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정조준’ …삼성 외 다른 기업 수사 확대 가능성 커져

SKㆍCJㆍ 롯데 등 총수 사면청탁 및 기업 현안해결 위한 출연 의혹 도마 위에

최순실-기업 유착 추가 의혹 규명 빨라지는 탄핵시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지난 17일 구속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다음 행보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창립 79년 만에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박 대통령 사이에 경영권 승계 전반을 둘러싼 거래가 있었다는 특검의 수사가 힘을 받게되면서 향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 기간 만료(오는 28일)를 앞둔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을 발판으로 수뢰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전력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을 구속한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ㆍ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영장을 심사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핵심 ‘실행자’였던 박 사장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벼랑 끝에 선 ‘피해자 삼성’

그는 삼성전자가 승마 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3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이 가운데 일부를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가 세운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800만원을 후원금으로 제공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대기업 중 최대 금액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특검팀은 코레스포츠와의 계약금액 213억원에는 뇌물공여 혐의를,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과 동계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에는 제3자뇌물 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뇌물은 요구하거나 약속만 받아도 처벌하게 돼 있으므로 삼성그룹이 건넸거나 주기로 한 433억여원 전체에 뇌물공여 또는 제3자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코레스포츠에 송금한 돈이나 정유라씨에 제공된 명마 구매 대금에는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약 4주에 걸쳐 보강 수사를 하고 영장을 재청구할 때 이를 반영했다. 우선 최씨 지원을 위한 자금 집행을 정상적 컨설팅 계약 형태로 꾸민 행위가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추가했다.

특검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이후 경영권 승계 전반을 두고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큰 범위, 긴 맥락에서 ‘주고받기’를 시도했다는 정황을 부각했다.

첫 구속영장 청구 때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과 최순실 지원이라는 좁은 프레임으로 봤으나 이번에는 공정위가 삼성그룹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 내놓은 판단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하는 등 시야를 넓힌 것이다.

특검은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도록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1천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공정위가 결론을 내렸다가 청와대 측 압력으로 500만 주로 줄였다는 의혹을 파고들었다.

공정위를 중심으로 추진됐던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삼성 등 재벌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폈다. 특검은 2015년 초 승마협회장이 한화 출신에서 삼성 출신으로 교체된 때부터 양측이 본격적으로 교감한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 측은 최씨 일가 지원이 박 대통령의 사실상 강요에 따른 것이라며 “삼성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간혹 강요로 볼 행위가 있었더라도 큰 틀에서는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최씨에게 돈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는 특검 측 판단에 더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산 넘은 특검 청와대 정면겨냥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으로 큰 산 하나를 넘자 정ㆍ재계는 특검팀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혐의 수사에 한층 속도를 내는 동시에 지금껏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한 다른 의혹들도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법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현안해결을 대가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거 출연한 의혹을 받는 대기업 등 남은 수사대상에 대해 어디까지 조사할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일단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수사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검은 지난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측에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국회에도 수사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보냈지만 연장은 불투명하다. 이에 공식 수사기간인 70일이 만료되는 28일 전까지 지금까지 펼쳐놓은 수사들을 조금이라도 매듭짓기 시작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한 삼성 뇌물수수 의혹과 문화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직접 지시한 의혹, 세월호참사 7시간 동안의 행적에 관한 의혹, 비선진료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청와대 측이 막아서며 무산된 뒤 특검팀은 법원에 압수수색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에 관한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가 이마저도 지난 16일 각하됐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무산됐지만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포기할 수 없어 특검으로서는 현재 물밑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면조사 성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특검은 박 대통령 측과 대면조사 일정 및 장소, 방법을 놓고 박 대통령 측과 다시 한 번 조율에 들어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박 대통령 대면조사의 필요성이 더 커지게 되면서 그동안 수사 대상자들의 비협조와 수사기간 제한 등의 벽에 부딪혔던 특검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대면조사가 성사되더라도 지금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해 온 박 대통령을 상대로 의미있는 진술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핵심부 압박 수사

특검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의혹 등과 관련해 감찰을 벌이던 특별감찰관실 해체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씨의 미얀마 원조개발사업 이권개입 과정에 주미얀마 대사 인사에 개입하거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한 정황 등도 추가로 포착됐다.

