문 중 하나다. 황 의원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당시 총재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참여정부 5년간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2012년에는 문재인 캠프 기획조정팀장을 맡아 문 전 대표의 신임을 얻었다. 지난 연말 당 대변인직도 고사한 황 의원은 민주당 대선 경선 룰 협상 과정에서 문 전 대표 측 대리인을 맡았다. 문재인 측근 대부분이 후방으로 물러난 가운데 오랜 정당경험과 정무 감각을 갖춘 황 의원은 향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비선 의혹을 받았던 ‘3철’ (이호철 전 민정수석, 전해철 의원,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가운데 현재 직접적으로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인사는 양 전 비서관이다. 양 전 비서관은 작년 6월 문 전 대표의 히말라야 트레킹에 함께했으며, 지난 1월에 출간한 문 전 대표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를 비춰보아 비선 의혹을 의식해 수면 아래에 있는 이 전 수석, 전 의원과 달리 양 전 비서관은 ‘그림자 비서’ 역할을 끝까지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밖에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 예비 캠프 실무를 담당하는 등 강성 색채가 덜한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문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속속 합류하는 비문(非文)인사들+영입 인사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의 키워드는 ‘확장성’이다. 계파와 지역을 아우르는 진용을 갖추겠다는 의지다. 문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손잡은 비문 인사는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2012년 19대 총선 공천 당시 문 상임고문은 비리 혐의자 공천 배제를 주장하며 당시 임종석 사무총장의 공천 철회 및 사퇴를 요구했고 결국 임 사무총장은 이를 수용했다. 이후 정치적 휴식기에 있던 임 사무총장을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하면서 박원순계로 분류됐다. 그러다 작년 10월 임 전 부시장은 문 전 대표를 돕기로 결정했고 지금까지 비서실장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무감각을 갖춘 임 전 부시장의 이탈은 원내 지지기반이 약한 박 시장에게는 뼈아픈 부분이었다는 후문이다.

1988년 DJ가 창당한 평화민주당 당직자로 정계 입문한 3선의 전병헌 전 의원도 지난 연말부터 문 전 대표와 함께하고 있다. 원내에서는 정세균계로 분류됐던 전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논란 끝에 낙천해 탈당을 고려하기도 했다. 전 전 의원 지역구였던 서울 동작갑에는 문 전 대표 영입인사인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이 전략 공천돼 당선됐다. 이후 암중모색하던 전 전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함께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동작갑 전·현직 국회의원이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현재 전 전 의원은 종편 등 언론에 출연하며 문재인 비판여론에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략기획을 총괄할 예정이다.

손학규계의 문 전 대표 합류도 본격화되고 있다. 포문은 전현희(서울 강남을, 재선) 의원이 열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발탁돼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전 의원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직능 부분에서 일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던 손학규계 이춘석(익산갑, 3선), 이개호(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 재선) 의원도 문재인 캠프 합류가 점쳐지고 있다. 호남이 지역구인 두 의원은 지난 총선 직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은퇴하겠다’는 문 전 대표 발언을 놓고 “반문정서가 패배의 분명한 원인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몰아세웠다. 이랬던 두 사람 입장이 달라졌다.

이춘석 의원은 “정권 창출이 되더라도 호남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 (문재인 캠프에) 가야 되지 않느냐 하는 의견들이 있다”며 캠프 합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이 의원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에 대해서는 “제 3지대가 이념적 가치가 아니라 인물 중심이 된 탓에 서로 가고자 하는 길이 달라졌다. 이번 대선에 함께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가 이 의원과 2시간가량 막걸리를 마시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개호 의원은 지난 22일 문 전 대표의 광주 지역 외곽조직 ‘포럼광주’ 출범식에 참석하며 문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설 연휴에는 지역구를 돌며 “도덕성과 국정경험이 무기”라며 문재인 띄우기에 앞장섰다. 이춘석, 이개호 의원과 함께 비노이자 민주당 호남 현역 의원 3인 중 한 명인 안호영(전북 완주) 의원의 동반 합류도 예상되고 있다.

