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로 부상한 안희정, ‘문재인 대세론’ 뒤집을까

안희정, 한달 새 지지율 3배 상승, 대선주자 2위 탈환

반기문 불출마 반사이익+중도실용주의 노선 효과

다자, 양자 가상대결 50% 기록한 문재인의 벽 견고해

안희정, 결선 투표 진출과 타 세력 지원 시 ‘승부’해볼만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중도ㆍ보수 정당들은 대안 찾기에 분주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본격 대선 모드로 들어간 분위기다. 최성 고양시장은 설 연휴 전인 지난 1월 26일에, 이재명 성남시장은 31일,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월 2일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부겸 의원은 조만간 후보 등록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며,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일정을 감안해 후보 등록을 할 방침이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경선은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3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지지율 20% 안팎을 맴돌던 문 전 대표는 최근 30%대를 넘기며 대세론 전선을 넓혀가고 있고, 촛불정국으로 급상승한 이 시장 지지율은 조정국면으로 들어갔지만 1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 지사는 지난 22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3~4%에 그치던 지지율이 반등했고, 반 전 총장 불출마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10%를 넘기며 전체 대선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2위를 차지하는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가 재대결하는 결선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문 전 대표가 무난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시장과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막아 결선 투표에 진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시장과 안 지사의 지지율은 현재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추이를 보면 한 달 만에 지지율 3배가 오른 안 지사의 상승세가 무섭다. 안 지사는 이 시장을 넘어 문재인의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을까.

대선주자 6위에서 2위로 수직상승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했던 지지율이 한 달 사이 3배 가량 상승하며 지지율 10%대의 벽을 깼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지난 2일 발표된, YTN이 의뢰하고 엠브레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2.3%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대선 주자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불출마 선언 직전 8.2%에서 하루 사이 4.1%p 오른 결과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3.1%로 1위를 기록했다. 안 지사는 리얼미터가 MBNㆍ매일경제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25.4%)에 이어 11.2%로 2위를 차지했다.

불과 한 달 전 안 지사의 지지율은 3~4%대에 5~6위를 오르내리는 수준이었다. 비슷한 순위권에 머물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촛불정국을 통해 10% 초ㆍ중반 지지율과 대선 주자 3위에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지난 22일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대선 주자 가운데 제일 먼저 출마를 선언하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고, 5시간 즉문즉답을 통해 여론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양한 질문을 감당할 자신감이 없었다면 결코 도전하지 못할 시도였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언론 노출 빈도가 점점 높아졌고 설 연휴가 지나자 8~9%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재명 시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1일, 갑작스런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안 지사는 단숨에 2위에 오르게 됐다.

갈 곳 잃은 충청 민심 이동

엠브레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출마 선언 직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13%대였다. 불출마 선언 직후 조사결과 안 지사는 4.1%p, 황 대행은 4%p 상승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소폭 상승했다. 갑작스런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여권에서는 황 대행이, 야권에서 안 지사가 반사이익을 봤다고 볼 수 있다.

지지율은 수치가 아니라 ‘흐름’이 중요하다. 때문에 상승국면에 있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역이 충청이다.

충청 지역은 당초 반 전 총장을 앞세워 ‘충청 대망론’을 현실화시키려 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반 전 총장의 낙마로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을 대체할 후보로 안 지사가 선택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충청 지역은 대체로 여권 성향이다. 안 지사의 정치 궤적을 감안할 때 곧바로 충청 민심이 안 지사 쪽으로 옮겨올 확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안 지사가 중도 실용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여권 성향의 충청 민심을 돌아서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안 지사는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 대표적인 사안이 사드(THAAD)다.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을 수 없다. 무엇이 외교 안보상 이익인가가 중요하다”며 여권을 자극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재벌 개혁은 찬성하지만 로비 때문에 판사가 기각했다는 근거가 없다. 무조건 구속시키는 것이 법 정의를 지키는 것도 아니다"라고 법 질서를 중시하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2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 간담회에서는 “어떤 정치세력이라도 경쟁할 수 있지만, 그 경쟁이 끝나면 언제나 단결할 것”이라며 “원내 다수파와 대연정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정부 때 구상한 헌법 실천 방안이었지만 실패한 미완의 역사를 완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협치정신을 부각시키려는 시도다.

