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 ‘안보 이슈’ 변수로 작용… ‘문재인 대세론’흔들릴 수도 있어

북한 신형 탄도 미사일 발사ㆍ김정남 피살, 대선 정국 주요 화두 급부상

사드 배치 찬ㆍ반 대선 막판 ‘안보 대 종북 프레임’으로 변화될 수도

문재인 ‘민심 지표’ 지속적 하락…안희정 상승세 뚜렷, ‘文 대세론’ 위협

북한의 신형 탄도 미사일 발사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안보 이슈가 대선 정국의 주요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북극성 2형’ 중거리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번 신형 미사일은 ‘무한궤도형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돼 도로뿐만 아니라 야지에서도 기동이 가능해 사전 탐지가 어렵다. 더구나, 기존의 액체 연료 방식 대신 군사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고체 연료 엔진을 사용해 신속 발사가 가능하다. 여하튼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어디에든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고 사전 탐지가 어렵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당장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 미사일 선제 타격 시스템인 ‘킬 체인’(Kill Chain)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지난달 20일 취임 후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대북 강경 노선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만약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북한은 극단적이고 정상적이지 않으며 예측이 불가능한 야만 국가다.

안보 이슈 대선 변수로 급부상

안보 이슈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정치권에서 당장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받는 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사드 배치를 서둘러서 끝을 내버리면 오히려 다음 정부에 운신의 폭을 오히려 좁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2월 16일 자신의 외교 전문가 자문그룹 ‘국민 아그레망’ 창립식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다음 정부로 넘겨준다면 그 문제를 외교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이런 주장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유승민 바른 정당 의원은 “사드 배치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드를 반대하는 표를 의식해서 국가 안보를 위협에 빠뜨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후보에게는 국가 안보를 맡길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바꾸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최근 북한의 변화 등으로 의원들 사이에서 재논의 필요성이 제기 된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사드 배치는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이미 합의한 내용을 고려하면서 관련 현안 문제점을 국익에 부합하게 해결할 것이다”고 했다.

한국 대선에서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안보 이슈가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1987년 대선에서는 바레인 상공에서 대한항공 858기 폭발사건이 있었다.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김영삼, 김대중(DJ)등 야당 후보들이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1992년 대선에서는 간첩 이선실과 중부 지역당 사건이 부각되면서 야당인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가 곤혹을 치렀다. 1997년 대선에서는 당시 DJ 소속 정당인 새정치국민회의의 고문인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이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핵 동결 해체 선언을 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선거 2달 전에 2차 남북정상회담도 있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선거를 1주일 남기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

특히, 2012년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해서 엄청난 파문이 일어났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 할 수 있는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였다. 여하튼 NNL 변수는 선거 막판에 보수층을 결집시키면서 박근혜 후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리얼미터가 2월 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2.7%의 지지율로 7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안 지사는 19.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6.5%로 3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8.6%로 그 뒤를 이었다.

전화 여론조사는 민심을 잘 반영하는가. 전화 조사가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에 유용한 수단인가. 낮은 응답률, 집 전화 위주의 조사방식, 여론조사 업체들의 난립, 좀처럼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shy)’ 부동층의 존재 등으로 여론 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해 4ㆍ13 총선에서 선거 3일전 여론조사 기관들은 새누리당 157∼175석, 더불어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8∼32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야말로 새누리당만이 아니라 여론조사도 함께 참패했다.

여론조사+빅 데이터 분석, 안희정 상승세 두드러져

지난 미국 대선에서 거의 모든 여론조사 기관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검색어 추이를 통해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도를 추적 조사한 빅 데이터 분석은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기존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JPD 빅데이터 연구소는 대선 후보들에 대한 전화 민심과 포탈 민심을 결합해 정치 민심 지표를 개발했다. 전화 민심은 한국 갤럽 등 8개 기관의 여론조사 자료를 취합해 대선 후보별 지지율 평균을 한 수치다. 지지율 50%를 5점 기준으로 재 산정했다. 반면, 포탈 민심은 네이버, 다음, 구글 3대 포털에서 뉴스 섹션 후보별 기사를 분석했다. 후보별 버즈량의 분포 비율 100%를 5점 기준으로 재설정했다.

아래 <그림>은 2017년 1월 9일부터 2월 11일까지 5주 동안의 전화 여론조사 자료와 3대 포털의 132만여 건의 뉴스를 분석한 것이다. 민심 지표가 4점 이상은 아주 높은 것이고, 3-4점이면 높은 편이다. 2-3점이면 보통이고 1-2점대는 낮은 수치이고, 0점대는 아주 낮은 점수이다.