손학규계 호남의원들의 합류는 친문 색채를 옅게 하고자 하는 문 전 대표의 노력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방증이다. 또한 문 전 대표를 향한 호남 민심이 총선 전 보다 많이 누그러졌다는 판단과 함께 호남에서 문 전 대표로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에 하나 둘씩 문 전 대표 쪽으로 합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30%대 중·후반을 유지하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문 전 대표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사들의 캠프 합류도 예상된다. 원내에서는 앞서 언급한 김병기 의원을 비롯해 표창원, 조응천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역할은 문 전 대표가 최근 제시한 ‘국가 대개조’ 개혁 구상과 맞닿아 있다.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 김병기 의원, 경찰대 교수 출신 표창원 의원,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의 이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영입된 인사들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대선까지 염두에 둔 영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외곽조직의 두 축, ‘정책공간 국민성장’ ‘더불어포럼’

‘문재인 사람들’의 외곽에는 학계인사들이 모인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각계각층 전문가와 지지자들이 모인 ‘더불어포럼’이 있다.

교수 800여명이 참여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모토는 ‘성장과 분배,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을 넘어선 새 패러다임 지향’이다. 이를 반영하듯 진보, 중도, 보수 등 다양한 성향의 800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해 정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10월 창립해 마포역 인근 광산회관을 근거지로 각종 정책을 가다듬은 이 단체는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4차례 포럼을 개최하며 외교, 안보, 일자리, 4차 혁명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도 빠짐없이 참석해 싱크탱크의 자문을 바탕으로 대선 공약의 큰 틀을 소개하고 있다.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이끌고 있는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IMF(국제통화기금) 요직인 정책개발감독국 경제분석관으로 활동한 3년을 포함해 10년간 국제기구에서 이코노미스트로 맹활약했다. 이후 경제부총리 자문관을 비롯해 각종 경제 자문 활동을 통해 명성과 신뢰를 쌓았다. 노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잘 알려진 조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를 거쳐 주 영국대사를 지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맡기도 했다.

중도 성향의 주류 경제학자로 재벌개혁, 규제 강화 등을 주장해온 조 교수가 싱크탱크에 참여하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방점이 찍힌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도 조 교수의 도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는 분배를 강조한 바 있다.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문 전 대표가 당초 지난 20대 총선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 하지만 “그릇도 안 되고 일선에 나서는 일은 없다”며 끝까지 고사한 박 전 총재는 싱크탱크 자문위원장 자리는 수락했다. 수락 이유는 박 전 총재의 중도 실용주의 노선 정책을 문 전 대표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박 전 총재는 그간 양극화를 우리 사회 최대 문제로 지적하며 성장복지 병행 정책을 주장해왔다.

야권과 인연이 깊은 한완상 전 한성대 총장은 상임고문을 맡았다.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부총리를,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총리를 각각 지낸 한 전 총장은 남경필 경기지사의 강력한 러브콜을 고사하고 문 전 대표 싱크탱크에 합류해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된 외교ㆍ안보 전문가 그룹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3번째 포럼에 이태식 전 주미대사,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정의용 전 주 제네바 대사, 이수혁 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이 참석한 것이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외무고시 3년 후배이고, 이수혁 전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한 반 전 총장 측근인 김숙ㆍ오준 전 대사에 비해 3기 빠른 외무고시 9기다. 이밖에 석동연 전 재외동포영사대사, 신봉길 전 주요르단 대사,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 서형원 전 크로아티아 대사도 합류했다.

안보분야에서는 송헌무 전 해군참모총장, 박종헌 전 공군총장, 방효복 전 육군참모차장, 이영주 전 해병대 사령관 등 고위 장성을 비롯해 김정호 전 논산훈련소장, 승장래 전 국방조사본부장, 김도호 공군인사참모부장,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 등 '투스타' 출신들도 싱크탱크에 참여했다. 지난 총선 전북 정읍·고창에 출마했던 하정렬 전 27사단장도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지난 14일 창립한 ‘더불어포럼’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이들은 현재 여의도 삼보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문 전 대표 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더불어포럼’의 상임고문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맡았으며, 김응용 전 프로야구 감독, 드라마 ‘풀하우스’ 원작 만화가 원수연 웹툰협회 회장 등 23인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기자가 만난 포럼 관계자는 “문화ㆍ예술계 종사자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들어서면 외곽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문 전 대표를 도울 방법을 구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포럼’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KBS로부터 출연 금지를 당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반발해 문 전 대표는 KBS 대선주자 좌담회에 불참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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