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 강력한 경쟁자 급부상…지지율 20% 넘으면 ‘대망론’ 가시화

반기문 불출마 선언 후 각종 대선 여론조사서 지지율 20% 육박

‘충청’ 정치적 기반 확보…대선 변수 ‘지역ㆍ이념ㆍ세대’ 안 지사 유리

안희정 충남지사가 19대 대선판도에 의미있는 상승세를 보이며 다크호스 이상의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희정 대망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올해 초만 해도 문재인 전 대표가 압도적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2-3월로 관측되면서 조기 대선이 성사될 경우 문 전 대표의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문 전 대표에 필적할 유력한 대선주자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중도 하차하면서 대선판도는 요동쳤다. 하위권에 머물던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이 급부상해 단숨에 2위의 대선후보가 되면서 문 전 대표와 경쟁하거나 넘어설 수도 있다는 ‘대망론’이 확산된 것이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15%를 찍고 계속 상승세를 보여 전문가들은 20%대에 이르면 문재인 대체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탄탄하고, 대선까지 정권심판론이 지속되면 안 지사의 대권꿈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점차 뚜렷해지고 있지만 아직 유동적인 ‘안희정 대망론’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봤다.

심상찮은 ‘안희정 돌풍’ 어디까지 불까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권 도전을 오래전 준비했다. 안 지사는 2014년 9월 <주간한국> 창간 50주년 특별인터뷰에서 ‘대선’과 관련한 질문에 “도지사 일에 충실하겠다”고 하면서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겠다”고 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2016년 9월 1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일을 맞아 안 지사는 ‘비욘드 노(노무현을 뛰어넘겠다)’를 선언하며 “나는 김대중 노무현의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나는 근현대사 백여년의 치욕과 눈물의 역사를 뛰어넘을 것이다”고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지난 1월 22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굿씨어터에서 열린 ‘안희정의 전무후무 즉문즉답’에서 안 지사는 5시간 연속 질의 응답하는 방식의 ‘자진 검증’을 통해 준비된 대통령 후보임을 보여주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때만 해도 안 지사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그러나 2월 1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각종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이어 2위에 자리하거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2ㆍ3위를 나눠 가졌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1월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는 지지율 6%로 31%를 기록한 문 전 대표는 물론이고 이재명 성남시장(12%)보다 훨씬 뒤처졌지만,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포기를 선언한 뒤 3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10%를 기록하며 문 전 대표(32%)에 이어 2위까지 KBS와 연합뉴스가 6일 발표한 대선주자 여론조사(5~6일 코리아리서치가 전국 남녀 유권자 2016명을 상대로 조사, 표본오차 95%±2.2%포인트)에서 문 전 대표가 29.8%로 1위를 기록했고, 안 지사는 14.2%로 2위, 황 권한대행이 11.2%로 3위였다.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2월 둘째 주 대선후보 지지도 자체조사(7~9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7명을 상대로 조사, 표본오차 95%±3.1%포인트)에서 문 전 대표는 29%를, 안 지사는 19%를 기록했다. 3위는 11%의 황교안 권한대행이 차지했고, 뒤를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은 8%,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7%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안 지사가 2위 자리를 지키며, 점차 문 전 대표를 사정권 안으로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으로 굳어가던 대선지형이 안 지사의 맹추격으로 균열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여론(민심)의 ‘흐름’이다. 안 지사가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2위(또는 3위)를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상승의 내용이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지율 양상에서 문 전 대표가 30% 안팎에 정체돼 있는 반면 안 지사는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반기문 전 총장 중도 하차 이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부분 하락한 반면 안 지사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반기문 지지층인 중도ㆍ보수가 문 전 대표보다 안 지사 쪽으로 기운 것은 향후 안 지사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음은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비해 상승폭이 크다는 점이다. 즉,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의 지지율 격차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 지지율 2ㆍ3위를 달리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와 지지층의 향배도 관건이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불투명한데 만일 불출마한다면 황 권한대행 지지층 성향상 문 전 대표보다는 안 지사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국갤럽 조사에서 안 지사 지지율이 20%에 근접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율 20%를 후발주자가 선두주자와 대등한 대결을 펼칠 최소한의 조건으로 본다.