안 지사의 발언들은 여권도 야권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대선 키워드 ‘시대 교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아울러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포용적 리더십을 계속 보여줘 유의미한 지지율로 나타난다면 충청 민심이 안 지사를 낙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킹메이커’ 김종인의 러브콜

김종인 전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설 연휴 끝자락인 지난 25일 김 전 대표가 안 지사를 만나 탈당을 권유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안 지사에게 “민주당 대선후보는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될 테고, 5년 뒤 안 지사에게 기회가 온다는 보장이 없다”며 “여야를 뛰어넘어 50대 후보들이 모여 이번 대선에서 돌풍을 한번 일으켜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보도 직후 양측은 모두 부인했지만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와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분석이다. 김 전 대표가 안 지사를 만난 시점은 지난 25일로,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이었다. 이즈음 김 전 대표는 반 전 총장과 회동을 갖기도 했다.

김 전 대표가 어떤 그림을 그리면서 안 지사와 접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전까지 개헌을 고리로 ‘빅텐트’를 추진해왔고 김 전 대표도 일정부분 동의했다는 점에서 안 지사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한 만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눈여겨봐야할 점은 반 전 총장이라는 ‘빅텐트’의 뼈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김 전 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김 전 대표는 ‘킹메이커’를 자처해오며 문 전 대표를 견제해왔다.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와 손을 잡게 된다면 민주당 경선과 대선판을 또 한 번 흔들 수 있다. 결선 투표에 안 지사가 진출할 경우 김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이재명 시장, 김부겸 의원 등이 결합하는 비문연대 구성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 지사 측도 미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안 지사 공보담당인 박수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에게 탈당을 권유한 사실이 없다"면서 "안 지사가 김 전 대표 같은 정치 선배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싫어하지 않은 측면이다"고 밝힌 것이다.

탈당도 고려하고 있다는 김 전 대표는 오는 15∼17일 뮌헨 안보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을 방문한다. 일정상 ‘뮌헨 구상’을 통해 귀국 후 국내 상황을 지켜본 뒤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전히 견고한 문재인의 벽

리얼미터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의뢰로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전국 성인10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응답률 8.5%, 무선 90%·유선 1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지지정당에 관계없이 민주당 후보로 누가 적합한가, 누가 후보가 돼야 하나’라고 묻자 문재인 전 대표가 31.4%로 1위, 안희정 지사가 23.7%로 2위로 나타났다.

2주전 조사와 비교하면 문 전 대표는 32.8%에서 31.4%로 1.4%p하락한 반면 안 지사는 10.8%에서 12.9%p급등했다. 이재명 시장은 0.4% 오른 13.9%로 3위로 하락했다.

민주당 경선은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안 지사의 상승세와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고려했을 때 결선 투표에서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것이 안 지사 측의 판단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벽은 여전히 높다. 안 지사가 한 달 사이 3배의 지지율 상승을 이뤄낸 것처럼 문 전 대표도 넉 달 사이 지지율을 2배 가까이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9~10월부터 12월까지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후반에서 20%초반에 정체돼 있었다. 당시 유승민 의원은 “지지율 20%에서 머물고 있는 후보가 무슨 대세론이냐”며 문 전 대표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좀처럼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반 전 총장 귀국 후 상승 국면을 맞이했다. 현재 문 전 대표는 지지율 20%대에서 벗어나 30%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엠브레인이 1월 31일~2월 2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는 황 대행, 안 전 대표와의 3자 대결에서 51.7%를, 유승민 의원, 안 전 대표와의 대결에서도 50.3%를 기록하며 2위와 20~30%p 격차를 보였다. 양자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양자 대결에서 문 전 대표는 54.0%의 지지율로, 31.0%의 지지율을 받은 안 의원을 23.0%p차 크게 앞섰다. 문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양자 대결에서는 문 전 대표가 57.5%, 유 의원 28.8%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만 따져 본다면 ‘대세론’이 굳건해지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TK지역과 60대를 제외하고 전 지역, 전 연령에서 거의 대부분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TK와 60대 지지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옥에 티다.

야권 대표 주자를 넘어서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문 전 대표 측과 달리 안 지사 측은 경선 과정에서 뒤집기 한판을 기대하는 눈치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후보 간 상호토론이 시작되면 안 지사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숨어 있던 보석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후보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고 관심이 높아질수록 안 지사의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다. 눈덩이는 이미 구르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커질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허인회 기자 hmhs18@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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