문 전 대표의 민심 지표는 1월 2주 4.0점을 최고점으로 2월 1주까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문 전 대표에게 새로움이 없고 피로감이 쌓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기간 동안 전화 민심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포털 민심이 하락하면서 민심 지표가 하락했다. 그런데, 북한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직전인 2월 2주에 문 전 대표의 민심 지표는 약간 상승했다. 전주 대비, 전화 민심은 6% 하락했지만 포털 민심이 20% 상승하면서 전체 민심 지표가 8% 상승했다.

한편, 안희정 지사는 최근 3주간 무서운 기세로 전화 민심과 포털 민심 모두 폭발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안 지사는 1월 2주에 민심 지표가 1.2점에 불과했지만 2월 2주에는 2.2점까지 급상승했다. 전화 민심 및 포털 민심 모두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은 2월 1주까지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2월 2주에서는 약간 하락했다. 전주 대비 전화 민심에서 18% 상승했지만 포탈 민심에서 21% 하락하면서 전체 민심 지표가 10% 가량 하락했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과 구제역 발생 등의 이슈로 황 권한대행 자체에 대한 관심이 다소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민심 지표는 0-1점대의 미비한 답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2월 1주까지 민심 지표는 완만하게 상승했지만 2월 2주에는 전화 민심과 포털 민심이 동반 하락했다.

안희정 지사의 민심 지표가 상승 곡선을 긋고, 국민들의 관심이 민주당 경선에 쏠린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여하튼 이들은 민심의 변화를 새롭게 전환시킬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향후 민심의 관심 밖으로 완전히 밀려 날 위험성이 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준표 지사가 보수의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홍 지사는 무죄 선고 후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대선에) 나왔으면 좋겠다”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외에 특출한 후보로 결집되지 못하는 보수 진영에서 홍 지사의 등장은 큰 변화를 예고한다. 한편, 이재명 시장의 민심 지표는 촛불 집회를 거치면서 상승하다가 최근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 변수’ 대선판도 바꿀 수 있어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북한 변수가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변곡점이 되었다. 북한은 2006년 7월 5일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고, 10월 9일 제1차 핵 실험을 했다. 당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 6월 28일 박 후보의 지지는 29.3%로 이 후보(18.4%)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이후인 10월 19일 조사에선 이 후보가 30.5%로 박 후보(22.4%)에게 앞섰다. 이후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경선때까지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박 후보는 단 한 번도 이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그런데, 북한의 도발 자체가 대선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다. 후보의 안보 위기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하게 작동했다. 여성보다는 남성, 행정 경험이 있는 이 후보가 박 후보보다 낫다는 평가가 지지율 역전을 가져 온 것이다.

향후 민주당 경선에서도 안보 이슈가 큰 쟁점으로 부각 될 수 있다. 어차피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안보가 불안한 문 전 대표 보다는 중도ㆍ보수층의 지지를 받으면서 민심 지표가 급상승하고 있는 안 지사가 안보를 매개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2012년 대선에서도 누가 북한 변수를 잘 관리할 수 있느냐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선거학회가 2012년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NLL 논란에 대해 ‘관심 있다’는 응답은 55.7%로 ‘관심 없다’(19.6%)보다 3배가량 많았다, 보수층과 50대 연령층에서 ‘관심 있다’는 비율이 각각 66.2%와 65.1%로 상당히 높았다. NNL 관심층에서 58.5%가 박근혜 후보를, 40.7%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대선 최종 득표에서 박 후보가 51.6%, 문 후보가 48.0%를 얻은 것과 비교해보면 NLL 논란이 투표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대북 조치로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카드를 꺼내들 경우, 대선 정국이 그야말로 혼돈 속으로 빠져 들 수 있다. 급기야 한미 동맹, 사드 배치, 주한 미국 철수 등의 안보 이슈가 대선의 핵심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선 막판에 보수 단일후보와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개헌과 안보를 매개로 연대를 할 수 있다. 문재인 고립화 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선에 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사드 배체를 반대하는 좌파 정권과는 동맹을 맺을 수 없다는 초강경 발언을 할 경우, 대선 판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선 판이 ‘안보 대 종북 프레임‘으로 변화될 수 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대두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선거가 끝날 때 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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