안 지사 캠프의 권오중 정무특보는 “안 지사 지지율이 20%를 돌파하면 안 지사를 확실한 문재인의 대체카드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진보층을 중심으로 30%대에 머물 수 있는 반면 안 지사의 지지율은 중도에 일부 보수까지 더해져 확장성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선 변수 ‘지역ㆍ이념ㆍ세대’ 안 지사 유리

국내외 대선에서 특정 변수가 승패를 가르기도 하지만 꾸준하게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지역, 이념, 세대이다. 시대 상황에 따라 세 변수의 영향력에 차이가 있지만 항상 대선을 좌우해왔다. 역대 대선에서 영남과 호남은 상반된 투표 성향을 보였고, 보수와 진보는 각기 다른 선택을 했으며, 세대에 따라 투표 양상에 차이를 나타냈다.

이번 19대 대선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형 변수가 있지만 지역ㆍ이념ㆍ세대 변수는 여전히 일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대선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보에 따라 지역ㆍ이념ㆍ세대의 반응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전까지 문재인 전 대표는 지역ㆍ세대ㆍ이념이란 변수에 아랑곳 않고 압도적 1위를 보였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 후 문 전 대표가 지역ㆍ세대ㆍ이념을 기준으로 할 때 전반적으로 지지율 하락을 보인 반면, 안 지사와 황 권한대행은 세 변수에 따라 지지율 상승을 보였다.

우선 ‘지역’과 관련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인 반면, 안 지사의 지지율은 모든 지역에서 현저하게 올랐다.

안 지사는 특히 출신인 충청권(대전ㆍ충청ㆍ세종)에서 비약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KBS와 연합뉴스가 6일 발표한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안 지사는 충청권에서 25.8%로 문 전 대표(28.0%)를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었다.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는 31%를, 안 지사는 27%를 기록해 오참 범위에서 접전을 벌였다.

반면 문 전 대표는 같은 여론조사에서 고향인 PK(부산ㆍ경남ㆍ울산)에서 4% 포인트 내린 31%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안 지사는 지난 조사에서 PK 2%를 기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9%로 급상승했다.

안 지사가 ‘충청’이라는 정치적 기반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데 반해 문 전 대표는 안정적인 지역 기반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호남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는 광주·전라에서 10% 포인트 내린 31%를, 안 지사는 광주ㆍ전라에서 11% 포인트 오른 20%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이념’과 관련해서도 문 전 대표가 표의 확장성에 한계를 보인 반면 안 지사는 중도층의 표를 흡수하면서 지지율을 높여가고 있다. 안 지사 캠프의 권오중 정무특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선점한 지지층을 놓고 경쟁해선 필패”라며 “중도로 확장해 지지율 20%를 돌파하면 대선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의 한 전문가는 “문 전 대표의 이념성향상 콘크리트 지지층은 진보층으로 중도층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무당층에서 지지율이 매우 낮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반 전 총장 사퇴 이후 진보층에선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중도층과 무당층이 현저하게 뒷걸음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안 지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재벌 개혁과 관련해 이념적으로 유연하고 정책적으로도 넓은 스펙트럼을 보이면서 전통적인 진보 지지층 외에도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대’ 면에서 문 전 대표가 ‘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20∼50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 선두를 유지했지만, 안 지사가 20대와 40~50대, 일부 60대의 지지를 받으면서 전체 지지율에변화가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 지사의 지지율은 50대가 이끌고, 30∼40대가 받쳐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연정’ 승부수 통해, 지지층 확장