우 전 수석에 대해 지난 2월부터 수사에 들어간 특검팀이지만 지금까지 우 전 수석 아들의 ‘꽃보직 특혜’와 관련해 백승석 경위와 가족회사 정강의 억대 그림거래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우찬규 학고재 대표, 이 전 특별감찰관과 문체부 인사개입 관련 피해자 일부를 불러 조사하는 데 그친 상태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 역시 지난 14일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상당히 많다”며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현재 상태에서 다 수사하기 힘들고 그중 몇가지에 대해서는 수사가 되어서 어느 정도 특검에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하며 최씨 등의 비리행위를 제대로 감찰ㆍ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 또는 비리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방조·비호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과 최씨 등의 비리행위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 본인이 영향력을 행사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해임되도록 했다는 의혹도 특검의 수사대상이다.

특검 수사대상에 명시된 의혹 외에도 세월호참사 당시 광주지검의 수사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가해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진경준 전 검사장 승진 등 검찰 인사에 부당개입 의혹,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횡령 의혹, 처가와 넥슨간의 땅 거래개입 의혹, 아들의 운전병 특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 다양한 개인비리도 불거진 바 있다.

이외에도 특검은 박 대통령의 성형·미용시술 등을 통해 청와대로부터 각종 특혜를 따냈다는 의혹을 받는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 부부를 중심으로 한 비선진료 의혹 수사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설연휴 직전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김 원장의 아내 박채윤(48ㆍ구속)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가 건넨 명품가방 등을 확보했다. 안 전 수석이 박 대표와 통화하며 "아내한테 점수 많이 땄다"고 언급한 사실도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박 대표는 안 전 수석 부부에게 현금과 명품백, 무료시술 등 수천만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은 이같은 뇌물공여 행위가 박 대표가 입은 각종 특혜지원에 따른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은 김 원장 부부가 받은 특혜 이면에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남편 김 원장과의 뇌물공여 공모 혐의점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 다른 대기업 수사도

특검이 삼성뿐만 아니라 롯데와 SK 등 다른 대기업 수사도 진행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검은 그동안 삼성에 수사력을 집중하면서 현재 나머지 대기업 수사는 손도 대지 못했으나 박 대통령, 최씨 등의 추가 비리 규명을 위해 다른 기업 수사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수사간을 고려했을 때 다른 대기업 수사는 본격적으로 하기 불가능하다”며 “다른 대기업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남은 열흘 동안 다른 기업들 수사에도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특검이 수사개시 전부터 이 부회장을 포함해 대기업 총수를 일부 출국금지 조치하면서 SK와 CJ, 롯데 등 기업을 상대로 총수 사면청탁 및 기업 현안해결을 위한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의혹과 관련한 특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예컨대 CJ는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광복절 특사 당시 기업인 중 유일하게 사면을 받은 이면에 박 대통령에게 청탁한 정황이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드러났다. 또 롯데는 면세점 인허가권을 놓고 신동빈 회장과 박 대통령과의 거래가 있었고 해당 민원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재단에 45억을 출연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에 특검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검 연장 목소리는 야권을 중심으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는 황 권한대행의 연장거부 가능성에도 국민적 요구가 높은 점을 감안,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기한이 연장되면 박근혜 대통령 조사와 기소, 뇌물죄에 연루된 다른 대기업 조사 등이 모두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수사 기한 연장을 이뤄낸 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에 ‘자연인 박근혜’ 수사를 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검팀은 법에서 정한 시한보다 10여일이나 빠르게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수사기한 연장을 꼭 이루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특검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연장 여부를 검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는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특검팀은 국회에서 추진 중인 특검법 개정에도 기대를 거는 눈치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특검팀 수사기간을 50일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수사기한이 연장될 경우 특검팀은 핵심수사 대부분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사기한이 연장되고,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특검 입장에서는 거칠 것이 없어진다. 민간인이 된 박 대통령을 상대로 강제수사가 가능해지면서 특검팀 의지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특검법에 규정된 1차 수사 기한은 총 70일이다. 특검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작년 12월 21일부터 산정돼 이달 28일까지 이제 총 11일이 남았다. 다만, 이때까지 수사 완료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대통령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30일 연장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승인 권한은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있다.

특검은 수사 기간 종료 12일을 앞둔 지난 16일 일찌감치 연장 승인 요청을 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국정운영 책임자이자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 권한대행이 연장을 승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특검이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할 경우에 대해 “만약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20일 동안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아닌가”라고 다소 엉뚱한 발언을 하며 특검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연장 승인 거부로 수사가 28일 종료되면 이 부회장의 구속기한 20일도 채우지 못한 채 모든 수사를 중도에 끝내야 한다. 앞으로 특검의 공식 운영 기간이 11일밖에 남아있지 않은 데다 수사 마무리 작업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로 수사에 투입할 시간은 8∼9일 정도로 더욱 줄어들게 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