안희정 지사는 대선 승부수로 ‘대연정’ 카드를 꺼냈다. 안 지사는 2일 당 대선경선 예비후보 등록 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내 다수파를 형성해서 그 다수파와 대연정(大聯政)을 꾸리는 것이 노무현 정부때 구상한 헌법 실천 방안"이라며 "그 미완의 역사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과반에 턱없이 부족한 집권당이 된다. 이 상태에서 현 헌법정신으로 국무회의를 구성하려면 원내 과반을 점하는 다수파가 형성돼야 가능하다"면서 "어떤 정치세력이라도 경쟁할 수 있지만, 그 경쟁이 끝나면 언제나 단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민주주의 의회정치의 움직일 수 없는 대원칙으로, 국민의 개혁 요구를 단 한 걸음이라도 실천하고자 하는 게 대연정 제안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안 지사의 대연정 제시에 정치권과 민심은 극명하게 갈렸다. 범여권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야권에선 반발이 거셌다. 여론도 진보층과 중도.보수층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바른정당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대연정이야말로 낡은 정치를 밀어내는 새 정치의 방향"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대연정 발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맹목적으로 안 지사를 욕할 일이 아니다”라고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는 직접 반박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연정은 역사와 촛불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며 발언 철회와 대국민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선거 전에 섣불리 연정 얘기가 나오는 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비문(비문재인)계는 대연정에 힘을 실어줬다. 이종걸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 지사가 대연정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뉴 노무현’을 주창하고 나오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한 뒤 “우리 개혁진보 진영만으로는 집권하기가 어렵다. (정권이) 재편됐을 때 중도까지 더 넓게 국정을 나눠서 고루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대원칙은 개혁진보 쪽에 경각심도 주고, 현실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9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정권심판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대연정론이 당장은 비판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번더 생각을 하고 현실적으로 들여다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정국이 되기 때문에 연정과 협치를 하지 않으면 국정을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연정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정권교체 이후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라며 “지나치게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론은 진보층과 중도ㆍ보수층에 따라 갈렸지만 안 지사 지지율이 상승한데는 대연정 카드가 어느 정도 통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안 지사의 대연정 제시는 중도ㆍ보수와 손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문 전 대표나 이재명 시장의 청산, 단절 논리와 대비되면서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가져왔다”고 평했다.

그는 “안 지사의 대연정 승부수가 적중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지지율이 20%를 넘어 장차 오차 범위에서 문 전 대표와 접전을 벌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전문가 “문재인-안희정 2파전 승자 대권 잡는다”

안희정 지사 지지율이 20%대에 육박하면서 야권 대선판이 ‘문재인-안희정 2파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 지사의 20% 지지율과 관련해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2002년 노무현 후보는 10%대로 지지율이 떨어져 후보 교체 논란을 빚다가 20%를 돌파한 후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할 근거를 얻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는 “이번주말을 고비로 안 지사 지지율이 20%대에 진입하면 대세론을 따라 어쩔 수 없이 문 전 대표를 지지하던 호남 민심이 이동할 수 있다”며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안 지사 지지율이 20%를 넘을 경우 권역별 순회 경선이 호남, 충청, 영남, 수도권·강원·제주 순으로 진행되는 점도 안 지사 입장에선 해볼 만하다”고 평했다. 그는 “‘지지율 20%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야권 텃밭인 호남에서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고, 지역기반이 강한 충청에서도 문 전 대표를 압박하면 초반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탄핵정국이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보수’가 승리하기는 어렵고, ‘진보’의 우세를 전망한다. 야권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다. 현재 대선 흐름을 볼 때 문 전대와 안 지사의 경선 승자가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대선에서 진보가 우세를 보이더라도 승패의 키는 ‘중도’에 달렸다”면서 “누가 중도층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대권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안 지사가 대연정과 보수에도 손을 내밀며 지지층을 확장하는 것은 전략적”이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가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그에 따라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지지율에 변화를 주고 대권의 향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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